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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버지가 동생 라면 끓여주다 통곡한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358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귀를기울이면
추천 : 28
조회수 : 1305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3/12/13 23:52:25

* 출처 : 클리앙 stellaris20님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25898843)




저는 타지에서 대학원 다니는 대학원생이고 동생은 공군 일병입니다.

동생이 휴가 나왔다길래 저도 동생보러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집에 왔더니 동생이 아버지 얘기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잠깐 밖에 나가셨고 집에는 아버지와 동생 둘뿐이었습니다.

동생이 집에 와서 밤에 게임하면서 놀고 있는데 아버지가 야식으로 뭐 먹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보더랍니다.

 

휴가 나와서 이미 이것저것 맛있는거 먹었기도 했고 해서 그냥 라면이나 끓여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아버지는 그 얘기를 듣고 동생 위해서 라면 끓여줬고 속도 없는 제 동생은 게임하다말고 와서 그 라면을 먹었죠.

근데 아버지가 동생 먹고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계시다가 조용히 안방으로 가시더랍니다.

 

동생은 별 생각없이 라면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던져놓고 다시 게임하러 가는데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화장실로 가보니 아버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수돗물 틀어놓고 울고 계셨는데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고 계셔서 동생은 차마 문을 열어볼 엄두도 안났다네요.

아무튼 살면서 동생이 아버지가 그렇게 우는건 처음 보는지라 멘붕해서 어머니가 돌아오셨을때 그 얘기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하는 말이 아마 아버지가 어머니(그러니까 저와 제 동생에겐 할머니) 생각이 나서 우신것 같다고 그럽니다.

 

 

할머니는 아버지까지 포함해서 3남2녀를 낳았는데 아버지가 막내여서 엄청 귀여워했답니다. 

그 시절 어르신들이 다 그랬듯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할머니가 특히 고생이 많았답니다.

할머니는 근처에 공장에 일을 나갔는데 거기서는 가끔 점심 겸 간식으로 건빵을 주었답니다.

근데 할머니는 건빵이 나올때마다 뜯지도 않으시고 아버지한테 갖다 주었답니다.

본인은 물만 마시면서 점심을 버티시고 말이죠.

당시에 어린아이였던 아버지는 할머니가 점심을 굶으시면서 일하는 것도 모르고 그 건빵을 받아먹으면서 좋아했답니다.

어쨌든 할머니께서 이런 식으로 젊은 나이에 몸을 혹사시키다 보니 결국에는 건강을 상하게 되어서

 지금 아버지 나이때쯤에는 정말 온갖 병을 다 안게 되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도 군대에 갈 나이가 되어서 전방으로 육군으로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군대에 가셨다가 몇달 뒤에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휴가 기간 동안 집에서 며칠 지내다가 자대로 복귀하는 날에 할머니가 아버지한테 라면을 끓여주셨답니다. 

할머니는 자식이 떠나니까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먹여 보내고 싶었던 거죠.

아버지는 괜찮다고 그냥 간다고 했지만 할머니가 고집을 부리셔서 어쩔수없이 라면을 먹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할머니는 라면을 끓여서 아버지한테 김치하고 같이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할머니가 끓여주신 라면을 받아보니 라면에 스프가 안 들어있었답니다.

스프를 뜯지도 않고 그냥 라면에 통째로 넣고 끓여버린 거죠.

 

그 라면을 보는 순간 그제서야 아버지는 직감했답니다. 아마도 이게 아마도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일 거라고요.

병세가 너무 깊어져서 스프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도 안 좋아지고, 정신도 약간 가물가물해지신 겁니다.

메이는 목으로 꾸역꾸역 맹물에 스프없는 라면을 먹고 아버지가 군대로 복귀하는데 할머니께서 집앞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셨답니다.

 

할머니께서 아버지에게 힘없이 손을 흔드시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말고 얼른 가라는 것처럼 보였다네요.

그게 아버지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답니다.

 

군대에 복귀하고 몇주 뒤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답니다. 군대에 있어서 아버지는 임종도 못 지켜드렸죠.

결국 그 스프없는 맹물라면이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해준 마지막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휴가 나온 동생에게 라면을 끓여주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통곡을 하신 겁니다. 벌써 삼십년 이상 지난 일인데도 말이죠.

 

동생이 이 얘기 듣고 정말 부모님한테 효도해야겠다 싶었답니다. 어머니 얘기 들으면서 동생도 울뻔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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