당신이 버리고간 내 고양이는 애교가 많아요
자고 일어나면 나를 보고 누워서 야옹거려요
만져달라고 머리에 손을 부비고 다리에도 부비고 발끝에도 부벼요
그리고 어찌나 말이 많은지
잠투정도 심해서 2시에 오유보고 잠자던 제가
이제 12시 전에 잠이라는 걸 자네요
안그러면 불 끌때까지 찡찡거리거든요.
당신이 폐건물에 이 아이를 두고 갔을때
이 아이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구조후 임시보호했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들을 무서워했다네요
심지어 한 고양이는 매우 사교적이고 이 아이를 좋아했음에도
이 아이는 으르렁 거리고 경계하느라 잠도 못자고 항상 으르렁 거렸대요.
이 아이는 신기하게도
상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카샤카샤도 좋아하지 않구요
높은 곳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나를 나보다 더 좋아해줘요.
답답할까 밖을 보여주려 안고 베란다로 나가도
냥냥거리며 싫다고 버둥거리다 스스로 집으로 들어와서
문닫으라고 냥냥거려요.
당신과 자랐을때도 이랬을까요
당신은 모를거예요
이 아이가 얼마나 사려깊은지.
알았다면 버렸을까요.
차가운 폐건물에서 도망치듯 이사했을때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이 아이를 두고 왔나요.
혹시나 그때 그 고양이를 데리고 같이 이사했어야 하는건데
라고 남에게 동정어린 시선 받으려 내 고양이 이야기할까봐
나는 겁이나요.
당신은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이제 당신의 고양이가 아닌 내 고양이가 된
우리집 아이.
화장실만 가도 나를 버리는 거냐고 울고 나를 찾는
내 고양이가 당신을 잊길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