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 후기 3(청약 썰)
게시물ID : soda_6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73
조회수 : 1992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24/06/14 17:20:14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허허로운 불금 입니다...

이전부터 제 글을 열심히 구독해주며. 응원해주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저의 퇴사 후, 청약 당첨된 얘기를 듣더니 너무 재밌다고 언젠가 완결이 나면 

꼭 풀어달라는 썰이 있었습니다.

 

제가 말로 직접 썰을 풀면 더 재미있을 텐데..글로 쓰니 영....맛이 안나는 느낌은 있지만

금요일 퇴근길 심심하시면 한번 읽어 주셔요^^

 

---------------------------------------------------------------------------------------



한창 백면인과 초반 요괴대전을 치르고 있던 아침..

나를 깨우는 작은 알림소리. 띠링~

눈을 떠보니 핸드폰에 청약 알림 어플에 메시지가 하나 떠 있었음.


[OO 프라OO시티 청약 공고]


잠결에 순간 드는 생각….


[냥이 형네로 옮기면…나는 더 이상 경기도민이 아닌데….

그래도 6년이나 경기도에서 생활했지 않은가…

4년간 매달 10만원씩 쌓은 청약통장이…아깝다…..]


마침 눈에 띄는 신혼부부 특공.


아직 아들내미는 태어나지 않았지만…조만간 출산이니까…

자녀 1로 등록. 

나는 외벌이니까 외벌이로 등록.

아직은 부부합산 소득 6천만원 이하니까. 이것도 등록.


[못먹어도 고!]


그렇게 내 기억속에서 잊혀진 이날 아침의 짧은 기억….


그렇게 요괴대전을 치르고, 퇴사했음. 


3일정도 집에서 쉬고 냥이 형네 회사로 첫 출근을 준비하느라 머리를 감는데 

핸드폰에 문자 메세지가 띠링~ 하고 와있었음.



청약.jpg


뭐여? 실화냐? 처음넣어본건뎅?? 

대략 2주정도의 시간안에 필요서류들을 마련하여 수원의 모델하우스로 가서 계약을 진행하라는 거임.


정확히 2주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나…당시 본인이 느낄 때 무척 기간이 짧았음.

새 회사 사무실에서 첫날부터 정신이 없었음.


사람이 처음부터 꼼꼼히 서류조건을 따져보는게 맞지만, 

당시 본인은 그냥 무지성으로 어플 신청을 한 케이스라..

막상 당첨이 되었다니 그제서야 내 조건을 따져보기 시작했음.


1차 난관….

일단 나는 문서상…자녀가 없는 상태였음….


[아들내미 지금 대만에 있는데…아직 한국에 출생신고 및 호적등록도 안했다…]


와이프가 얼른 등록해 놓으라고 말했었지만...

요 근래 바쁘다고 미적거리던 나에게 타오르는 분노를…!!!


[일단 상담부터 해보자…]


모델하우스 번호로 전화해서 상담원에게 말했음.


나: 저..제가 청약 당첨자 거든요. XXX동 XXXX호요.

 

상담원: 네~ 고객님 축하드립니다~!!!


나: 근데..제가 신혼부부 특공에, 자녀 1을 선택했거든요?


상담원: 네네~


나: 근데 제가 국제결혼이다 보니, 지금 애가 해외에서 출생한 상태에요. 

그러다보니 아직 호적에 자녀가 없습니다.


상담원: ………….$#!#$#!%$


나: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근데 국내 병원에서 받은 임신확인서는 있거든요?


상담원: 안타깝습니다 고객님…그런 상태라면…서류상 자녀가 없으신게 되는군요. 

저희는 당첨 시점인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부적격 으로 처리 될 거 같습니다 ㅠㅠ


나: 그래서 말인데요. 분명 청약 자녀 항목에는 임신중인 상태의 ‘태아’ 도 1 자녀로 간주해 준다는 항목을 봤거든요. 그죠?

다행히 임신사실 확인서는 국내 병원에서 발급...


상담원: 아아…그런데 방금 고객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이미 ‘출생’ 하셨다구요.


나: 그렇죠?


상담원: 현재도 임신 중이신거라면, 임신확인서의 효력을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출생 해 버린 상태라면, 이제는 출생신고서와 호적 자료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나: 상담원님. 말씀하신건 서류상의 얘기인거고, ‘이치’ 로 따지자면 말이 안되는거 아시죠?


