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명수옹 좋아하는 팬으로서 쉴드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작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좀비특집 본편에서도 나오고, 그 전에도 예고편으로, 이후에도 200회 특집 등 잊을만하면 한번씩 말해주는 것처럼. 넓은 세트장, 엄청난 수의 엑스트라, 실력있는 특수분장 팀, 그 외의 모든 것들. 하여튼 준비 엄청 했습니다. 방송 한번 내보내면 제작진들 못해도 2~3주는 푹 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도 했죠. 시청자들도 엄청 기대했습니다. 이건 대박이다!! 대한민국 역대급 예능특집 나오겠구나!!! ...했는데 ㅠㅠ
아무튼 드디어 녹화 당일. 준비된 세트장에 맴버들 모아놓고 (안타깝게도 비중이 공기였던) 서인영도 게스트로 모시고 잘 만든 세트장에서 서바이벌 특집한다고 속였습니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좀비들 ㅎㄷㄷ;; 이때 정말로 사전고지가 없었는지 아니면 평소 하던대로 유재석 한테만 살짝 귀띔해 줬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일단 맴버들이 김보미 박사의 녹음 테이프가 있는 건물로 들어가서 "백신을 찾아 질병관리본부에 넘겨라" 라는 지령을 듣는데 까지는 성공합니다. 자, 문제는 여기서 부터 하나둘 씩 터져나옵니다.
바깥에는 좀비들이 다 부숴버리고 쳐들어올 기세로 우글거리는 상황. 맴버들은 패닉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누가봐도 딱 준비해 놓은듯한 사다리와 환풍구를 발견합니다. 맴버들은 저곳을 통해서 나가면 되겠구나! 라고 결론짓죠. 근데 이게 좀 높아요;; 겁은 겁대로 집어먹고 당시 결혼도 안해서 든든한 마음의 버팀목이 없었던 준하형이 이게 예능인지 현실인지 구분못하고 '나 무서워 엉엉' 하면서 다른 길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기어이 찾았어요! 건물 뒤쪽에 제작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작은 문이 있었던 겁니다. 주나형은 옳다구나 하면서 사다리 오르려는 다른 맴버들 보고 그쪽이 아니라며 이쪽이라고 낄낄거립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그쪽(사다리) 맞다고!!" 라고 했는데... 전 공감이 안되더군요.
좀비특집을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정준하는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아프리카 방송인. 그리고 제작진 및 시청자는 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죠. 일단 실제 그당시 준하형의 상태는 무시하고. 플레이어 정준하는 앞에 사다리를 발견하지만 어드벤처 게이머 특유의 탐구열이 발동되어 다른 곳을 뒤져봅니다. 놓친 아이템이 있을까, 혹시 다른 길이 있나? 그리고 길을 발견합니다. 건물 뒤로 나가는 문이었죠. 여기서 플레이어 정준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처음 발견했던 사다리를 탈까? 아니면 이 길로 나가볼까? 주의할 점은 플레이어 정준하는 이 게임을 처음 해봅니다. 어느쪽이 맞는 길인지 알 턱이 없죠. 그래서 자신의 촉대로 뒷문을 선택합니다. 이런, 채팅창이 엉망입니다. "그쪽 길 아니라고!!!"로 도배되었네요. 정준하는 게임 플레이의 자유성을 중요시하는 방송인입니다. 화가난 정준하는 채팅창을 닫아버리고 게임도 끄고 방송도 접습니다....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자, 다시 돌아와서... 한편, 이미 사다리를 오른 노홍철과 잔진, 명수옹 쪽에서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바로 그 사건이 벌어지죠. 명수옹이 사다리를 오르자마자 악마의 본성이 되살아나 나머지 맴버들이 오르지 못하게 사다리를 밀어버립니다. 여기서 또 자막으로 "2달 걸린 세트준비, 완벽했던 시나리오, 좀비특집 완☆전☆붕☆괴!!" 막 이러는데.. 시청자들의 불쾌여부는 일단 배제하고, 명수옹은 그냥 평소 본인 캐릭터대로 깽판부린 거 뿐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다리야 다시 세우면 그만이죠. 실제로 이후 좀비들이 우당탕 하면서 쳐들어오자 [정준하, 유재석, 서인영] 파티는 준하형이 발견한 뒷문으로 도망치고, 이도저도 아니었던 정형돈은 그냥 사다리를 다시 세우고 환풍구로 올라갔습니다. 어쨌든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서 팀이 나눠지게 되었죠.
이후 전개는 루즈하게 진행됩니다. 명수옹 파티는 올드&영 악마에 의해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짬이 덜찬 전진이 가장 먼저 미끼로 희생됩니다. 근데 명수옹과 홍철이는 전진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듭니다. 전진이 좀비들을 막는동안 도망쳐야 하는데 그냥 그자리에서 수수방관... 결국 좀비들에게 발각된 채 이도저도 못하다가 정형돈을 선두로 다시 환풍구를 통해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반대편에서 좀비들이 기어옵니다. (제작진이 준비한대로) 맞는 길을 선택했으나 팀원이 엉망이라서 결국 전멸하고 맙니다. 악역에 걸맞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죠.
