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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하츠 워밍 이브
게시물ID : humorbest_692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11
조회수 : 724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08 20:31:40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08 18:25:12



하츠 워밍 이브. 마음은 사랑과 기쁨으로 따뜻해지고, 행복과 웃음이 집안을 메우는 날. 그렇게 약속되어 있는 날. 하늘은 그 날을 축복하듯 성대한 은빛 휘장을 지어 대지로 선물을 보냈고 아이들은 그 휘장을 엮고 뭉쳐 자신의 장난질에 그 휘장을 썼다. 도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음악회를 열었고 신나해 하는 포니들의 발굽으로 미술관을 열었다.

 

거대한 눈덩이들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며 미개척지를 침범했고, 누가 더 큰 눈덩이를 만드느냐 하는 사내애들의 시답잖은 경쟁에 지나가는 포니 모두가 장난기 섞인 눈빛을 보내며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응원했다.

 

페가수스들은 이 날에 얼마나 많은 어린 포니들이 눈에 대해 기대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열심히 눈구름을 흔들었고 유니콘들은 길가에 장식을 메다느라 정신이 없었다.

 

켄틀롯 전체가 주체못할 기쁨으로 잔뜩 취해있을 무렵, 몇몇 아이들은 자랑할 거리를 얻기도 했다. 하츠 워밍 이브에 부모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일찍 선물 받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유니콘 집안의 라벤더빛 포니도 그 기쁨을 누렸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빨리 빨리 빨리!!”

 

“어휴, 트와일라잇.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물론 트와일라잇은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을 리가. 밖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지척에서 들리는 듯 했다. 그런 때에 어린 트와일라잇에게 무슨 기다림을 바라고 무슨 자제를 바랄까.

 

그것을 알기에 트와일라잇의 모친도 트와일라잇을 크게 책망하진 않았다.

 

“자, 트와일라잇, 선물이야. 행복한 하츠 워밍 이브가 되길 바란다.”

 

트와일라잇은 스파클 부인이 다 주기도 전에 상자를 빼앗았고 스파클 부인도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애초에 얌전할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충격이 있을리 없다. 스파클 부인은 웃으며 트와일라잇에게 선물을 넘겨주었다.

 

“고마워요, 엄마!”

 

트와일라잇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선물 포장을 뜯었고 그 웃음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가득차버렸다.

 

“에이, 이게 뭐야!”

 

상자 안에 든 것은 곱게 양장된 고급스러워 보이는 책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트와일라잇은 울상을 지었다.

 

“책이잖아요!”

 

“그럼, 책이지.”

 

스파클 부인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인정했다.

 

“전, 전, 인형이 갖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렇구나.”

 

“책, 좋아하지만, 인형도 좋아한다구요!”

 

“그랬구나.”

 

“엄마!”

 

“트와일라잇. 엄마는 네가 공주님이 지으신 학교에 들어간 것 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한단다. 니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엄마!”

 

“아니. 말하지 말거라.”

 

트와일라잇은 꽤 오랫동안 자신의 엄마와 같이 지냈다. 그 말은, 스파클 부인이 저런 말을 할 때는 더 이상 말할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소리다.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거실에서 발굽을 땠다.

 

“...... 놀다 올게요.”

 

“그러려무나.”

 

트와일라잇은 나이에 맞지 않게 거대한 한숨을 쉬며 집을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포니가 있었다.

 

“엄마,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샤이닝 아머.”

 

“애가 인형하나 갖고 싶다는데 왜 그거 하날 못사주세요.”

 

샤이닝 아머는 비난하듯 스파클 부인에게 말했지만, 스파클 부인은 눈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샤이닝 아머는 입을 다물었다.




“엄만 바보야.”


트와일라잇은 세차게 눈을 걷어찼다. 순식간에 길가에 쌓인 눈들이 하늘로 펼쳐올라 또다른 눈을 내렸다. 바보, 다시 트와일라잇은 눈을 찼다. 물론 자식이 부모에게 바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가정교육의 산물이 되지는 못할 태지만 아이에게 그 이상의 예의를 바라는 것 또한 멍청한 짓이다.

 

트와일라잇은 잠시 눈을 노려보았다. 새하얗게 쌓인 눈들이 마치 자기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순간 화가 나버려 다시 눈을 걷어차 버렸다. 도저히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독스런 분노가 자신을 마구 집어삼켜버리려 드는 듯 했다.