상담원: 저희는 약관에 명시된 내용으로만 판단을 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네요.


나: 어쩔 수 없다시니 할 수 없긴 한데요. 제가 경기도에서 4년을 청약통장 부었거든요? 

이대로면 제 청약 통장이 날아가는거 잖아요? 당첨자는 향후 7년간 신혼부부 특공을 넣을 수 없다는 조항이 있던데요? 

탈락인 경우 다시 회복될 수 있겠죠?


상담원: 청약에 당첨되신 건 ‘사실’ 이시니, 이후 신혼부부 특공에는 제한이 걸리시는게 맞습니다^^


나: 조건이 안 맞아 실격처리 된거 잖아요. 그럼 제약을 저 한테 거는 건 아니지 않나요? 

사람이 착각을 할 수 도 있는거고 실수를 할 수도 있죠;;


상담원: 그런 부분은 주택공사에서 처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 한테 얘기하시는것 보다는 주택공사 쪽으로 연결을 도와드리는게 나을 거 같네요^^


나: 네…그럼 주택공사 전화번호는…


상담원: XXXXXXXXXXXXX번 입니다. 감사합니다.


나: …………….


상담원들에게 ‘상담’은 이름 뿐인거고, 

그들은 그저 돈을 받고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들 정도라는걸 알 수 있었음. 


투덜이 과장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약관에 내용만 읽고, 방법 같은건 고민하지 않음.

아니..애초에 기본적인 메뉴얼 식 약관만 달달 외우고, 

거기서 있냐 없냐만 확인해주는 업무라고할까?


문제가 생기면 알아봐 주려고 애써주는게 상담원인거지, 그저 약관이나 읽어대며 난감하면 

타 부처에 전화나 돌려버리는게 어떻게 상담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안내원' 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함. 그렇다면 상담 같은거 하지 않을텐데.



근데 그런 불만을 토로하며 남탓 하기에 내 과실도 컸음.

안내원이 무슨 잘못인가?


아아…멍청아…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간다고…

거 뭣 한다고 되지도 않을 청약을 넣었을꼬….그리고 할거라면 잘 공부하고, 준비해서 넣었어야지…

얻고싶은 아파트는 날아갔고…

까딱하면 신혼부부 특공이라는 최고의 ‘버프’ 효과까지 함께 날려버리게 생겼으니…


왕기.jpg

[나는 지금 사선에 서있노라….] 

 


허탈한 마음에 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음.


상담원: 안녕하세요 주택공사 입니다.


나: 안녕하세요. 이번에 OO 프라OO시티 청약 당첨관련해서 상담드릴게 있어 전화했습니다.


상담원: XXXXXX 부처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하아….끝나지 않는 전화 돌리기….;;

다시 전화를 받는 관련부처 상담원.


주요 내용만 요약하자면..


상담원: 네. 이건 저희 내규법상 이미 고객님은 신혼부부 특공을 이용해 

당첨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에, 향후 7년간 해당 조건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나: 아니. 근데 정작 자격미달로 당첨 사실이 취소 되는거 잖아요;;


상담원: 그건 고객님의 과실이시잖아요^^ 저희 측에서 어떻게 구제해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불난집에 기름통 던지는 것도 아니고…어쩜 저리 해맑을까…?]


‘생각’ 이라는걸 안하고 사는 인간들이 저렇게 기계적임.

지금 우리 통화가 과연 해맑게 ‘친절’을 포장해서 할 대화인가!?


나: 뭐요? 지금 나랑 통화하는 그쪽. 이름 뭐랬죠?


상담원: …………


나: 당신이 그런 규정 ‘정의’한 결정권자에요? 웃는게 엄청 기분나쁘네?. 어!? 지금 확실하게 말해봐요. 

당신이 말한 그 내규법이라는거. 이후에 내가 알아봐서 잘못된거 있으면. 그 책임. 지금 당신이 져야 할꺼에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거죠? 지금이 웃으면서 통화할 분위기냐고!!!!

찾아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상담원이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거 몰라요!?!?


상담원: #$!#$%!@#$#%!


나: 지금 묻잖아!!!!!!


상담원: 저…어…그러시면…제가 관련 부처에…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나: 거기 제일 높은 사람 바꿔요! 그게 제일 빨라요!!!!!!!


[상담사 블랙 컨슈머 부활...]


