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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국가고시 26일 남겨놓고 다녀왔습니다
게시물ID : sisa_462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길
추천 : 7
조회수 : 8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4 20:22:02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4학년입니다

의사 국가고시 26일 남겨 놓고서

철도 없이 안녕하십니까!에 동참하고 왔습니다.

마침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를 보고서부터 마음에 뭔가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 3시에 고대에서 서울역 산책을 기획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새벽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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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모두가 안녕하지 못 한데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 안녕하지 못 한다는 말을 자신있게 내뱉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슬픈 일입니다
요즘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괜히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은 비단 저만 느끼는 일이 아니겠지요

본디 보수란 현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요, 진보는 새롭게 바꿔가자는 것이요,
우익이란 자유롭게 경쟁하자는 것이요, 좌익이란 보다 배려하며 나누며 가자는 것이라
그 어느 것도 옳고 그름이란 없는 것인데,
왜 이 나라는 보수=우익=수구꼴통이며 진보=좌익=좌빨좀비인 것입니까?
현재 것을 지키며 나누는 방법은 없는 것이며, 새롭게 바꾸면서자유롭게 경쟁하는 방법도 정녕 없단 말입니까?

대한민국은 헌법에 따라, 
민주공화국이므로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야 하며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는 진보적인 측면과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는 좌익의 사상과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는 우익의 사상을 모두 정의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헌법 전문 참조)

한마디로, 현재 대한민국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은
민주국가에서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국민 모두에게 주권이 돌아가기를 원치 않고
평화 통일이 아닌 북한과의 불화를 바라며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바라지 않는 자들이지,

우리 좀더 나누며 가자거나, 파업을 하거나, 북한과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자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응당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 뿐입니다.

지금 친구들만 볼 수 있는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합니다.
지금 자신있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현재 시국이 뒤숭숭합니다.
내 편, 네 편, 수구네 종북이네로 프레임을 씌워서 접근하지 않고 정말 우리 나라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부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현안들이 정의롭게 해결되어서
모두가 안녕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니, 최소한 안녕한지 안녕하지 않은지를 눈치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열심히 목소리를 내주는 분들, 모두 자랑스럽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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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오후 3시에 정대후문에서 보자는 글을 남기고 오늘 낮까지 자다가 기어나왔습니다.
하지만, 페북 글도 친구만 보기로 작성하였고, 참석해서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었지만 당당히 이야기 하지 못 했습니다

의과대학은 군대 다음으로 보수적이고 군기가 있는 곳이라서
학생회장만 해도 운동권으로 몰아가고
저는 이미 빨갱이네, 좌좀이네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놀랍게도 역시나 국가고시가 26일 남은 친구 하나가 나와주었고,
후배들도 여러명이 나와있었습니다.
정대 후문에 의예과 이름으로 대자보까지 붙인 자랑스런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묵묵히 정대 후문에서 시청 앞을 지나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서 왔습니다.
비록 남들은 공부할 때, 혼자서 뒤쳐졌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가장 자랑스런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의대 사람들이 그렇게나 나오는 것을 보고
역시 고대의대는 명문대였구나
그까짓 성추행 사건 따위에 주눅들어 있을 필요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또 후배들을 우연히 만났을 때 벅차오르던 감동이 아직도 잊히질 않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과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 누가 의대생은 다들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른다고 할 것입니까!


원래 겨울에 가장 추울 때 눈이 내리지만,
막상 눈이 내리고 나면 가장 따뜻한 날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삭막하고 어려운 이 때에
이 작은 울림이 따뜻한 눈송이가 되어,
전국에 퍼져 펑펑 내려서
가장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모두를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cf:저의 신상을 파려는 시도가 보이는 즉시 이 글을 삭제할 것입니다. 부디 누군지 알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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