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리그 간 경기 수가 너무 많아져버려요.. 그럼 좀 어떠냐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두개의 리그가 어느정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계속 붙게 된다면 순위나 승률의 변별력이 없어집니다... 한 리그의 3~4위 팀이 상대 리그 1~2위 팀을 승률에서 압도하는데도 포스트 시즌 못 올라가는 사태가 발생하는거죠.

리그가 거의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인터리그가 부분적으로만 시행된다면야 리그간 승률차가 좀 난다 해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그건 그 리그의 해당 시즌특성상 그렇게 된거니까요. 어떤 리그는 박터지게 싸워서 다들 고만고만한 승률일 수도 있는거고, 어떤 리그는 2~3팀이 와르르 몰락하며 승률 인플레가 벌어질수도 있는것일 뿐 그게 두 리그의 실력차를 반영하는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두개의 리그가 서로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10개구단으로 양대 리그를 나누게 되면 결국 매일매일 인터리그가 벌어지고, 각각의 리그 소속팀들이 상대리그 소속팀과 너무 많은 경기를 치뤄야 하죠.. 이럴 경우 양쪽 리그의 승률에 서로 너무 큰 영향을 미쳐버려요..

독립성이 없이 운영되는 리그제이다보니 사실상 서로 치고박고 해서 승률을 나눠 가졌으므로 1위에서 10위까지 합쳐서 줄을 세워야 할 판인데 리그는 나눠져 있으니 불공평해지는거죠. 극단적으로 10개팀 쫙 줄세워서 A리그에 1,2,3,5,7위 팀이 있고 B리그에 4,6,8,9,10위 팀들이 있다면 A리그의 하위권 팀들은 B리그와 계속 싸워 우세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힘들거나 핸디캡을 안고 임해야 하죠. 또 사실상 리그 1,2위 팀들이 5위권 이하 하위권 팀들이랑 포스트시즌을 치루는 맥빠지는 사태가 납니다. 불공평하고 맥도 빠지죠. 최강팀끼리의 대결이 아니니까요..

지금의 포스트 시즌이 1위팀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있다고들 하시지만.. 사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트시즌은 이벤트전의 성격이 강합니다. 일본 프로야구나 메-쟈 리그에서야 리그가 나눠져 있으니 각 리그별 우승자끼리 최강자를 가린다는 명분이 있지만, 단일 리그에서 포스트 시즌을 하는건 아무 명분이 없죠. 그저 흥행과 흥미, 팬들을 위한 이벤트 전의 성격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한국야구판에선 포스트시즌의 성적을 페넌트레이스 성적보다 앞세우는 경향이 있죠... 야구는 시즌제 경기입니다. 한시즌 백 수십 경기를 하는 '운영의 맛'을 살리는 스포츠에요.. 반년 넘는 기간동안 주6일로 빡세게 뛰고 팀을 운영해 시즌을 제패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낮춰보는 경향이 심하고, 겨우 열댓 경기만에 4위팀이 운좋게 1위팀을 이겨버릴 수 있는 포스트시즌의 비중은 과하게 높여둔 지금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1~2위권 팀들이 3~4위 팀들에 비해 포스트 시즌에서 얻는 혜택이 결코 과한게 아니에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3~4위팀간에는 별다른 성적별 혜택/핸디캡을 받는게 없는게 불합리한거고, 3위 팀이 4위 팀에 비해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꿔야 하는게 맞는거죠.

포스트 시즌이 물론 재미도 있고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드라마틱한 큰 축제인건 맞습니다. 야구 흥행을 위해 지금처럼 포스트시즌에 대한 비중을 어느정도 높게 잡는 것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게 사실이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스트시즌만을 위해 억지로 양대리그를 나눠 시즌 성적 변별력을 낮추거나, 현행 제도에서의 시즌 상위 성적 팀에 대한 혜택을 줄이자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야구는 어디까지나 시즌이 우선입니다. 시즌을 제대로 굴릴 수 있어야 포스트시즌, 올스타전 같은 이벤트들도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