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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6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shen★
추천 : 3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3/10/15 20:18:12
혹시 우리는 그들의 중얼거림을 그들의 주절임을 우리방식의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에 휩싸여
마음대로 무시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술주정...
헛소리라 치부하고
쓸모없다 무시했지만.
그건 예술... 혹은 시....
S에게...
그동안 잘 지냈는지..?
오랫동안 묻지 못했던 안부를 이제서야 묻게 되나 싶다.
내가 이사를 간 이후로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하고
친한 친구인 너를 너무 소홀히 대한 점 또한 양해를 구하고 싶구나
그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은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눈코뜰새없이 바빴다고나 할까?
하긴.. 자네의 표현을 빌리자면
또다시 혼자가 되었으니 혼자만의 자폐적인 생활속에서
나만의 작은 골방에서
일기장속에나 적을법한 글들을 적으며
또다시 혼자만의 슬픔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이곳의 풍경은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한적한 교외가 아니니 만큼
사람들의 북적거림과 소란함은 어쩔수 없이 겪어야 하는 난제일듯 하네.
그저 조용히 나만의 작은 골방에 앉아 녹차를 한잔 끓여마시면서
내 할일을 하는... 나를 꿈꿔왔지만..
동네아이들의 웅성거림 혹은 근처사람들의 시끄러움에 제대로 펜한번 잡지 못한채로
하루 하루를 아무의미없이 허비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쉬어 긴장이 되지 않을 정도지.
하긴 알콜에 잔뜩 쩔어있기에 쉬지 못하고 움직일 지도 모르겠네.
요즘 재채기를 자주 하곤 해..
코속도 자주 막혀서 힘들기도 하고 말이야.
없어진 줄 만 알았던 천식기운도 갑자기 도지는 바람에 근래 몇일간은 참 고생이 심했더랬지.
아무래도 술과 담배를 적당히 끊어주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
(술없는 나를 상상 하기도 힘들지만...)
요즘들어 더욱이나..
혼자서 근처의 수퍼마켓에서 사온 소주 너댓병을..
마시는일 이외에는..
별다른 여가생활을 즐기지는 못했던것 같네.
소주... 한잔에 만두 한개를 집어먹으니 조금 몸이 풀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소재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야.
왠 소주 한잔과 만두냐고?
그냥 옛날에 알고지내던 사람의 특이한 식성이라고나 할까..
어쩌다 보니 나도 만두를 참 좋아하게 되어서 말이야..
소주한잔에 약간 취기가 돌아..
잠깐 거리를 걸었어.
언제나 처럼 머릿속이 슬금히 울리는 그런 기분 과히 나쁘지만은 않더군..
꾸질꾸질한 때가 묻은 아파트 계단밑으로 한걸음 한걸음 넘어질까 조심조심 내려와
지친 얼굴로 앉아서 이런저런 반찬거리들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조심스레
무시한채로 계속 걸었지...
자그마한 상회들.. 기운없이 앉아있는 주인들...
그리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봤어.
골목대장격인 아이 하나를 따라서 우루루 의미없이 여기저기 달리는 통에
어른들은 짜증이 났는지 얼굴들에 화가 잔뜩 섞인 표정들을 하고 있더군..
그래도 그렇게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보고있노라니
우리들의 철없던 어린시절도 생각이 났어..
너와 나 그리고 P 이렇게 셋이서 몰려다니며 의미없는 장난들을 치고다니던 과거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 피식 웃었어.
거의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들 사이의 골목길을 지나서..
무한정 걸었지...
간혹가다 눈에 뜨이는 노란색 분홍색 색색들이 꽃들이 지금은 봄이라고 알리려 아우성을 치는 듯 하고 말이야..
향긋한 꽃내음새 맡으며 계속 걸었지...
새로운 곳이라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걷고 있노라니 괜히 우리 누이가 떠올랐어.
지금쯤 어떤 곳에 있을까...
어린시절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면서 때때로 재미난 옛날 얘기들을 들려주던 우리 누이말이야.
공부하러 멀리멀리 간다던 우리 아버지의 말을 그당시는 굳게 믿었지만...
몇일 밤만 자면 곧 돌아온다던 우리 어머니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번지르르한 대머리 아저씨의 기름진 얼굴을 생각해보노라면.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과 입맛을 다시며 아름답던 우리 누이의 얼굴에 흉칙스러운
손을 가져다 대던걸 생각해보면
내가 어찌 속았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곤 해..
우리 누이.. 노란색 꽃을 참으로 좋아했었는데 말이야...
아직까지 누이의 곱디 곱던 얼굴을 잊지 못하는걸 보면
내가 아직까지 여자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것이 이해가 조금 되기도 하겠지..?