 

물론 트와일라잇은 이성적이었고 -보통 자신은 그렇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분노가 참으로 맥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물을 준 사람한테 욕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그 단순한 이치와 자신의 분노를 상충시키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다. 그저 단순히 ‘엄마가 못됐다.’ 라고 생각하고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가차없이 그런 자신의 생각을 곳곳에 표출하고 다녔다.

 

즉, 발굽으로 차고 발광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마구잡이로 때 쓰고 가끔 갈기도 흔들어주고 발굽을 흔들어재끼고 하는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는 소리다. 그런 공연을 엄마가 앞에 있을 때 선보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면서 스스로를 한탄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다가왔다.

 

트와일라잇은 뒤를 돌아보았고, 자신의 사랑하는 베이비시터를 보았다.

 

“케이던스 언니!”

 

“트와일라잇. 무슨 일 있니?”

 

“으, 응... 아니야!”

 

나름의 분별력으로 이건 말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한 트와일라잇이었지만 케이던스의 호기심 또한 만만하진 않았다.

 

“뭐야, 뭐야. 무슨 일 있었네, 그치? 트와일라잇. 말해보렴. 잘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있잖니?”

 

스스로가 짖궂은 것에 대해 기뻐할 나이인 케이던스는 ‘혹은 그걸 놀림감 삼아서 널 놀릴 수도 있겠지.’ 케이던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은 천천히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고, 그 설명이 끝났을 때 즈음엔 케이던스가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표정은 트와일라잇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약간 당황했다.

 

“뭐, 뭐야?”

 

“..... 트와일라잇!”

 

“응, 언니?”

 

“그럼, 놀아야지!”

 

트와일라잇의 호오의 의견도 말하기 전에 이미 케이던스는 그녀를 끌고 달려나갔다.


케이던스가 트와일라잇을 끌고 도착한 곳은 한창 하츠 워밍 이브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광장이었다. 수많은 포니들이 와글거리며 무언갈 팔고, 사고, 공연하고, 얼핏 음악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광장.

 

그 시끌벅적한 축제의 모습에 트와일라잇은 자신이 매우 화나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저것 좀 봐! 망발성 기후 농두발 분이야!”

 

“....뭐라고 트와일라잇?”

 

 

 

망할, 뭐야.

 

스파이크는 잠시 기억을 뒤적거리고는 기억의 갈피 사이에 무언가 이물질이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쓱, 빼내었다. [조헨힐의 마법과 그 역사에 대한 기록] 의 134페이지. 스파이크는 그 종이 쪼가리에게 픽 웃어주고는 다시 트와일라잇의 기억에 집중했다.

 

 

“언니, 언니! 저기 좀 봐! 공주님이셔!”

 

케이던스는 그 말을 듣고 온몸의 깃털이 다 빠져버렸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지금 자신이 이렇게 놀고있다는 것을 셀레스티아에게 들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란 말인가. 상상하기도 싫었고, 케이던스는 날아갈 뻔했다.

 

트와일라잇이 가리킨 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그랬을 뻔했다.

 

“트, 트와일라잇!”

 

“하하, 케이던스 언니! 속았지!”

 

트와일라잇은 새침하게 혀를 내밀었고, 그에 케이던스는 자신에게 한숨을 쉬었다. 그 얼굴을 보고서도 화를 내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란 것을 알았기에. 화를 내는 대신 케이던스는 트와일라잇을 놀리기로 결정했고, 생각을 즉시 결행했다.

 

트와일라잇의 방긋 웃던 얼굴에 커다란 눈뭉치가 날아들었다.

 

“언니!”

 

“복수야,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은 훌륭한 아이였고, 그 말은 자신의 존경하는 언니의 행동을 곧잘 따라한다는 소리였다. 케이던스는 자신의 고귀한 얼굴에 침범한 눈뭉치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였다.

 

한동안 그들 사이에는 눈뭉치와 눈뭉치들이 자신의 존재를 계속해 증명하며 -그 증명은 보통 포니를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 데에 효과를 보였다- 날아다니는 논쟁의 장이 형성되었고 그들은 그런 사실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눈으로 이루어진 야트막한 동산이 만들어졌을 때 즈음, 그들은 자신의 몸이 호소하는 피로를 인정하기로 했고 눈밭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히히, 좋다.”

 

“아, 차가운걸.”

 

“그래도 좋은건 좋은거야.”

 

속편한 트와일라잇의 말에 케이던스도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스파이크는 거대한 얼굴을 자신의 발톱사이로 파묻었다.