직책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법 뭐시기라고....? 뭐 비스무리한 

뭔가 규정같은걸 다루는 사람이었음.


편의상 법무관? 이라고 부르겠음.


법무관: 네 전화 바꿨습니다.


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청약건에 대해 문제가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신혼부부 특공에 1자녀 조건으로 청약을 넣었고, 당첨이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국제결혼이다 보니 아내가 해외에서 출산을 한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국내에는 출생신고나 호적등록이 안되어있구요.


법무관: 아아…아주 이례적이신 상황이신거네요?


나: 네. 상담원들이 기계같이 서류상으로는 자녀가 없는게 맞으니 

청약 규정위반으로 제가 불합격 대상이라 하더라구요. 

문제는 불합격은 상관없는데, 향후 7년동안 신혼부부 특공이나, 기존에 제 청약 통장은 리셋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말이 되나요!?


법무관: 음…규정상으로만 따진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하하..상담원들이란 아는 범위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거죠. 

그런걸 다 공부하고 상담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ㅎ


나: 제가 아는 상식에서, 규칙이나 규정, 법이라는건 최소한의 상식아래 정해지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류가 없다 해서 제가 자녀가 없는게 되는건 아니잖아요? 

규정이라는게 그 정도로 융통성 없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살아온 경험상, 상식을 벗어난 약관이 있다면 분명히 그 예외도 만들어져 온게 많더라구요. 

상담원이란 그걸 다 공부할 순 없지만 그런 예외 상황을 알아봐 주는게 상담원 아닐까요? 


[그 정도 성의도 없다면 뭐하러 상담원을 해요.]


법무관: 맞습니다. 법이나 규정이라는건 찾아보면 늘 최소한의 상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는거죠.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찾아보면 분명 예외사항이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일하는 상담원은 전무하죠…혹시 청약 당첨되신게 XX건설쪽 상담실인가요?


나: 네!! OO 모델하우스요.


법무관: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찾아보고 그쪽에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 감사합니다!!


이렇게 단 1%의 가능성에 모든걸 맡긴채로 힘없이 사무실에 앉아있었음.

그리고 퇴근할 무렵..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음.


상담원이었는데, 기존의 상담원과는 그 포스가 달랐음. 

무슨 방송인 성우 같은 목소리에 그 자체만으로 전문가 포스가 풀풀 풍기는…


나: 여보세요.


상담원: 반갑습니다 고객님. 혹시 OOO 고객님 전화번호가 맞을까요?


나: 네 맞습니다.


상담원: 우선 이번에 청약 당첨 다시한번 축하드리구요^^


나: 놀리지 마세요. 안 그래도 부정 청약으로 탈락이라고 하더니…


상담원: 아! 아닙니다 고객님! 당첨 되신거 맞습니다. 저는 XX건설 청약 담당 상담부처 총X 팀장인 OOO라고 합니다. 

오전에 문의 주신 내용 제가 다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상담원들은 이쪽으로 전문적이지 못한 외부 직원들이기 때문에 

잘 모르고 그런 말을 한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나: (무시) 오!? 그럼 탈락취소인가요?


상담원: 자녀분이 해외에 존재하신게 사실이시 잖아요? 그런거면 정상적으로 서류 준비해 주시고, 

계약 당일에 ‘증명’ 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필요서류 잘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 감사합니다!!


상담원: 네. 좋은 소식으로 연락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저희 XX 건설에 많은 성원과 관심 감사드리며. 

이상 상담사 OOO팀장이였습니다. 좋은 퇴근시간 되세요^^


으아아!! 나이스!!!!!!! 1차 관문 통과!!!!!!!!!



***



다음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얼른 시청으로 가보았는데…

내가 가진거라곤 예전 산부인과에서 받은 ‘임신확인서’ 뿐….

대뜸 시청에 가서 직원에게 물었음. 


나: 애기 출생신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원이 친절하게 말해주었음.


직원: 아 괜찮아요~ 산부인과에서 태어나면 자료가 다 넘어오기 때문에…


나: 제가 국제결혼이라 그런데 혹시 애기가 해외에서 출생한 경우는 어쩌죠? 국내 병원이 아니라…


직원: 어..엇..!! 자…잠시만요…저도 그건 좀 찾아봐야…


잠시후….


직원: 음…약관에 따르면, 현지 병원에서 출생 자료랑, 현지 등록된 호적등본 받으셔서…번역 본과 함께 제출해 주시면 됩니다..


