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니 어쩌면 인생 전반에 대한.. 낙관, 감사, 평범이란 이면 속에 포장된 우울, 불만, 평균 이하의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한다. 끝내 보고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본성. 끝내 마주하게 되는 연약하고 보잘 것 없고 늙은 나. 빨간머리 앤처럼 긍정을 역설하기에는 세상 속에 어울려 살아가기가 너무 벅차다 느낀다. 또 벽을 치고 내 세상으로 끝내 고립되어 버린다. 이번에는 사랑일 줄 알았는데... 역시나. 조건없는 사랑을 주기에도 자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아서.. 바라는 것을 이루어 낼 용기도 능력도 없는 늙은 겁쟁이인 자신을 직시한다. 감동을 창조하는 것보다 그저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내 인생의 유일한 주인공이자 타인의 빛나는 조연이 아닌. 그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83737282번째 엑스트라. 그게 참 분하고 또 분하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 그걸 찾지 못해 참 분하다. 해야할 것과 하고 싶은 것. 그걸 하지 못해 참 분하다. 위로 받기에 가시 돋힌 내가 위로 하기에 서툰 내가 참 못났다. 사랑 받기에 가시 돋힌 내가 사랑 하기에 서툰 내가 참 서글프다. 그냥 그렇다. 나는 루저다. 진짜 사랑을 알 때까지, 진짜 사랑을 할 때까지. 나는 마치 고상한 척 세상을 지탱하는 감동을 밑빠진 마음에 쏟아부으며 잿빛 세상에 일조하는 괴상한 루저일 뿐이다. 숨만 쉬고 아무에게도 폐끼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