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실론즈 하나가 피방에 와서 떨리는 손으로 몇 푼짜리 종이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스킨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옆 자리의 입을 쳐다본다. 피방 유저는 실론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코드를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쿠폰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피방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쿠폰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라이엇에서 만든 쿠폰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피방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쿠폰을 어디서 훔쳤어?" 실론즈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귀한 한정스킨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실론즈는 손을 내밀었다. 피방 주인은 웃으면서
"소리는 안나겠지만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쿠폰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쿠폰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한정 스킨을 줍니까? 캣 카타리나 한 장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IP부스터 네 개 주시는 분도 서버 터지는 것이 백에 한 번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길에서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열 닢을 적전 한 장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일곱 번을 하여 겨우 롤 스프링 결승전 A석 티켓 한장을 얻어 귀한 '해방된 알리스타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쓰레기 스킨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스킨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스킨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