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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거북이 접었던 ssul
게시물ID : humorbest_6941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둠의정령
추천 : 76
조회수 : 583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12 08:50:3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11 20:28:42
 
 
 배고픈데 먹을게 없으므로 음슴체.
 
 
 2010년이었으니까 3년 전 일임.
 
 나는 07학번 법학과였는데 학교에 로스쿨이 들어서면서 08학번 이후 후배가 더이상 들어오지 않게 되어버림.
 
 덕분에 새학기가 막 시작된 3월이었음에도 나와 친구는 딱히 참여할 행사도 없고 잉여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일단 친구는 편의상 B라고 칭하겠음.
 
 당시 슬슬 소위 '퇴물' 학번이 되어가고 있던 B와 나는
 
 '좋아! 이제 정말 공부 뿐이야!' 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열람실에 발도장을 찍었음.
 
 당연히 '생각만' 했을 뿐... 수 년에 걸친 농땡이 생활로 우린 이미 책상에 오래 앉을 수 없는 몸으로 퇴화해있었슴...
 
 그래도 차마 대놓고 놀러갈 순 없었기에
 
 우린 보통 도서관 휴게실에 축 늘어져서 헛되이 시간을 보내곤 했음.
 
 
 그러던 어느날임.
 
 우리 학교 도서관은 좌석배정기에서 좌석을 고르고 좌석배정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열람실 자리를 맡게되어있었음.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어쨌거나 그 날도 B랑 나는 붙은 자리를 맡아서 나란히 앉았는데
 
 평소엔 항상 먼저 휴게실로 탈출을 권하던 B녀석이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있는거임...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난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빼고 B가 뭘하나 슬쩍 훔쳐봤는데
 
 역시나 공부를 하는건 아니었고 손을 꼬물딱거리면서 뭔갈 만들고 있는 거임
 
 뭘하는건지 궁금했던 난 B를 톡톡 쳐 휴게실로 불러냈음
 
 그래서 휴게실로 나오자마자 B가 나한테 보여준 것은 바로
 
 좌석배정표를 꼬깃꼬깃 접어서 만든 쪼끄마한 거북이였음.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거임.
 
 
거북이.JPG
출처 : http://to_ot0_0to_o.blog.me/70167451129
 
 
 그렇슴
 
 바로 이 거북이 접기임 ㅇㅇ;
 
 좌석배정표로 이거 접는다고 조용히 있었던 거였음...
 
 사람이 심심하면 참 별걸 다 재밌어한다더니
 
 좌석표로 거북이 접어놓고 낄낄거리며 좋아하는 B가 하도 어이가 없더라구...그래서 나는
 
 
 어떻게 접는건지 당장 가르쳐달라고 졸랐음
 
 
 그러하다 나란 남자 거북이 접을줄 모르는 남자
 
 결국 나는 B에게 거북이접는 방법을 사사받아 22살 평생 처음으로 거북이를 접을 수 있게 되엇슴...
 
 솔직히 귀엽잖음?? 등짝이 빵빵한게...등짝을 보자 헉헉
 
 아 무튼 본론은 이게 아니고
 
 거북이의 빵빵한 등짝의 매력에 빠진 나는
 
 왠지 좀 더 커다란 거북이를 접고 싶어졌음...
 
 뭐 그런거 있잖음.
 
 작은 풍선을 가지고 놀다보니 큰 풍선이 갖고 싶어지게 되는...
 
 어쨌거나
 
 즉시 난 가방에 짱박혀있던 폐 프린트를 꺼내서
 
 정사각형으로 잘라서 거북이를 접었음
 
 와 근데 접고나니 그럴싸한거임! 등짝도 더 거대하고! 입체적이고! 풍성함!
 
 지금생각해보면 병신같지만
 
 그렇게 거북이 접기에 재미가 들린 B와 나는
 
 엄청엄청 커다란 거북이가 접고 싶어졌음...!
 
 그래서 도서관에서 뛰쳐나와서 건물들을 돌기 시작했음...
 
 마침 새학기라 공고문이나 광고들도 많이 붙어 있어서
 
 커다란 종들을 자주 볼 수 있었음.
 
