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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멍청한 사람의 예
게시물ID : gomin_940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알김총장
추천 : 7
조회수 : 40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5 18:15:53
올해로 스물다섯 남자입니다.
 
어머니가 무릎수술을 하셧는데 걷기가 힘들어서 휠체어를 끌고다녀야되셔서 2주간 간병을 해드리고있던중이였습니다.
 
아침11시쯤에 가서 저녁 8시에 집에돌아가는게 2주간의 일상이였구요.
 
 
어느날밤에 있던일입니다.
 
어김없이 간병후에 저는 집으로 걸어가고있었습니다. 약 40분정도 걸어가야되는 길이였는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도중에 앞에 눈에 띄는 분이 한분 계셧습니다.
 
            ㅣ 인 ㅣ        ㅣ
            ㅣ 도 ㅣ    차 ㅣ
---------X                ------  
    골목
---------                  ------  
            ㅣ    ㅣ     로ㅣ
            ㅣ  oㅣ        ㅣ
 
O 가 제가 있던 위치고, X가 오늘말씀드릴분입니다.
 
차렷자세로 앞뒤로 휘청거리시는겁니다. 그분을 보고있는중에 좌측골목에서 택시가 앞에 라이트를 키면서 차로로 진입하는순간
 
발을 중심으로 아무런 보호자세도 취하지않은채로 넘어지시더라구요. (막대기를 쓰러뜨리는것처럼 ..)
 
그분은 바로 머리를 직통으로 콘크리트에 박으셧고, 저는 너무놀라 이어폰을 빼고 뛰어갔습니다.
 
혹시모를상황에 대비해서 심폐소생술이나 응급다큐에서 보던 응급조치를 떠올리다 .. 심지어 블랙잭까지 생각나더라구요 --..
 
아무튼 머리를 박는소리도 꽤나 컷기때문에 일단 양 어깨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누운상태에서도 아저씨는 몇초간을 정면을 주시하고계셧고, 일단 의식을 찾게해야할것같아 계속 어깨를 두드리니까 잠시후에 저를 쳐다보시더라구요.
 
"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쓰레기봉투를 버리는곳옆에서 쓰러지셧고, 사람들눈도있어서 일단 일으켰는데, 도중에 술냄새가 나더라구요.
 
취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른병이있어그런건진모르겠고, 근처에 앉을수있는곳에 앉혀드렸습니다.
 
그와중에도 아저씨는 계속 미안하다. 죄송하다. 세상이너무힘들어서 술을좀 마셧는데 너무많이마신거같다 하시더라구요.
 
집이어디냐고하니까 여기서 십분을 걸어올라가야한다그래서 댁까지 모셔다준다고했지만, 한사코 거절하시더라구요.
 
담배한대 피고 정신차린다음 가시겠다고 끝까지 부축을 받지않겠다고하셧습니다.
 
 
"날도 추운데 오래계시지마시구요. 정신말짱하다고 생각하셔도 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그분을 뒤로하고 다시 가던길을 되돌아가기는개뿔 자꾸 신경쓰이는겁니다.
 
그분이 처음 넘어지던모습이 너무아찔했거든요;; 라이트를 비춰보니 피는 안났지만, 혹시나.. 혹시나하는마음이 자꾸드니까 발이 안떨어지더라구요.
 
전봇대 뒤에서 야금야금 지켜봤습니다. 보니까 앉혀드렸던 자리에 누워서 담배연기를 뿜으시더라구요.
 
춥긴한데 정신말짱해져서 돌아가시겠지..하고 그냥 집으로돌아가기는또 개뿔 발이 안떨어지는겁니다.
 
그래서 딱 10미터만 걷는거보고 비틀거리지만 않으면 그냥 돌아가자 하고 계속지켜보고있었는데...
 
이분이 다시 일어나서 5미터 정도걷다가 또 처음처럼 옆으로 졸도하듯이 넘어지시는겁니다.
 
미친듯이 달려가서 저도모르게 아저씨한테 꾸지람을 하면서 다친곳이없는지 살펴본후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위치를 잘몰라서 핸드폰GPS같은걸로 찾아오시겠다고해서 기다리겠다고했고, 앉아있는동안 그분이랑 많은 얘기를했습니다.
 
근데 말하는거보면 혀가꼬이지도않고, 아주말짱합니다. 그래서 더 불안했죠.. 취한게아니라 뭔가 정신적인 질환인가? 하는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잠시후 119차가 도착했고, 그분을 응급실로 데려다드릴려고했는데. 또 거절을 하시는겁니다. 한 20분을 매달렸던거같아요.
 