2차 관문 시작…….

제일 먼저 검색 해본게 출생신고 후, 처리 시간이었음.


보편적으로 몇일...운 나쁘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지금 내게는 시간이 얼마 없는거임.


바로 밖으로 나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음.


나: 다른건 묻지도 말고, 당장 우리 아들 출생관련 병원 서류랑, 호적등록 자료 좀 뽑아서 

가장 빠른 우편으로 나 한테 보내주세요.


와이프: 아;;왜 피곤하게..나 산후 조리중 이잖아요…


나: 아파트 가지고 싶지 않아!?


와이프: 가지고 싶지.


나: 나 지금 아파트 당첨 됐으니까 얼른 보내줘요!!!


와이프: 뭔데!? 무슨 대회 같은거 나갔어? 당첨이라니?? 그게 뭔데??


나: 와…중국어로 ‘청약’ 이 뭐지…@#$!#$#....아…아무튼 지금 그런거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빨리 자료 나한테 보내줘요 ㅠㅠ


와이프: 아 뭔데!! 말을 해줘야 뭘 해주지. 뭐가 그리 급해!!!


나: 아…아니…ㅠㅠ 제발요 여보 ㅠㅠ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 ㅠㅠㅠ 제발 ㅠㅠ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서류가 필요해요 ㅠㅠ


와이프: 아니이! 내가 진즉에 하라고 했잖아요! 말 더럽게 안듣더니 어휴;;


나: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제발 좀….


와이프: 알았어. 끊어! 


[뚝]


아아…만약 아내가 한국인이었다면 ‘청약’ 한 글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움직여 줬을텐데…

이것이 ‘문화차’. 


내가 극복해야 할..내 선택의 결과..


그렇게 타는듯한 마음으로 서류를 기다렸고…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서류는 3일의 시간을 낭비했음. 그래도 휴…일단 세이프다…


2차 난관을 통과하고….

도착한 서류를 받아보는데…빼곡한 한자들…외국인청 근처에 보면 번역 업체들이 몇 개 보이던데…

이걸 업체에 맡기면 돈이 많이 들까…? 그래 나도 그 정도 중국어 수준은 된다!! 


퇴근 후, 집에서 몇시간 동안 열심히 번역을 시작했음.

다음날 회사에 조금 늦게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청으로…

자랑스레 내민 대만 서류와 내 번역본.


그게 2차 난관의 끝이 아니었음.


직원: 아….저 이 번역본이랑 서류들…..’공증’ 이 된건가요?


나: 네? 공증이요??


직원: 죄송하지만 저희는 ‘공증’ 된 서류만 받아요. 이대로는 효력이 없어요 이 문서는…혹시 이전에 어떤 직원..


나: 아닙니다! 사람들 업무가 다 같을 순 없죠!! 얼른 빠르게 준비해서 다시 오겠습니다!!! 싸랑합니다!!!!


후다닥~!!!


솔직한 심정은 이거였음.


[아니!!! 이전에 직원분은 그런 얘기 안하셨는데요!!!!!! 뭔 님들 일처리가 이딴식이야!!]


그러나 바쁜 사람은 싸울 시간도 없는 법임. 

본인은 발빠르게 시청밖을 뛰쳐나갔음…. 


이건 중국에서 익힌 ‘항마력’ 임. 

중국의 시청 공무원들이 세발 자전거라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KTX임. 

그들에게 더 무언가를 내놓으라는건 합리적이지 못함.


그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음. 

어차피 지난번 본인을 상대한 공무원은 A이고, 지금 내 눈앞에 공무원은 B니까.


B에게 A의 탓을 하며 따진다고 하여, 이 말단 공무원들이 ‘효력’이 없는 서류를 

받아 줄 만한 ‘권한’ 따위 있을리가 있나…

결국 아무도 해결 할 수 없는 사안으로 서로 금쪽 같은 시간, 감정만 낭비하는 상황이 되는거임.


[이게 사실 머리로는 아는데 사람이 마냥 합리적으로 행동하긴 어려움..열받아...ㅠㅠ]


바로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었음.


나: 대표님!!!


냥이 형: 어! 왜? 차가 좀 막혀?


나: 그게 아니라, 한 2주 정도만 폐를 좀 끼쳐야 겠습니다. 제가 청약이 됐거든요? 

