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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게시물ID : freeboard_733850짧은주소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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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0
조회수 : 2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6 15:55:49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먼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웁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도랑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리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을 걷는다.
아마도 봅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현 시국과 청년들의 대자보를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문장.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3년에 내가 떠오른 시가 일제강점기 시대의 저항시라는게.. 애통하네요.
추운날 민영화 반대의 목소리를 내주시는 시위자들부터 대자보로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까지.
당신들을 존경하며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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