 그래서 그 중 제일 크다싶은 종이를 골라서 몰래 뜯어왔는데
 
 참 뜯어오는 장면도 ㅋㅋㅋㅋ 가관이었음 ㅋㅋㅋㅋ
 
 내가 낑낑거리면서 윗부분 스테이플러 뽑는 동안 B는 열심히 주변 감시함ㅋㅋㅋㅋㅋㅋ
 
 아...어쨌거나 본의아니게 광고지를 도둑맞으신 누군가에겐 뒤늦게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사상초유의 일이었을듯...
 
 
 뜯어온 광고지는 꽤나 컸음. 일단 최소한 내 상체 몸뚱이보단 컸으니...휴게실 책상에 펼쳐놔도 짜투리가 좀 남을 정도?
 
 아무튼 접기 시작함.
 
 접는건...뭐...휴게실에서 남자 둘이서 거대 광고지가지고 낑낑거리며 거북이 접는게 매우 추했을거란 것만 제외하면
 
 그닥 어렵지 않았음. 5분 정도만에 완성됨.
 
 그리고 우린 매우 만족했음 ㅋㅋㅋㅋㅋ
 
 와ㅋㅋㅋㅋㅋㅋ 당시 내가 들고 다니던 백팩 크기랑 거의 맞먹는거임ㅋㅋㅋㅋ 등짝이 거의 CRT모니터 정도??
 
 둘이서 ㅋㅋㅋㅋㅋ 술좋아하는 동기 여자애한테 술담아서 선물하면 좋아하겠다고ㅋㅋㅋㅋ 낄낄거리면서 신나하고 있었음
 
 
 아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ㅅㅂ;
 
 
 문득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 난 B한테 '이 왕거북이 오늘 내가 좀 가져가서 써야겄다 ㅋㅋㅋ' 하고 들고 나왔음...
 
 당시엔 나에겐 10학번 신입생이던 썸녀가 있었는데...
 
 왠지 얘한테 드립을 꼭 치고 싶었던거임...
 
 그래서 그 왕거북이 가방에 조심스레 넣고 챙긴 다음에
 
 저녁에 그 썸녀와 만났음...
 
 하루 빨리 빵 터지는 드립을 치고 싶었던 나는
 
 우선 좌석배정표로 만든 작은 거북이를 선물이라며 걔한테 줬음..
 
 사실 학종이도 아니고 좌석배정표 흰종이로 접은 거북이를 선물이랍시고 주는 것부터가 이상했을 텐데
 
 어쨌거나 그 아이는 '아ㅎㅎ 귀엽네요 오빠 ㅎㅎ 고마워요..' 이러고 적당히 받아줌.
 
 그래서 난 곧바로
 
 'ㅋㅋㅋ 그거 좀 너무 작아서 아쉽지? 자 ㅋㅋㅋ'
 
 이러고 A4 이면지로 만든 큼직한 거북이를 건네줬음. 그러니까 '아...?' 뭐 이런 반응 보이면서 받았는데,
 
 이미 난 개그욕심에 폭주를 멈출 수 업ㅂ었음
 
 그래서 결국
 
 '그것도ㅋㅋㅋ 너무ㅋㅋㅋ 작지? ㅋㅋㅋ'
 
 하면서 가방에서 왕거북이를 꺼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질줄 알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빵터지긴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년만에 왔던 내 썸이ㅋㅋㅋㅋㅋㅋ 빵! 하고 공중분해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터지라는 웃음은 안터지고.................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걔는 참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싶음...
 
 길거리에서 난데없이 썸남이 가방에서 사람 몸통만한 거북이를 꺼내주면...
 
 후.........
 
 그 거북이 도로 가져와서 집 찬장에 박아놨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잘 모르겠음...
 
 베스트 가면 찾아보고 인증함!
 
 
 
 어쨌거나 결론은
 
 안생겨요...
 
 
 
 그리고 B는
 
 뒤늦게 입대했어요 ㅋㅋㅋㅋ 저번달에....
 
 
 
 아 ㅋㅋㅋㅋㅋ 마무리가 안돼 ㅋㅋㅋㅋㅋ
 
 그냥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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