그런다면 저 기뻐하는 트와일라잇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트와일라잇의 소리도 들리지 않겠지.


그렇다면 트와일라잇의 기억도 사라지겠지.


트와일라잇을 잊을 수 있겠지.



끔찍한 자기 기만이다. 스파이크는 자신이 평생동안 트와일라잇의 기억을 안고 가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절로 웃음이 터진다.


결코 기분좋은 웃음은 아니었다. 






"와 저것 좀 봐 언니! 눈송이 나무야!"


눈송이 나무란 기묘한 이름에 고개를 돌린 케이던스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송이나무.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기기묘묘하게 펼쳐진 나무가지 위로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위태로이 눈송이들은 그 위를 올라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떨어질것 같은 위태로움이지만 그곳에서는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트와일라잇은 해맑게 미소지었고 케이던스도 같이 웃어주었다.


아름다운 나무였다.


"예쁘다...."


"맞아, 이뻐!"


"트와일라잇."


"응?"


트와일라잇은 케이던스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케이던스는 입을 열었다.


"저건 눈송이 나무가 아니라 소나무라고 하는거야."


트와일라잇은 크게 한탄했다.






"나무 이름따윈 몰라도 돼!"


"알겠어, 트와일라잇. 그게 벌써 몇번째로 말하는 건줄은 아니?"


"몰라!"


트와일라잇은 사과를 던지면서도, 물풍선을 던지면서도, 군것질거리를 먹으면서도, 매물로 나온 책을 읽으면서도, 케이던스의 갈기를 핥으면서도(이는 상당히 복잡한 사건에 의해 일어난 일이었고 케이던스와 트와일라잇은 그 일이 끝난 후 5분만에 어떤 일이 있어도 침묵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케이던스의 고지식함과 나무 이름의 불가용성을 토로했고 케이던스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기도 했다.


온세상을 뒤덮고 있는 순백색에 대해서는 이제 슬슬 질리던 참이었고 배는 적당히 찼으며 이제 슬슬 낙조가 새하얄 것만 같던 눈들을 뒤덮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럼, 언니. 잘 가!"


"그래, 잘 가. 트와일라잇."


케이던스는 웃었다. 트와일라잇도 웃었






스파이크는 가지고 놀던 기억을 구석에 집어 던졌다.


그 나머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알면서도 그 이야기를 보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스파이크는 그 나머지 이야기들이 어떻게 진행될 지 잘 알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집에 들어간다. 가족들은 늦게 왔다면서 저녁을 내밀지만 트와일라잇은 아침의 일에 삐쳐있어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날밤, 샤이닝 아머는 자신이 산 인형을 트와일라잇의 머리맡에 올려놓는다. 다음날 아침, 트와일라잇은 기뻐하며 그 인형에게 '헛똑똑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스파이크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스파이크는 한숨을 내쉬었고 자신의 정신적 수음에 대해 한탄을 늘어놓았다. 멍청한 놈, 등신같은 놈.


스파이크의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조그마했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스파이크는 생각했다. 정말 수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레리티는 캔틀롯에 개인 부띠끄를 내어 유명한 디자이너로서 생을 마감했다. 핑키파이는 케잌의 명사가 되어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케잌을 다른 포니들에게 맛보여 주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플러터샤이는 자신의 집에서 동물들과 한 평생을 살았다.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레인보우 대쉬는 원더볼츠의 단장이 되어 아름다운 비행을 선보였고 은퇴하여 어린 생도들을 훈육하며 살았다. 그녀의 삶은 영광스러웠다. 애플잭은 사과나무의 새로운 종을 선보여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스파이크는 그녀들이 저주스러웠다. 이가 갈리도록 저주스러웠다.


어째서 트와일라잇은... 스파이크는 눈이 굴러 자신이 집어던진 기억에 시선이 닿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스파이크는 그 기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의 기억. 


트와일라잇이 죽어가며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그 현명하던 트와일라잇은 말년에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리게 되고, 그에 트와일라잇은 그런 자신을 두려워했다. 그러했던 그녀의 말년을 스파이크는 죄다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트와일라잇, 자신의 옷을 찾지 못하는 트와일라잇, 자신의 남편을 기억하지 못하는 트와일라잇.


스파이크를 망각한 트와일라잇.


스파이크는 아직도 그 날 자신을 바라보던 트와일라잇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거대한 공허만이 감도는 그녀의 동공 속에는 스파이크란 존재는 있지 않았다. 우웨에엑. 무슨 소리지?