근데 국제 결혼이다 보니 필요서류 준비가 많이 복잡합니다 ㅠㅠ


냥이 형: 청약!? 이야~~운이 좋네 우리 소장님~ 이게 다 형네 회사로 와서…


나: 시간이 없습니다!!


냥이 형: 청약이면 돈이 얼마냐!? 돈 벌어야지!! 아라써!! 어차피 당장 하는 일도 없는데 하고 싶은거 다 해~!! 


나: 감사해요!!!!


그 길로 바로 서울로 차를 몰았음. 

이미 국제결혼 과정에서 ‘공증’이 무엇인지 경험해보았기에…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은 서울에 있는 대만 대사관이었음. 

근데 국제 정황상 ‘대만’을 국가로 인정해 버리면 중국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으므로, 

우리 나라는 대만 대사관을 대사관이라 부르지 못함.


“주 타이베이 대한민국대표부”라고 부름.


지옥 같은 서울의 교통을 뚫고, 대표부로 달려가 번호표를 뽑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 

서류를 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공증을 해주느냐? 


아니…. 맡겨 두고 다시 몇일을 기다려야함. 

운이 없으면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도… 

공증이 끝나면 알아서 전화로 찾으러 오라는 연락이 옴…

 

**빠진 내용 보충**

나: 이거 빨리 공증 좀 해주세요!!!!!!!!!!

 

직원: 공증에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일주일...

 

나: 저 청약 당첨됐어요!! 이거 빨리 안하면 아파트 날아가요 ㅠㅠ!!!

 

직원: 헙!!! +.+ 청약!!!!!! 알겠습니다!!!

********************


그덕에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아 2일 정도 만에 연락이와 다시 공증 서류를 찾을 수 있었음.


2차 관문 통과… 이어서 3차 관문이었음… 얼마나 빠르게 호적등록이 되느냐…


다시 일전의 시청으로 뛰어 들어갔음. 

운이 좋게도 지난번 만났던 B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음. 

그녀에게 달려가서 서류를 급하게 내밀었음.


나: 저 혹시 기억나세요? 몇일전에 ‘공증’ 필요하다고 하셨던…!!!


직원: 아~네^^ 엄청 급하게 뛰어가시더라구요 ㅋㅋ 벌써 다 준비해 오신거에요?


나: 네… 제가 워낙에 급하다 보니…얼른 출생신고 해주세요!!! 호적등록이랑!!!


직원: 아..네…근데 이게 원래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몇일 혹은 일주일정도…혹시 많이 급하신가요..? 뭐 때문에..


나: 아파트 ‘청약’ 당첨 됐습니다. 이거 몇일안에 못하면…아파트 날아가요 ㅠㅠ


직원: 헙!!! +.+ 제가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드릴께요!!!!!!!!!!!


[다행인건 아들내미의 이름을 어머니께서 진즉에 지어 주셨다는 것… 휴우..]


그리고 그녀는 다음날 아침, 내게 직접 전화를 하여 

하루만에 모든 등록을 완료하였노라 청약 축하드린다며 인사를 해 주었음.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음. 

만약…내가 그녀에게 A의 업무 탓을 하며 감정을 낭비했더라면…

공무원들도 사람일 진데…저렇게 발벗고 빠른 처리를 해주었을까??


그렇게 천운이 닿아 3차관문 통과…


그렇게 일주일동안 관문 3개를 넘었음.



***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나는 미친듯이 모델하우스와 상담전화를 했음. 

아마 50통은 넘게 했을듯…국제결혼은 생각보다 쉬운 절차를 복잡하게 꼬았음. 

이때 느낌. 우리가 일상속에 한국인 으로서 체감하지 못하는 ‘편의’가 외국인들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것이라는거…


모든 상황에서 ‘귀화’를 하지 않은 외국인 아내는 예외의 대상이 되었음. 

그럴 때 마다 XX건설 상담팀은 분주했고, 결국에는 지난번 전화했던 총괄 팀장이 

하루에 2시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내게 전화를 걸어주는 ‘특별관리’ 를 받게 되었음.


그녀는 완전히 나를 전담 마크하며, 본인의 상황을 조사하고, 리스크 조사를 해주었고. 

그녀와 전화하는 동안 그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씩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니…


4번째 관문…..아내의 예기치 못한 수입..


나: 생각해보니…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거 같습니다..


팀장: 아….$#!$!$ 외벌이가 아니신거네요 ㅠㅠ


나: 아..아니요. 임신하고 배불러 올 때쯤 관뒀습니다.


