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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 sorry.
게시물ID : humorbest_694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om들
추천 : 38
조회수 : 12627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13 00:03:5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08 04:35:29

최근 제가 겪은 일 하나를 적으려고 합니다. 먼저 내용을 적겠습니다.

 

 

저는 동성로에서 작은 타로샵을 하고 있는 타로점 컨설턴트입니다.

그렇습니다. 대구.. 동성로.. ..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5, 토요일 저녁부터 왠지 모를 느낌이 왔습니다.

파충류를 만질 때 같은 어떤 미끌거림과 끈적임.. 불안한 울림이 계속되는.

불길하며 이따금 가슴을 찌르던 불편한 느낌은 일요일 오전까지도 계속되었고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결국 일요일은 샵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평일과 주말의 내방 고객수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비 합리적인 선택이었지요.

게다가 그 주 일요일은 가능한 한 열어두었어야할 꽤 무거운 이유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갈수록 무거워지고 날카로워지던 예의 그 느낌때문에 월요일까지도 포기하고 화요일이 되어서야 샵을 열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평온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불길했던 느낌의 실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곤혹스러웠던 것은 사건을 알게된 것과는 별개로 불길한 느낌의 파동은 더 강해지고 빨라졌습니다.

상황을 알게 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이 파동의 메시지는 명백해 보였습니다.

무엇인가를 하라는 것이지요. 제가 늘 하는 그 것’.

 

애써 외면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자고 나면 다시 평온한 하루가 시작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더 날카로워지고 간격이 짧아진 붉은 파동을 느끼며 결국 두 손을 들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또는 어딘가?로부터 전해진 메시지를 이행하기로 결심하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를 기다렸습니다.

 

어느때보다 집중해서 카드들을 섞고 셔플을 한 후 펼쳤습니다.

부채꼴로 펼쳐진 카드들 위로 손을 올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장을 뽑을지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손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힘의 안내를 기다렸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카드들 사이로 명백히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고 순서대로 뽑았습니다.

그렇게 다섯 장의 카드들이 제 앞에 놓여졌습니다.

 

첫 번째 카드를 뒤집었습니다. 

'악마 정방향'.. 성적인것과 결부된 망상.. 사건.. 너무도 명백한 메시지의 첫 장을 보며 마지막 남았던 의구심을 떨치고 더욱 집중했습니다.

 

 

두 번째, 컵의 세 번째 정방향

 

축제.. 건배.. 술자리..

 

세 번째, 엠페러(황제)의 역방향

 

 

네 번째, 컵의 여섯 번째 역방향.

 

 

마지막 다섯 번째, 컵의 여왕 정방향.

 

 

 

어느때보다 선명한 느낌과 함께 하며 다섯장의 카드를 펼쳐두고 리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인 (나쁜) 사건? 사람?.. 술과 관련된 어떤 (기분좋은)모임.. 황제스럽지 못한 어떤 것? 사람? 상황?.. 즐겁지 않을 두 아이? 건물은?.. 여왕의 발아래 보이는 모여있는 물.."

 

일정한 순서와 의미를 갖는 배열법상의 카드들은 기존의 룰을 근간으로 리딩을 합니다.

통상적으로 여러분들이 타로샵에 가시면 일정한 모양으로 놓고 마스터분들이 해석해 주시는 그 것입니다. 저도 물론 그렇게 하고 있구요.

하지만 이 상황은 기존의 배열법에 따른 것이 아니기에 메시지의 프레임을 먼저 이해하기위해 집중했습니다. 한동안을 들여다보니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당시 까지의 기사로 사건의 일단을 알고 있었기에 먼저 다섯장의 카드중에 뚜렷한 의미로 읽히는 두장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카드였던 컵의 세 번째 카드와 마지막 컵의 여왕의 카드.

술자리.. 그리고 저수지.

다섯장의 카드는 사건의 시간적 배열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카드, 황제 역방향.. 상황에 대한 해석일 때 강제적인 또는 폭력적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힘을 가졌지만 컨트롤하던 강한 황제가 뒤집혀지니 힘을 남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성적인.. 술과 관련된.. 어떤 (나쁜) 사건이 강제적으로 또는 폭력적으로 생겼고 모인 물이 있는 곳에서 끝이났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분명 리딩에 대한 확신은 드는데 그 때까지 알려진 사실들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첫 카드인 악마 카드컵의 세 번째 카드의 앞에 나왔습니다. 시간적인 배열로 해석한다면 이는 분명히 그 날의 술자리 이전에 알던 악마를 또는, 악마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적어도 그 술자리가 끝나기 전까지 알고 있던 사람중에 누군가가 저질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전에 아는 사이였을 거라는 희박한 확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택시 기사는 아니라는 이야기인 것이 됩니다. 특히, 악마 카드의 특성상 이.. 사악하면서도 깊은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이였다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택시 기사는 아닌 것이지요.