(자네의 자그마한 비웃음이 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왠지 궁금하군)
언젠가부터 돌아오지 않던 누이를 기다리기 보다는
그녀의 생환여부를 알고싶어했고..
또 언젠가부터 그 보다는
그녀가 잘 살아있기를 바래기만 했지.
혹은
그녀가 그저 작은 미소만이라도 입가에 항상 띄우고 살 수 있기를 바랬는 지도 몰라.
어떤 환경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정말 지옥처럼 고통스러운 그런 곳에 떨어졌다면
차라리 살아서 평생동안 치욕스러운 곳에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실수로라도 나와 어딘가에서 마주쳐..
평생 꿈에서라도 잊지 못하던 내 얼굴 기억할 누이가
더 큰 실의에 빠지지 않기를 기원한 적도 있어.
그래.
차라리 죽음이 더 그녀에게 행복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던것 같기는 하네..
역시 나는 자네의 말대로 남들이 1년치 슬플 것을 혼자 다 마셔버리고 취한 놈 같기도 하네.
정말 요즘들어 별것 아닌 것으로도 혼자 슬퍼지더라니깐....
아무튼
그렇게 한껏 혼자만의 상념에 빠진채로 골목길을 걷고 있다가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 보았어.
회색 얼룩진털에 노오란 눈을 치켜뜨고 사납게 그르렁 거리며 그네의 손톱을 잔뜩 치켜세운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고작 고양이 한 마리였지만
왠지 알게 모르게 친숙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게..
괜히 정이 갔지.
(비록 그 고양이의 발톱은 나를향해 곤두서 있었지만..)
그 고양이는 내가 어디로 걸어가던지 간에 나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지
어린 시절 나를 지켜주지 못한 누이의 한이 그 고양이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을까...
혼자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미친듯이 웃어버렸어..
고작 고양이 한 마리였는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을 한 것은 아닌가...
싶더라고.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계속 걸었지
그렇게 계속 걷다가 또 누군가 나를 자꾸 바라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역시.
고작 고양이 한 마리였지만
나를 모든지 알고 있다는 듯한 눈초리..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눈초리..
'술기운이었겠지..'
생각하고 싶어.
그렇게 계속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더이상 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어
고작 고양이 한 마리였는데
뭐 그리 신경을 썼었나 생각을 해보니 역시 또 웃음이 나오더군...
하지만 그녀석의 눈매는 제법 매웠고
어쩐지 모르게 나를 비웃는 듯한 눈초리는 잊혀지지 않더군..
고작 고양이 한마리 뿐일텐데도...
그리고 계속해서 걷다보니..
파란색 지붕의 작은 판자집 옆으로 뚫려있는 골목길로 접어들었어.
작은 판자집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더군.
그 많은 집들 사이에 왜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무도 없는 적막감이 내 마음에 쏘옥 들었을까...
고요함 속에서 나만의 생각을 홀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까...
담벼락의 그늘이 땀을 잘 흘리는 나에게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 주기도 했고...
나는 잠시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 한개피를 피고싶은 욕망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던것 같기도 해..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였을까
빨래들을 말리느라 옷들이 잔뜩 집밖으로 나와있었어..
빨래들 그 특유의 비눗냄세가 내 코를 찌르고..
새들의 지저귐이 내 귓가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것을 즐기며
한발자국 한발자국 주위를 살피며
나는 계속 걸었어..
(왜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던 것 같지만..)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잔뜩 옹쳐있는 내 가슴을 한껏 펴보았어.
때로는... 자유를 얻고 싶기도 했는데..
(하지만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나로써는....)
그렇게
주위를 찬찬히 훑어보며 길을 걷다가 보니
작은 포장마차가 하나 눈에 띄였어
어두워질 때도 아닌데
포장마차안에서 아주머니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덥수룩한 머리에 아무렇게나 기른 수염. 검고 야윈 얼굴에
그다지 춥지 않은 서늘한 봄날씨인데도 잔뜩 껴입은
(...자네가 봤으면 더럽다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 아저씨 한분이 술잔을 홀로 기울이고 있었지..
나도 술한잔 더 마시고 싶어 아직
어두워질 때도 아닌데
포장마차 안으로 걸음을 옮겼어.
포장마차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허름한.. 작은 곳이었지..
고개를 흔들면서 어딘가 불편하다는 듯이 아픈 표정으로 양팔을 모으고선
눈을 감고 있는 아주머니를 소리쳐 깨운뒤
소주한병과 오뎅 두어개를 달라고 했지.
