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었는데 너무 어렵다면.... 무슨 내용인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내가 바본가?
아닙니다. 대부분은 엉터리 번역 탓입니다.
과제때문에 니콜라 테슬라와 토마스 에디슨의 전기들을 죽 읽고 있는데, 정말.. 수준 미달의 번역서들이 판을 칩니다.
솔직히 문학적 소양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똑바로 된 문장은 써야하는거 아닐까요. 한 대목 소개해봅니다.
"잔인한 형벌의 건에 관해 전기살해에 대항하며 주장될 수 있는 무게 있는 유일한 진술은, 그 적용으로 접촉점에서 범죄자의 살을 태울지도 모르고 그런 손상없이 가능한 전류의 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의 제국> p.247, 양문, 2005)
딱 봐도 영어식 문장을 단어만 번역해놓은 걸로 보입니다. 구글 번역기와 이 번역판이 다른 점이 뭘까요. 이런 번역서의 문제는 특히 공학계열 번역서에서 심합니다. 왜 통섭, 융합적 교육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예이지요. 공학도라고 해서 공학만 연구해서는 이 꼴이 난단 말입니다. 번역이란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 계열 전공에다가, 그 나라 언어를 할 줄 알 안다. 그러면 OK! ... 이런 수순이 눈에 선합니다. 한국말하고 한글 할 줄 안다고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번역은 2차 창작입니다... 어떻게 보면, 원작자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바뀐 언어로도 맛을 살려야하는 창작보다도 더 고된 작업일 수도 있는데.. 한숨이 나옵니다.
-> " 전기 살해라는 잔인한 형벌에 대해 반대 할 수 있는 유일한 진술은 범죄자에게 적용했을 때 범죄자의 살을 태우거나 신체를 손상시키지 않고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전류의 양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바꾸어 본다면 이 정도일 듯 하네요. 저도 앞 뒤 내용, 다른 책들과 전기 사형의 최초의 예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한 게 있기 때문에 저정도 순화가 가능한 겁니다. 이 책은 저런 문장이 무려 500페이지에 걸쳐서 쓰여져 있어요. 이건 번역가의 잘못이자, 편집부의 태만입니다. 어떻게 저런 수준 미달의 책이 당당히 출판될 수 있을까요. 한번이라도 교정을 거친다면 저런 문장을 눈뜨고 볼 출판사 편집장이 어디있겠습니까?
저도 공학도이고, 어떤 문학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잠시의 시간만 들여서 손보면 그래도 읽을만한 문장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렇게 해놓고도 번역했답시고 돈을 받았겠지요?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의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출판계에서 저런 번역서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은, 결국 그 책을 읽을 독자들의 혼란과 동시에 문장 구사력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 뻔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다,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말만하지 말고 우선 번역본들부터 손보는게 출판계로선 현명한 처사로 보입니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