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주당도 아니고 미식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술을 먹다가 한번 직접 담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생초보이니 처음부터 수순을 밟아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백과사전을 보니, 벌꿀주가 아마 인류가 최초로 마셨을 술이라고 합디다. 누룩이고 효모도 없이 자연이 빚어낸 술, 아는 지인분께 꿀 한봉을 받아서 집에 남아 돌던 항아리에 담궜습니다. 일자무식이라 항아리에 담궜다고 고추장이나 된장처럼 햇볕에 나두었습니다. 10월에 담가서 11월에 꺼내기로 했다고 10월 마지막 주에 주변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나니 술은 햇볕에 두면 안된다고 합디다. ㅎㅎㅎ. 역시나 한번 꺼내서 맛 보았는데 알콜기도 없고 맛도 영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버리긴 뭐하고 다시 방안에 두고 삼주 정도 흘렀습니다. 오늘 자기전에 한번 뚜껑을 열었더니 시큼하면서 알콜냄새가 조금 나서 한 사발 꺼냈습니다. 살짝 달면서도 알콜기가 살살 돕니다.
다른 분들이 정성스레 담근 술에 비하면 어설프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그것 나름대로 제가 걸어온 인생같아 더 마음에 듭니다. 항아리 다 비우면 또 담가볼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