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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열쇠쥔 정부, 애꿎은 정유사 때리기
게시물ID : sisa_67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젤과그랬데
추천 : 3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4/16 12:47:35
휘발유값 열쇠쥔 정부, 애꿎은 정유사 때리기

최근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 사이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정유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정유사가 국제유가가 내려갈 때는 휘발유값을 '찔끔' 내리고 오를 때는 '왕창' 올렸다는 것이다.

우선 '내려갈 때는 찔끔 내렸다'는 얘기는, 올해 3월 두바이유가 지난해 7월 최고점에 비해 60%가 하락했는데 반해 국내 휘발유 가격은 19%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계산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계산은 대폭 오른 환율이 감안되지 않은 맹점이 있고 비교 대상도 국내 휘발유가격의 기준인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 대신 두바이유였다는 점도 잘못됐다.

◈휘발유값 내릴 땐 '찔끔' 오를 땐 '왕창'?…알고보니 정반대 
관련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7월, 당시 환율 1028.6원을 적용한 국제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71.8원(배럴당 134.7원), 국내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는 937.5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3월에는 각각 490.8원, 548.8원으로 내렸다. 즉, 국제적으로 유가가 내려갈 때 국내 정유사 공급가는 오히려 7.7원이 더 내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최저점 이후 '오를 때 왕창 올렸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환율(1386.2원)을 적용한 가격은 리터당 339.4원(국제휘발유), 412.6원(국내 정유사 공급가)으로 올해 3월 가격은 이에 비해 각각 151.3원, 136.2원씩이 비싸졌다. 다시 말해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 정유사 공급가는 15.1원이 덜 올랐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더 내리라며 정유업계를 공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다음달 1일부터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를 일주일단위로 공개하라고 압박중이다. 각 정유사별 공급 경쟁을 더 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런가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내 휘발유가가 국제유가에 잘 연동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낸데 이어 지금은 정유사와 주유소간 잘못된 구매계약이 시정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주유소가격을 공개한데 이어 9월에는 폴사인제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정유사를 '때리는' 방식으로 휘발유 가격을 내리려는 정부의 발상은 매우 위선적이다.

◈위선적인 정부…한쪽선 정유사 칭찬, 다른쪽선 험담
우선 정부는 정유사에 큰 빚을 지고 있다.

SK에너지의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26조 6000억원이었고 GS칼텍스의 수출액도 20조원에 이르렀다.

지식경제부는 이 두 회사에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됐다며 '150억불 수출탑'을 수여했다. 한쪽에서는 정유사를 칭찬하면서도 다른쪽에서는 정유사를 험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휘발유 가격 인하의 열쇠를 정유사가 아닌 자신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 전체의 영업이익율은 3.6%였다. 이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기름'을 팔아 얻은 영업이익율은 2.6%였다. 1000원을 팔아 26원 정도의 이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정유사는 최대 26원 밖에는 깎을 수 없는 처지다.

반면 정부는 정유사가 리터당 1553원인 휘발유를 팔면 세금 890원을 가져간다. 휘발유에는 교통세가 514원, 주행세 154원, 교육세 77원, 부가세 145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이달 말 부터는 교통세를 529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유류관련 세금만 25조원에 이른다. 전체 세수의 18%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휘발유 1ℓ에 세금 890원, 정유사 이익은 26원…부조리 개선해야
따라서 휘발유 가격의 57%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정부가 조금만 깎아도 휘발유 가격을 잡을 수 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 10%를 인하해 휘발유는 83원, 경유는 58원씩을 각각 내린 바 있다.

그러다가 올 초부터 이런 세금들을 다시 원위치 시켜 놨다. 세수 부족 문제 때문이다.

내년 세입예산이 5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자들의 세금만 깎아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가 리터당 890원에 이르는 유류세는 한 푼도 깎지 못하면서 26원 밖에 되지 않은 정유사의 영업이익을 손보겠다면, 결코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그럼에도 정유업계는 제대로 항변을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 동안 여러차례 정부에 설명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정부를 내놓고 비난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이런 부조리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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