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중국이 1990년대 말 도굴당한 지린성 지안시의 고구려 고분벽화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 당국에 반환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중국 국가문물국은 최근 이건무 문화재청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도굴된 지안시의 고구려 고분군 1호분 3실의 벽화가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반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중국 당국은 "도굴꾼 3명은 고분벽화 여러 점을 훔쳤다가 법에 따라 형을 선고받았다"며 "이들은 한국고미술협회의 고위 간부로부터 교사를 받아 범행했으며 이 벽화가 한국으로 넘어갔다고 공통된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국제공약에 따라 고구려 고분벽화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찬란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MBC PD수첩이 최근 고구려 고분벽화 도굴 문제를 다룬 것을 계기로 반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중국이 도난당한 고구려 벽화의 반환을 요청해 옴에 따라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경찰청을 비롯해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력해 벽화의 소재 파악과 함께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추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고구려 고분벽화가 한국에 있다며 돌려 달라고 문제를 제기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경위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모씨 등 조선족 3명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고구려 고분 장천1호분과 삼실총의 벽화를 훔쳐 한국인 이모씨에게 팔아넘긴 혐의로 2003년 검거돼 사형에 처해졌다.
이들이 훔친 벽화에는 출행도(出行圖), 청룡도(靑龍圖), 백호도(白虎圖), 현무도(玄武圖), 무금무악도(撫琴舞樂圖), 비봉도(飛鳳圖), 공양인도(供養人圖), 백희도(百戱圖), 무사도(武士圖) 등이 포함됐다.
삼실총은 고구려 국내성 터에서 가까운 지안시 우산촌 남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세 개의 방이 'ㄷ'자 형으로 이어져 있는 구조 때문에 삼실(三室)이란 이름이 붙었다. 1913년 벽화가 확인됐고 1975년 벽화의 보존처리가 이뤄졌다. 밑지름 20m, 높이 4.4m에 이르며 무인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장천1호분은 지안 시내에서 압록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이곳의 예불도와 생활풍속도 등은 고구려의 신앙 생활과 풍속을 알려주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돼 왔다. 둘레 88.8m, 높이 약 6m에 이르는 무덤으로 1970년 발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