팀장: 얼마나 다니셨나요?


나: 4개월 정도 다녔습니다..심심하다면서요…


팀장: 4개월이나 다니셨다면…ㅠㅠ 아아… 부부합산 수입이…..

지금 고객님 이전 연봉이 5500가까이 되시는데… 6천 넘으면 어쩔…ㅠㅠ


나: 그건 문제 없습니다. 우리 와이프 한달에 23~30만원 정도 벌었어요^^


팀장: 눼에~!? 저…실례지만 어떤 업무를…


나: 아. 거 한국에 적응한다고, 밖에 나가서 동네 할머니들이랑 놀았나봐요. 

그러다가 아는 외국인 할머니 따라 마스크팩 접기 아르바이트 같은거 했어요. 1장에 8원짜리. ㅋㅋㅋ


그 순간 머리를 땅 때리는 생각.


생각해본적 없었음. 근데 계산을 해보니…아내는 한달에 37,500장의 마스크 팩을 접었던 거임. 

주말에는 안갔으니…평소에 얼마나 미친듯이 접었다는거임?

이 사람아…배속에 애기도 있는데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나한테는 그저 집에 있기 심심하고, 동네 할머니들 수다 떠는거 들으면서 

한국어 공부도 할 겸, 소소히 용돈도 벌 겸 놀러가듯 다니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던거 같음. 


대만에서 일하고 당당하게 번돈으로 자기 생활을 하던 사람이 

글도, 말도 모르는 낯선 이국땅에 와서, 혼자 집에 있으며, 그저 남편이 벌어온 돈 타쓰기가 많이 불편했었나 봄..


아주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한 여자가 이곳에와 새장속에 갖힌 새가 되어야 했음.


마음이 짠…했음..

그 와중에 선물같이 찾아와준 아들에게 고마움이 밀려왔음. 

이제 아빠가 일하러가도 엄마가 외롭지 않겠구나.


팀장: 뭐 그러면 거짓말은 아닌거니까 다행이네요. 

그래도 요 1 년간 수입에 포함되어 있으신건 맞으니까…

세무서에 가셔서 아내분 원천징수 기록을 추가로 가지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일을 관두셨으니까 ‘해촉 증명서’도 꼭 챙겨 오셔야 해요.


5번째 관문….!!! 해촉 증명서 받기!!!

 

나: 해…촉…증명서요…? 그…그게 뭐죠?


팀장: 직장으로 따진다면 퇴직 증명서 같은거죠^^


나: 와이프가 어디 다닌지 모르는데요?


팀장: $!#$!%#$%@$


나: 그냥 듣기로는 동네 할머니들 따라 어디 지하에 내려갔다고만 들어서…

관두는 것도 뭐 절차 같은거 없었어요. 그냥 나 관둠요. 전화한통 넣은게 다인데…


팀장: 아!! 그러시면 그 전화한 번호로!!!


나: 그냥 와이프가 거기 있는 할머니한테 말한거라…;;


팀장: 아……OO씨…. 제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이건 도저히 ㅠㅠ 

뭐냐구요 ㅠ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달려왔는데애!!!


나: 아..!! 혹시 세무서에 와이프거 떼보면…?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요?


팀장: 오!! 일리있어!!!!



***



나는 바로 세무서로 달려갔음. 난생처음 가본 세무서. 

도대체 사람은 왜그렇게 많은건지…무려 한시간을 넘게 기다렸음.


나: 제 아내 작년 아르바이트 한거…원천징수 서류 떼러 왔는데요.


직원: 네. 성함이요.


나: 올리비아 핫세 입니다.


직원: 외국인이시네요? 본인이 아니시면 아내 분 신분증이 필요한데요?


나: 혹시 신분증 사진도 되나요?


직원: 안됩니다.


나: 왜요!? 


직원: 그 사진이 실제 신분증인지 저희가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나: 그 신분증에 번호를 조회 해보면 되죠!


직원: ……….저희는 외국인청이랑 무관한 입장이라..


나: 아니 반드시 그 신분의 유무를 현물로만 판단하는건 아닌거 같습니다만?


직원: 저희는 그런거 일일이 조회해주는 그런 역할 아닙니다. 만약에 잘못된 서류를 제가 임의로

처리해버리면 그 뒷감당은 어떡하죠?