아무말 없이 판때기 밑에서 별로 시원해 보이지 않는 소주 한병...을 턱하니 놓고
오뎅은 알아서 주워먹으라고 퉁명스레 말하고는 다시 꾸벅꾸벅 조는거야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지만.. 내가 괜히 낮잠을 방해해서 미안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조차 들었지...
아직 어두워질 때도 아닌데 술을 마시는 내가 어딘지 모르게 우습게 보이기도 했었을까..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그 아저씨는 나를 보며 알수없는 비웃음을 남기며
투덜대며 술잔을 비워갔어.
아니, 무어라고 내게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
다만 그게 내게는 자잘한 투덜거림으로 들렸을 지도 모르지..
그 아저씨는 쉴새없이 중얼거리고는 했어..
벌써 많이 마신건지. 얼굴은 시뻘개져 있었고
아저씨의 주위엔 오뎅국물 한그릇 조차도 놓여있지 않았지.
나도 그다지 신경쓴 편은 아니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말이야...
그때였어..
내 눈에 아까전의 그 기분나쁜 고양이가 눈에 또 띄인 것은..
그냥 웃어버렸지
설마 같은 고양이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고.
하지만..
나를 향해 왠지 모를 미소를 짓는 그 고양이가 싫지만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었지.
고작 고양이 한마리 였을 뿐인데..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나 할까..
(아마 취했었는지도 모르지..)
그때..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내쪽을 바라보았어..
나도 왠지 알딸딸한 기분이랄까..
별로 신경쓰지 않은채로 나를 자꾸 노려보는 그 고양이를 노려보는 중이었지..
(어떻게 그가 나를 보고 있었는 지 알았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건가?"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어.
둔탁하고 어쩐지 모르게 목에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마지막 부분만 간신히
알아들을수 있을 목소리로 말하더군.
"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나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지.
하긴.. 그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일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어.
"엄마.. 인가..? 아냐아냐.."
횡설수설.. 이었지..
잠깐 그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려다가. 섬찟한 느낌을 받고선 고양이를 다시 바라봤어.
설마 저 고양이가....
"아냐아냐 거기가 아냐.."
그 아저씨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나에게 타이르듯 말했어.
"네..?"
나는 놀란듯이 되물었지만 그는 여유로운..(그런 표정이었다고 믿고싶네만..)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기만 할 뿐이었지..
"그래...네 누이로군?"
그가 왠지 모르게 비웃는 듯한 어투로 툭 한마디 던지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왠지 모르게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지..
하필이면.. 그래 하필이면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였으니까..
"푸후후....."
그는 포장마차의 식탁을 쾅 하고 두들기며 웃어버렸어..
그리고는 몇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술잔을 비웠어.
그리곤 내게 그의 술잔을 내밀더군?
서둘러 내 소주병을 들고 한잔 따라주려니
내 손에 아예 소주잔을 쥐이고는 한잔 가득 따라주더군
고개 돌려 한잔 마시고는 다시 한잔을 따라주려니.
투덜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어.
"네 뒤에.. 울것만 같은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그는 다시 말을 시작했지.
"나이는 10대 후반.. 20대 초반.. 아무려면 어떠냐.. 그래.. "
"저 고양이.. 말씀이십니까?"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말을 이어나갔어
"고양이는 나와 같은 눈을 하고있지.."
"....제 누이를 보고 계시는군요"
"누이냐? 하하.. 참으로 곱구나.."
"행복하답니까?"
"너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인양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과히 행복한 상태로 죽은 모습은 아니로구나"
"어떤.. 모습입니까?"
"그러니깐 내가 술을 마시지 않겠느냐 하하하"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술을 털어넣고는 내 술병을 쥐고 남은 술을
모조리 마셔버렸어.
"잊고 싶노라.. 잊고 싶노라.. 보고싶지 않구나.. 이세상.."
그리곤 취한듯.. 어디론가 걸어갔지.
나 역시 취한듯 그의 발자국만을 바라볼 뿐이었고..
그의 술값을 졸지에 내가 내게 되었지만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아마 내가 혼자만의 슬픔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모습이
우리 누이에게 커다란 짐이 되어
아직까지 이승을 떠돌아 다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
뭐 아무려면 어떠냐..
고작 고양이 한마리가..
나보다 많은 것을 보는 이 세상 따위...
과연 그는 누구였을까..?
그저 우연히 내 눈가에 치인 하나의 술에 취한 남자였을까..
아니면.
내 마음의 고독에 내 누이가 보낸
선물이었을까..?
이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놓고는 이제 다시
펜을 잡아야 겠지 싶구나.
사랑했던 누이에게 안부인사를 전해주고 싶다..
잘 지내겠지 친우야.
너에게 안부의 편지를 보낸다.
2003년 9월 10일
작은 골방에서
by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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