한편 (제작진이 미처 생각못한) 다른 루트를 선택한 정준하 파티는.. 다를 게 없습니다. 환풍구 쪽과 마찬가지로 이쪽 루트도 좀비들의 숫자가 적긴 하지만 제작진이 유인책 같은 것도 준비하지 않은 그냥 허허벌판이라서 무조건 닥돌해야 합니다.(<- 이건 환풍구 쪽도 사실상 마찬가지) 둔한 준하형이 먼저 희생됩니다. 챙기지도 않을거면서 이름만 그렇게 불러댔던 서인영도 운명을 다합니다. 어쩌다 보니 자타공인 최고의 겁쟁이 유재석의 손에 지구의 운명이 걸리고 맙니다;; 틀린 루트를 선택했음에도 무사히 전동차에 탑승해서 보건소에 도착. 용감하게 혼자서 보건소에 들어가 백신을 가져오지만... 이후는 다들 아시다시피 와장창! 망했어요~
저의 기억과 위키를 참조해서 정리해 보았는데 혹시나 틀린 게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분명한 건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박명수가 사다리를 쓰러뜨린 건 이번 특집이 망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라는 겁니다.
문제점을 하나하나 꼽자면 정리가 안될 것 같아서 일단 크게 3가지로 나눠보겠습니다.
첫째, 맴버들에게 사전 공지를 "전혀" 안했다. 유재석 한테는 조금 해줬을 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서바이벌 특집인 것처럼 하다가 반전이 있을 거다. 아니면 갑자기 뭐가 막 우르르 몰려올가다. 같은 식으로요.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제작진의 주장대로라면 진행 내용에 대해서는 몰라야 할테니 많이 가르쳐주지는 않았겠죠. 유재석은 제작진이 맞다고 하는 환풍구를 놔두고 다른 길로 갔으니까요. 하여튼 제작진은 맴버들에게 이번 특집의 진행 내용 등 그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사지에 휙 하고 던져넣었습니다. (맴버들 입장에서는) 도를 넘어선 이번 특집의 무시무시한 상황에 적응되기도 전에 겁부터 잔뜩 집어먹고 제대로된 판단도 못하는 상태인데다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제작진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둘째, 맴버들의 돌발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위의 결론이랑 비슷한데, 일단 제작진이 말한대로 시나리오는 주말예능에 걸맞게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근데 맴버들한테 아무말도 안해줬는데 자기들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거죠. 200회 특집에서 김태호 PD가 말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서로 협력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이 말만 봐도 맴버들 각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무조건 자기들 뜻대로 움직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안되니까 자막으로 테러나 했죠. 게임 처음하는 사람한테 "왜 공략대로 안하니!!" 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한번 제대로 데였는지 이후 추격전에서는 돌발행동에 대한 대처를 잘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시나리오는 완벽한데 "의외로" 준비가 허술했다. 사실 이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고, 저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준하형이 다른 길을 발견했다는 것부터 망할 조짐이 보였습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길은 오직 "사다리를 오르고 환풍구를 통해서 뒷쪽으로 나가라" 하나 뿐이었는데 준하형이 다른 길을 발견해 버립니다. 길을 딱 하나만 만들 예정이었다면 다른 길은 모조리 막았어야 했는데 미처 처리를 못한 거였죠. 이건 안타까운 실수였습니다만.. 그 다음, 일단 어느쪽이든 좀비들의 숫자가 적은 건물 뒤쪽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방송에 미처 못나온 건지는 몰라도 전동차까지 가는 길목에 좀비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좀비들 눈을 피해서 갈 수 있는 샛길이라거나 유인할 수 있는 장치도 없죠. 한마디로 전동차까지 닥돌하라는 겁니다. 여기서 분명 희생자들이 속출하겠죠. 예능용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행여나 엑스트라 좀비분들이 연기에 몰입해서 모조리 잡아뜯어버렸다면.... 이 이후는 백신을 깨지기 쉬운 유리병으로 만들었다는 거 빼고는 딱히 없네요. 하나 더 꼽자면, 엑스트라 분들한테 연기 지도를 잘 안한 거 같네요. 아니면 그분들이 잘 안들었거나;; 어떨때는 어기적 거리는데, 어떨때는 새벽의 저주 좀비들마냥 육상선수 뺨치는 속도로 달려들고...
최근의 무한도전 상황을 보자면, 첫번째는 요즘도 여전히 유재석 이외의 맴버들 한테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도 문제없이 진행되는 만큼, 맴버들의 예능감이 상승해서 다 받쳐줄 수 있는 겁니다. 두번째, 세번째의 경우는 여러번의 추격전 및 심리전 끝에 작가들의 실력이나 맴버들의 예능감 덕분에 엄청나게 발전해서 사실상 몇몇 흠이 있는 것 말고는 이제는 드러나지 않죠. 따지고 보면 이 망한 좀비특집 덕분에 이후 무한도전에서 추격전 등을 할 때의 시나리오 및 돌발상황 등에 적절히 대처하여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명수옹이 요즘 또 잘나간다고 이번 추격전에서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고 욕을 먹은 탓에 안타깝기도 하고, 때마침 좀비특집이 명수옹 탓이냐는 글이 보여서 한번 싸질러 봤습니다. 콩깎지가 씌였는지 개인적으로 명수옹은 너무한 것 아니라면 뭘해도 좋고, 삐그덕거려서 욕먹으면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네요;; 다른 분들도 저같이 생각하는 맴버들 한명씩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것이라는 걸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