근데 여기서 한가지 처음알았던 사실을 배웠습니다. 119는 응급실로만 이송할수있어서 환자가 거부하거나, 환자가 아닐시에는 태울수가없고
 
댁까지 모셔다 드릴수있을줄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걸어가시겠다는 그분을 또 부여잡고 택시를 잡아드릴려고했는데, 세상이 다 저같지만도 않은 모양입니다.
 
 
119대원 : 저희는 응급실아니면 태워다 드릴수가없구요. 택시 타고 가시거나 그냥 걸어가야됩니다.
 
"아니 졸도하듯이 쓰러지는 사람한테 걸어가야된다고하는게 정상이에요?"
 
119대원 : 어쨋든 저흰 태워드릴수가없습니다. 그게 규정이라서요.
 
 
취한사람인거 알고있지만, 혹시하는마음에 나부터도 달려가서 내가족이라생각하고 도왔는데, 마치 제가 바보가된듯한기분이들더군요.
 
119대원님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그런분 한두분 보는것도아닐거같구요. 하지만 너무기분이 상했습니다.
 
"아 그럼 그냥 가시구요. 그냥 제가 이분 알아서 모셔드릴테니 소방서로 복귀하세요. 콘크리트에 두어차례 머리세게박은 취객을 신고한 제잘못이죠."
 
그렇게 화난감정 갖고 내려가서 택시를 잡고, 그 분을 태운다음에 XX로 가려면 얼마나 들까요? 하고 여쭤보니 3천원정도 나온다길래
 
4천원꺼내드리면서 XX에 X동앞까지만 보내주세요. 라고했더니 택시기사님도 매몰차더라구요.
 
 
택시기사 : 아는사람아니에요? 이렇게 돈만 쥐어주면 나보고 어떻게하라는거야? 학생이 끝까지 책임져
 
저는 또 화가나서 그냥 같이 동승해서 택시를 탔습니다.
 
가는길동안 그분은 저에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하셧고, 저는 괜찮다고했으나 계속 달라고달라고 하셔서
 
종이에 이름이랑 번호를 적어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아무도안계시냐고하니, 이혼해서 아들이랑 애기엄마랑은 따로산다더라구요.
 
택시에서 내린후 부축해서 데려가는데 갑자기 자꾸 가라고하시는겁니다.
 
또 머리에 스치는느낌이.. 계단에 머리박아서 굴러떨어지면.. 이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 아아... 빨리 집에 보내드리고 나도 갈길 가고싶은데..
 
집이랑 반대방향으로 5~10분 차를 타고갔는데... 슬슬 화가났지만 일단 안전하게 댁에 보내드릴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아파트까지 진입했습니다.
 
계속 가도된다 괜찮다하는데, 아저씨가말한 집에는 불이 켜져있었습니다... 맙소사..
 
3층건물까지 힘으로 밀고밀어 데려가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아주머니가 저랑 아저씨 얼굴을 보면서 하는말..
 
아주머니 : 고맙습니다.. (아저씨를보면서..) 그냥 길가에서 죽어야지, 다시 돌아가서 자살해그냥
 
아저씨 : 학생 미안해.. 고마워 .. 꼭 연락 줄게요..
 
 
....................................................
 
 
 
 
 
 
 
 
 
 
 
 
 
미친 ㅠ
 
난 이혼해서 혼자사시는 울 아부지생각도 나고 그래서 도와드렸던건데... 하물며 아주머니는 진짜 힘들게 돈들이고 힘들이고해서 데려왔더니
 
아저씨한테 죽어버리라고 소리치고 ....
 
내 가족같이 생각해서 한 행동이고, 금전적인 뭘 바란것도아니였지만.. 그냥 따듯한 결말을 기대하며 모셔드렸는데...ㅠ
 
 
 
 
그리고 다음날 어머니한테 말씀드렸더니 저보고 멍청한놈이라고합니다....
 
요새 세상이 남한테 뒤집어씌우는게 일인데 왜 그렇게 멍청하게 사냐고 합니다...
 
너처럼 살면안된다, 사람이 안된거다. 하면서 뭐라고하니까.. 그게또 열받으면서 사는게 후회들더라구요..
 
그날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내가 다른건못해도 양심하나는 굳건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부모한테까지 부정당해버리니까, 내 부모한테도 이렇게 멍청하단소리듣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살까하는 생각도들구요..
 
그리고 그분은 3주가 지난지금도 한번도 전화는 하지않으셧습니다.
 
세상 따듯하다는말은 춘천은 예외인가봅니다..
 
사람이 쓰러져있어도 그냥 밟고 지나가야되고, 누군가 도로에서 폭행을 당하든 강간을 당하든 내 가족, 내 친구가아니면 웃으면서 지나가는게
 
똑똑한 사람의 행동인가봅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멍청하게 살지마세요. 누구한테도 좋은 예제가 될수없는일은 안하는게 남들이 말하는 똑똑한 사람의 행동인것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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