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humorbest&table=humorbest&no=455182&page=1&keyfield=subject&keyword=%C3%B9%BB%E7%B6%FB&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55182&member_kind= 첫사랑, 그 기나긴 여정을 쓴 사람입니다.
며칠만에 오유에 접속을 해보니, 제가 쓴 글이 추천수 81개를 받아서 베스트에 진입을 했더군요.
사실 그날 살짝 술 한잔도 걸쳤고, 타 사이트에서 첫사랑을 못 잊고 아파하는 분들의 글을 보다가
저도 예전 생각이 나서, 기분에 취해 처음으로 오유에 글을 남겼습니다.
몇몇 분들이 댓글도 달아주셔서, 감사히 정독을 했고, 누구나 첫사랑에 아파한 경험이 있는지 몰라
도 저 역시 많이 공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제 글을 보고 추천해주셨던 분, 그리고 공감하셨던 분, 또 제 이야기에 궁금하신 분
들이 있을지 몰라, 마지막으로 몇 자 더 남깁니다.
먼저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라는 노래, 지금은 아니지만, 저 역시 예전에 노래방에서 가
장 많이 불렀던 노래죠. 그와 더불어 휘성의 '다시 만난 날'이라는 노래 역시 많이 불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첫사랑과 헤어지고, 재회를 꿈 꾸면서, 그런 재회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런 노래들을 좋아했고, 또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에서는 그런 노래를 불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 일종의 정신병'이라는 표현, 사실 수년 간, 또 지금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제 글을 읽으시면 공감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첫사랑을 잊지
못한 것이 근 10년이었거든요.
솔직히 지금은 12년만에 다시 재회를 하긴 했지만, 첫사랑과 헤어지고 10년간은 너무나 지옥같은
삶이었습니다. 군대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지나가 보면 추억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벗어
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그래서 10년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첫사랑이 잊혀지지 않아서, 새로운 사랑을 못할 것 같은 두
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병이 아닐까 의심도 많이 했어요. 그런 고민이 쉽게 해결되지도
않고 10년을 이어 오니까, 심적으로도 많이 지쳤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여자들에게는 충실
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많이 미안한 감도 들어요. 냉정히 보자면 첫사랑에 대한 정신병에서 저는 헤
어나오지 못했고,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더 지금 만나는 여자에게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죠.
물론, 저만 잘한다고 해서, 둘이 노력한다고 해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결
혼 문앞 까지 갔던 여자도 헤어진 것 보면 역시 인연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10년을 첫사랑과 괴로워 하며, 또 다른 이성들과 만나면서 행복해 하고, 이별에 아파하고 살
았고, 몇 번의 아픔을 겪다 보니까, 스스로 좀 단련이 된다고 할까요?. 나쁘게 표현하자면 감정이 무
더지긴 했지만, 좋게 말하자면 조금 더 생각도 깊어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
지기도 했었죠.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겨우 첫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 물론, 제 곁에는 그 누구도 남지 않았
지만 그냥 10년 정도 지나니까, '아 첫사랑도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겠지. 아니 행복해야지'라는 생
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가끔씩 생각 나긴 했지만, 그 정도의 시간을 보내서야 '보내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
게 정신병에 가까운 첫사랑에서 벗어나니까, 제 자신을 돌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것
제가 먹고 싶은 것, 즉,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사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2년이 흘렀는데...
첫사랑은 수도권에 살고, 저는 남도쪽에 살아요. 그래서 사실 헤어지면서도 서로 연락하지 않는다면
평생을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당연하잖아요. 같은 시에 살아도 마주치기에 힘든데, 서로
생활권이 아예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사니까, 마주치는건 복권보다 더 낮은 확률이겠죠.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첫사랑과 재회를 하게 됐죠. 저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일출을 봐
요. 보통 사람은 새해 1월 1일에 일출을 보지만, 저는 추운 것도 싫고, 사람 붐비는 것도 싫어서, 언
제부턴가 남들보다 늦은 2월 달에 일출을 보러 가기 시작했죠.