뻔한 기만이다. 스파이크는 자신이 토해낸 토사물들을 바라보고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스파이크는 그 어지러운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트와일라잇이 죽을 때의 기분이었다. 트와일라잇이 마지막 숨을 결결히 내뱉을 때의 기분이었다. 그 때의 기억에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토막토막 잘려나간 그녀의 숨결은 스파이크의 모든 비늘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다. 저기 쌓여있는 기억 중에는 분명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기억도 있을 것이다.


스파이크는 그 트와일라잇의 기억을 두눈으로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끝없이 자신에게 몰려오는 죽음을 맨몸으로 받아치는 트와일라잇의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자신도 분명 그 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트와일라잇의 기억과는 분명 다르다. 직접 죽어가는 포니와 그걸 마냥 지켜본 포니의 사이에는 커다란 절벽이 놓여져 있다. 스파이크는 그 절벽을 넘을 자신이 없었다. 죽어가는 트와일라잇의 기억을 스파이크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만으로도 이미 스파이크는 질척한 절망에 빠져드는 듯만 했다.


그 날을 안다. 그 날, 트와일라잇이 죽던 날.



기억을 잃어가던 후 부터 공허한 눈빛뿐이었던 그녀의 눈가에 약간의 총기가 비치는 듯 했고, 그 마지막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트와일라잇의 모습에 스파이크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노쇠한 발굽은 바들바들 떨렸고 그 눈가에는 이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자만이 띄는 공허한 슬픔이 맴돌았다.


그녀가 정신을 잃고, 스파이크를 잊어버리고, 그저 무의미한 단어배열만을 하던 그녀의 입가에서 처음으로 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문장이  비져나왔다.


"스파이크, 가까이 와봐."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이름을 몇년만에 부른 것이지만 스파이크는 놀라지 않고 가까이 갔었다. 마치 무언가 홀린듯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트와일라잇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 받아."


무엇이었을까. 무엇일까. 스파이크의 몸은 트와일라잇보다 배는 커져있었고 스파이크의 손은 이미 트와일라잇을 한손으로 들 수 있을만큼 커져있었다. 그렇게 커다란 스파이크의 손이었지만 트와일라잇에게 내밀때의 그의 손은 마냥 떨리기만 했다.


트와일라잇은 작은 주머니를 그의 손에 내려놓았다.


"...... 이게, 뭐야,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커튼이 쳐진 창을 바라봤다. 그녀가 창문으로 뛰어내릴 뻔한 후로 결코 열리지 않은 창문이었다. 트와일라잇의 입술이 바들 떨리며 말이 새어나왔다.


"창문을... 열어줘."


스파이크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조용히 스파이크는 창문을 열었고, 하츠 워밍 이브의 시원한 바람이 그들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새그러운 바람이었다.


오랫동안 그들은 같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설탕마냥 하늘하늘 내리는 눈들이 창을 가득 채웠고 그 밖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수십년 간을 같이 했던 친구의 죽음을 맞이할 때임을 알았고, 트와일라잇은 입을 열었다.




"........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되묻지는 않았다.


스파이크가 돌아봤을 때는 이미 트와일라잇의 눈은 무거운 눈꺼풀에 잠겨있었다.








나중에 스파이크가 그 작은 주머니를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수많은 구슬들과 트와일라잇이 아꼈던 작은 인형 헛똑똑이, 그리고 작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여지껏 함께 해준 그에 대한 작은 감사와, 약간의 추억. 그리고...


'이게 내 선물이야, 스파이크. 해피 하츠 워밍 이브.'


그녀의 선물을 보고는 스파이크는 자신의 가슴이 쥐어 뜯기는 듯한 고통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녀가 앓던 기억을 잃는 병은 사실 병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몰래 그 구슬에 기억을 넣어뒀던 것이었다. 조금씩이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트와일라잇은 혼자 남을 스파이크에게 모든 기억을 넘겨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지독스런 고통이 파도가 되어 스파이크를 침식했다. 








수백번의 하츠 워밍 이브가 스파이크를 지나쳤다.









오늘도 다시 하츠 워밍 이브가 다가왔다.


스파이크는 구석에 놓인 트와일라잇의 기억들과, 이제는 다 해져 그 원 모습조차 기억하기 힘든 헛똑똑이를 바라봤다.




자신이 결코 트와일라잇을 잊지 못할 것임을 스파이크는 재차 되돌이키며 눈이 내리는 것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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