나: 그럼 이건 어때요? 가족관계 증명서에 신분증 번호가 있잖아요? 

가족관계 증명서에 외국인 아내 등록하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있어야 되요. 

그거면 증명 되는거 아닌가요? 

이미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있다는건 그 외국인 등록증이 인정이 되었다는 거니까요.


직원: 죄송하지만, 그건 시청관련 업무이지 저희 세무서와는 무관합니다.


나: 아니. 다 같은 공공 정부기관 아닙니까? 아까 그러셨죠? 뒷감당이 걱정된다고. 

그럼 결국 할 수 도 있는거 아닙니까? 지금 직원분이 걱정하시는건 외국인 등록증의 '위조' 사안 아닙니까?


직원: 맞죠.


나: 그럼 100% 보장이 가능하면 할 수 있는거죠. 가족관계 증명서에 신분증 고유식별 번호가

제 사진과 일치하는지 정보를 보면 되는거 아닙니까! 


직원: ............#$!%#!@#$ 그럴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이기 때문에..저희도 일말의 가능성을..


나: 그게 아니겠죠. 단 1%라도 리스크를 짊어지기 싫은 거겠죠. 

제 주장이 하나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데도. 그저 그쪽이 그걸 하기 싫으신 거죠.

맞아요. 그냥 외국인등록증 원본 들고오면..!! 뭐든 메뉴얼대로만 하면 본인 책임 없다고 

빠져나가실 수 있으실테니! 공무원 일이라는게 참 사람을 '기계' 마냥 '판단'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가 보네요!!


직원: 하아.....안되는건 안됩니다. 지금 뒤에 기다리는 분들 많으신데. 혹시 다른 업무는 없으신가요?


나: 어휴............


공무원 세계는 '융통성' 이나 '이치', '상식' 같은게 통하지 않는거 같음.

어찌보면 공무원 만큼 '꼬리자르기'가 팽배한 조직이 없는거 같음. 

그 행위들이 실체 없는 두려움을 만들고, 그들의 '융통성' 과 '상식'을 앗아가는 원인이 되는거 아닐런지...


...............


이제 몇일 남지 않았음. 서류를 준비하고 모델하우스로 가서 계약하는 기한이…

이번주 금요일이 계약 당일이고…오늘은 수요일….

이대로 끝인건가…



***



[아니…기왕에 시작한거…할수 있는건 해보자!!!!!!]



6번째 관문…..바다 건너있는 아내 신분증 공수…원천징수 서류떼기


아내에게 전화했음.


나: 여보. 지금 외국인 등록증있지? 그거 당장 제일 빠른 우편으로 나한테 보내요. 

시간 없어. 제일 빠른거!! 세무서에 당신 자료 뽑아야 하는데 신분증 원본 달래요!!


아내: 아 진짜! 되게 귀찮게 하네!!! 알았어!!!


나: 아..그리고..혹시 당신 예전에 아르바이트 하던 곳…. 어딘지 알아?


아내: 몰라요. 예전에 그 할머니 연락 끊겼어. 번호도 없고.


나: 그럼 대략적인 위치는?


아내: 뭐더라..? O편한 아파트 맞은편에 어디 건물 지하인데…몰라요. 간판도 못외우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나: 알겠어요. 일단 지금 바로 가서 나한테 보내줘요.


아내: 네.


과연 할 수 있을까? 허탈한 마음에 세무서 앞에 주저앉아 담배를 폈음.

그때 다시 상당원 팀장에게 전화가 왔음.


상담원: 어떻게 되셨어요!?


나: 외국인 등록증을 가져오라는데…하필 아내가 지갑에 넣어서 가지고 가버렸어요…ㅠㅠ 

최대한 빠르게 보내달라고 했는데…과연 기한내에 도착할지…


상담원: OO씨는…할만큼 했어요…정말 고생했어요…이후 결과는…운에 맡길 수 밖에…


나: 아녜요…팀장님도 더는 전화하지 마세요…제가 나중에 걸겠습니다…ㅠ


상담원: 힘내세요….ㅠㅠ


그 자리에서 줄담배 5까치를 피고 나니 뿜뿜 하는 니코틴 버프…그래..이대로 끝낼 순 없다. 

과거 내 사주팔자가 ‘형사’ 직업이 적성에 맞다는 얘기가 생각났음.

아내가 다니던 지하실 마스크팩 사무실? 


까짓거 서류로 확인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찾아내고 만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