보통은 2시간 이내 거리로 잡았는데, 올해에는 좀 먼 곳을 잡았죠. 장소는 포항 호미곶이었죠. 제가
예전에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를 보고 알았던 장소인데, 1박 2일 여정으로 일출을 보러 포항
호미곶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첫사랑을 12년만에 만났죠.
제 첫사랑도 일출을 보러 왔다고 하더군요. 우연치고는 영화와 같지만 사실이에요. 저도 깜짝 놀랐거
든요. 지금도 서로 신기해 하고요.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12년 전에 첫사랑이 저에게 말했대요.
자기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날도 여행 차원에서 또 일출도 볼겸 포항 호미곶으로 왔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첫사랑과 재회를 하고 전에 글에서도 밝혔지만, 너무 머릿속이 혼란해졌어요. 어떻게 보면
지난 세월동안 제가 꿈 꿔왔던 것이 이뤄진거잖아요?. 그런데 너무 예고없이, 또 아무 준비없이 이
뤄지다 보니까, 막상 제가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더라고요.
물론, 매우 기쁘고 설레였어요. 하지만, 그만큼 너무 두려운 거에요. 모르는게 약이다람는 말이 있
잖아요. 이렇게 만났는데 또 헤어지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게 두려웠던 것이죠.
그런데 제 첫사랑도 현재 짝이 없고, 저도 그렇고... 또 서로 떨어져 있던 12년 간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물론, 앞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것은 사실이었어요.
12년전에 헤어질때, 서로 싫어하거나 다퉈서 헤어진건 아니었으니까요. 20살의 어린 나이에 너무나 서
툴렀죠. 서로에 대해서요.
어느 분이 댓글로 '그녀가 그리운게아니라 그때의 우리가 그립다'라는 말도 하셨는데, 그 말도 어떻게
보면 맞아요. 솔직히 첫사랑과 재회를 했지만, 제가 10년 가까이 재회를 꿈 꾸면서 생각했던 이미지는
절대 아니에요.
왜냐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요. 제가 첫사랑과 데이트를 했던, 당시의 분위기는 절대 나오지
않아요. 길거리에서 흐르는 음악도 다르고, 사람들의 옷차람도 다르고, 주위 환경도 달라요.
물론, 저도 첫사랑을 꿈꾸며 괴로워 하던 시절에, 그 점에 대해서는 많은 걱정도 했죠. 그래서 일종의
향수에 대한 정신병이 아닐까 생각도 했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만나니까 너무 좋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람들이 첫사랑을 기억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첫사랑과 모든 것을 처음하기 때문일거에요.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이라는 시적 표현이 있듯이, 처음이기 때문에 사람의 뇌리에 강하게 남고, 또 그것을 그
리워하는 것이죠.
그 말도 맞아요. 그런데 다시 만나보니까, 옛날 분위기는 나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 눈가에 주름살도
보일만큼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그래도 하나 똑같은 점이 있다면, 첫사랑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재회 했을때, 내 가슴이 느꼈던
설레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고마워요. 아무래도 제가 첫사랑과 재회를 하면서, 우리가 이루
지 못하는 첫사랑을 이루는 저를 보면서, 대리만족이랄까요?. 아니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일종의 희
망감이 생기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저도 그랬어요. 첫사랑과 결혼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인터넷에 보면서 저 역시도 부
럽기도 하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감도 있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이뤄질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어찌 됐든, 앞으로 결혼(나이가 있기 때문에)을 하기 전까지는 저를 응원해주신 여러분들을 생각도 하
면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네요. 저는 더 이상 사랑에 서툴고, 어린 20살이 아니니까요.
사람 일을 앞으로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만약에 제가 첫사랑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그 때
글을 남길게요.
마지막으로,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분, 후에 사랑을 하실 분, 항상 축복이 가득하기를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