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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15분, 창 밖에서 새마을 운동 노래를 들었다.
게시물ID : sisa_4605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wanhearts
추천 : 12
조회수 : 1232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3/12/11 22:40:37
 
나는 방금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일까.
 
밤 10시 15분.
 
그래도 나름 이 나라에서서 몇 손가락안에 든다는 큰 도시인 대구광역시의 도심 한 가운데.
 
어렸을 적 전두환이 우리 동네 앞으로 지나간다고 강제로 동원되어 태극기를 흔들던 날에 퍼레이드의
앞을 이끌던 각진 세단. 그 위에 달린 싸구려 PA 스피커에서 마치 그 시절 학교에서 틀어주던 국민체조
노래 같이 고색창연한 느낌으로, 30년을 순식간에 타임워프하듯이 뛰어넘어 2013년의 거리에 울려퍼지는
새마을 운동 노래.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
 
 
 
 
아마도 그 51.6퍼센트에 속하는 이들 중 시간이 엥간히 남아돌고, 돈도 엥간히 남아돌면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살짝 정신줄을 놓은 위인이 남들 잘 시간인것도 모르고
쳐돌아다니면서 야밤에 저 지랄을 해대는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공포는, 요사이 보고 듣는 일들 때문에 지금 거리 위로
맹렬하게 울려퍼지는 저 노래가 결코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정희 아래에서 살아오신 분들께, 그리고 이번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그 51.6퍼센트의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맞이한 새 아침에 새 마을을 열심히 가꾸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이 정말 이런 세상이었냐고.
 
 
그렇게 쌔빠지게 일해서 모아올린 곡식들을 지난 5년 동안 쥐새끼 무리들에게 다 찬탈 당한 것도 모자라서 또 독재자의 딸을,
그것도 멍청하기 이를데 없는 여자를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로. 주말드라마 스토리 전개가 맘에 안 든다고 방송국 작가에게
전화해서 스토리 전개를 송두리채 바꾸는 극성팬들 마냥, 불쌍한 공주님의 청와대 눈물의 귀향 드라마가 그렇게 연출하고
싶었냐고.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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