잠시 혼돈스러웠습니다. 모두가 불명의 그 택시 기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을 때였으니까요.(후에 나오겠지만 이 불편한 글을 쓰고 있는 주요한 이유중 하나가 이 때문입니다.)

 

또하나 해석을 힘들게 했던 것은 네 번째 카드였던 컵의 여섯 번째 역방향 카드입니다.

카드 자체의 의미는 첫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물이 눈에 빨리듯 들어왔고 건물옆의 두 아이로 인해 이 사건의 네 번빼 마디에 (아파트 같이 높지는 않은) 건물과 관련된 상황이 있다고 읽혀졌습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안되는 겁니다.

택시 기사가 되었든 어느 나쁜 놈이 되었든 술 취한 택시안의 그녀에게 무언가 나쁜 짓을 한후 모여져 있는 물과 관련된 어떤 곳에서 끝이 났는데 직전에 건물을 들렀다니요? 당시까지 알려진 사실로는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는 고리였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해석하셨을까요?

 

모든 리딩이 마친후 제게 명백한 메시지가 주어졌습니다.

첫째, 택시 기사는 범인이 아닐 확률이 대단히 높다.

둘째, 범인은 적어도 그날의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는 알았던 놈이다.

셋째, 저수지에 가기 전에 건물이 연루된 어떤 스토리가 있다.

 

.. 어쩌라고.. 싶었습니다. 메시지에 대한 확신은 강했지만 당시까지 알려진 사실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준 어떤(?) 존재는 분명 저만 알고 있으라고 보내준 게 아닌건 확실했으니까요.. ....

(오도된 정보로 가득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분명히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하는 의미가 너무도 확연히 와 닿았습니다. 몇 명이 믿던지.. 누가 알던지..

모두가 당연한 분노로 일렁이던 그때 타로점을 이유로 상기의 메시지를 알리라니.

그것도 사건이 있었던 동성로에 있으면서.

깊은 고민 끝에 비겁하게도 네 번째 카드를 핑계로 메시지의 메시지를 거부했었고 그 이후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해가 뜰때까지 잠들지 못하는 불..의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끝맺겠습니다.

 

첫째, 가장 큰 이유로 글 제목처럼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성실한 삶으로 아름답게 피워가던 청춘을 꺾인 그 분에게.. 당신 탓이 아니었다고.. 이제는 편히 잠드시라고..

그리고 가시지 않을 억울함을 안고 계실 택시 기사분에게. 그때 글을 올렸던들 깃털만한 무게라도 덜어내지는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글을 읽은 몇몇의 분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떠 올리셨을테니 말입니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든 이 사건이 장기화되었고 아직도 범인이 택시 기사분이라는 상황이라면.. 상상하기조차 싫네요.

더불어 느낌과 메시지를 주었던 누구? 무엇?이었던 이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이 좀 조잡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행간에 못다한 말을 담았습니다.)

 

둘째, 다음에는 이러지 않기 위해서 이글을 씁니다.

직업이 이렇지만 이런 정도의 일은 당연히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행했어야 하는데.. 비겁했었습니다. 행함에 따른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이런류의 일이 생기면 그냥 이 곳에 글을 적겠습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고 또는 너무 멀리 나가버릴 수도 있겠죠.

그래도 여러분들을 믿고 올리겠습니다. 여기는 건전한 상식의 틀로 자정 작용이 가능한 오유에다 사람들 많이 안오는 미스테리갤^^; 이니깐요.

 

셋째, 세 번째 마지막 이유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말씀드릴게요.

 

이 글을 읽고 이런 무슨 말도 안되는하는 분들께서는 너무 노여워 마시고 그냥 타로에 얽힌 미스테리글 하나 읽었다고 생각해 주세요.

 

다시한번 먼저 가신 분의 명복을 가슴 깊이 빌며 이 글을 맺습니다.

이제 저도 편히 잘 수 있겠죠..

여러분도 다함없는 기쁨이 함께하는 주말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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