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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마흔 두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692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97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0/06 19:21:49
출처 : http://blog.naver.com/angel0698/220122691817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PesUw



1.gif

김춘수, 부재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2.gif

박희준, 하늘냄새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3.gif

여림, 계단의 끝은 벼랑이었다




전화는 언제나 불통이었다

사람들은 늘 나를 배경으로 지나가고

어두워진 하늘에는 대형 네온이 달처럼 황망했었다

 

비상구마다 환하게 잠궈진 고립이 눈이 부셨고

나의 탈출은 그때마다 목발을 짚고 서 있었다

살아있는 날들이 징그러웠다

 

어디서나 계단의 끝은 벼랑이었고

목발을 쥔 나의 손은 수전증을 앓았다








4.gif

장현수, 혼자있어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없어

가끔 가슴이 아프다

그리움을 마음으로 전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그리움이 앞을

이슬처럼 눈물처럼 막아선다

멀리있어 그리운 것을

지금 인연으로 어쩔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었던 순간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

서로의 마음을 가슴에 묻고

늘 그자리 그곳에서 바위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태양빛에 바닷물이 마르는 그날까지

 

내 사랑은

혼자있을때도 울지않았으면 좋겠다








5.gif

이세룡, 산토끼를 위하여




별들이 얼마나 추울까

걱정하는 너의 목소리가

소리 없이 들리는 거야

 

그래도 눈이 내리면

네 마음에 기별 없는

내 사랑 마음이

바보같이 쌓이는 거야

 

이 겨울 밤

그래도 자꾸 눈이 내리면

나는 찬 손으로

떨어진 별 하나를 주워들고

뜨겁게 뜨겁게 입 맞추는 거야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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