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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마이웨이와 똑같다!(스포일러 포함)
게시물ID : movie_694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0
조회수 : 286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7/08/06 07:09:07

영화 군함도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온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화 군함도는 마이웨이와 일맥상통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개봉되어 수많은 논란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가 결국 흥행에 참패하고 사라진 영화 마이웨이에서 다뤄진 역사관.


그 역사관이 바로 군함도의 세계관을 이루는 기둥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일제가 비록 나쁘기는 했지만, 일본의 몇몇 잘못된 지도자들만 그랬고 대다수 일본인들은 그들에게 억압당한 피해자였다. 그리고 조선인들도 상당수 일제에 협조한 나쁜 자들이었으니,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라는 탈민족주의적 역사관이 바로 군함도가 진짜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입니다.


비록 군함도의 뒷부분이 조선인 노동자들과 일본군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군함도가 반일 영화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왜냐고요? 조선인을 모두 죽이라고 지시했던 악질 소장이 죽임을 당하자, 조금 전까지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던 일본군이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서 무려 조선인들과 함께 석탄 운반선을 타고 군함도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절대 반일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군함도의 세계관은 "일본 정부는 나쁘지만 일본 국민들은 착해요."라는 시각과 통합다. 물론 나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일본 정부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은 엄연히 일본 국민이고, 그들의 절대 다수는 일본의 침략적 제국주의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열렬히 지원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탈민족주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착하고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있었는데, 왜 일본인이란 집단을 나쁘게 보는가?"하고 반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선의 독립이 어떻게 이루어졌습니까? 그 착하고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조선을 독립시켜 준게 아니라, 자신들보다 더 강한 미국의 힘에 패배하여 어쩔 수 없이 조선에서 물러간 것이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 "착하고 양심적인 일본인들"은 역사의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힘없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현실이 그런데, 과연 착하고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있었다고 강조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봐야 오히려 일제의 폭압에 면죄부만 던져주는 꼴만 되지 않겠습니까?


또한 영화 군함도에서 촛점이 맞춰지는 대상은 일제에 협조하며 조선인을 악랄하게 탄압하는 친일파 조선인들입니다. 감독은 친일 청산이 안 된 현실을 비판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넣었다고 말했으나, 내가 볼때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군함도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친일 청산이 아니라, "조선인도 일본인도 똑같이 나빴으니까 일본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교묘한 탈민족주의적 메시지입니다. 


나는 군함도의 제작에 분명히 탈민족주의 역사관을 가진 누군가가 자문을 섰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군함도를 검색해보니, 한홍구 교수가 군함도 제작에 자문으로 참여했다고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군함도의 막바지 장면에 나가사키 원폭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이것을 조선 독립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조선인들이 많이 죽었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봅니다. 군함도 관련 뉴스에서 한홍구는 일본의 원폭 투하가 천벌이라는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항변하는데, 이것 역시 한국의 탈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해온 시각과 같습니다. 물론 나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덧붙여: 한홍구는 군함도에 일본인 노동자들도 있었고 그들도 많이 죽었으니, 군함도 문제와 관련해서 반일 민족주의로 나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조선인 포주들이 위안부를 끌고 오거나 팔아 먹었고, 베트남 전쟁에서도 한국군이 위안부를 모집하려고 했으니 역시 반일 민족주의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는 그런 한홍구의 시각에 대해 이렇게 반박하고 싶습니다. 


"계획만 세우는 것과 실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위안부 모집 계획은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끝내 실행되지 않았으니, 그걸 가지고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터무니없는 물타기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서 민간인을 가장 많이 죽인 장본인은 한국군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베트남인들 스스로였다. 그러니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서 한국군을 절대악으로 보면 안 되고, 먼저 베트남인들 스스로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주장에 대해 한홍구가 동의할까요? 물론 안 하겠죠.


군함도 감독은 일본 정부 요인들이 군함도가 날조된 것이라고 말을 하자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볼때, 군함도가 날조된 영화라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발언은 별로 틀린 것이 없습다. 실제로 영화 군함도에서처럼 일본군이 조선인 노동자들을 몰살시키려 했다거나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군 병사들과 함께 배를 타고 군함도를 탈출했다는 사실은 없었으니 말이죠. 그러니 군함도 감독은 일본 정부한테 화를 낼게 아니라, 먼저 자기 영화의 잘못된 부분부터 반성해야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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