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IP인증 한번 했었네요. 롤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고 거의 동시에 LOL을 접하고
정말 오랜시간동안 롤에 푸욱 빠져있었습니다. 스킨은 30여개 밖에 없지만 사실 이것도
게임을 하면서 라이엇에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스킨 쓰고 못하면 "스킨을 왜샀느냐?" 등등의
욕설이 몇배가 더 날라오길래 어느순간부터 스킨이 있음에도 착용을 안하게 되더군요.
LOL에 빠져있는동안 아들이 갓난쟁이에서 걸어다니게 됐습니다. 묵묵히 참아준 집사람에게도 지금이라도
고맙는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롤할당시 생활 패턴은 단순했습니다.
월~금요일 7시 귀가 8시까지 식사와 샤워를 마침 10시까지 아들과 놀아줌(이거마저 안했으면 정말 이혼당했을듯, 사실은 10시가 넘어야
트롤이 급감하죠.)
10시부터 스타트 ~ 보통 7-8판 정도를 하면 거의 새벽 2시가 넘어갑니다.
문제는 마지막판인데요. 마지막에 어떻게든 이겨야만 컴을 끄고 잡니다. 지고난뒤에 자려고 누워도 잠이 안오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새벽 4시 5시를 넘기는경우가 허다했고 아침7시기상인데 잠을 2-3시간밖에 못자니 회사에서 계속 졸고...
주말은 ... 상상하시는 그대로구요. 날밤새기는 여사고 집에서 눈치 보여 아예 피방을 가서 날밤새고 ...
그러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친구를 롤에서 만났는데요.
제가본 트롤중 최강트롤이었습니다. 매칭시스템이 미쳤는지 5판중 3판을 그친구랑 게임을 했고 그친구덕에
겜을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펄건 이즈였는데 게임 잘하더라구요. 세판다 7-1-2 6-2-4 뭐 이런 킬데였는데
20분만 되면
서렌을 칩니다.
거절하면 그때부터 전쳇으로 미드에 500원간다 어시라도 먹어라를 외친뒤 솔로 포탑다이브를 감행...
그뒤로 서서히 팀이 붕괴되고 욕설이 난무하고 집니다.
그걸 정확히 세번 연속 당했습니다. 마지막판에 "너 이러는 이유가 뭐냐?" 라고 물었는데
"나는 골드5 0점이거든...니네 거의 실버1이잖아. X되보라고 골드 못오게 할거야 ㅋㅋㅋ"
순간 혈압이 상승했고 뒷골이땡긴다 싶었는데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평소 조금 혈압이 높았는데 그날 잠시 의식이 날아갔죠. 그리고 접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 정말 사는게 재미있다라고 느껴지더라구요.
주말엔 아이 전동차를 사고 아이와 함게 돌아다니면서 놀아주고 도시락싸서 공원이나 야외로 놀러도 가고
맛난것도 먹으러 다니고 평일에도 아들내미랑 손잡고 인근 공원한바퀴돌고 놀이터에서
놀려주고 집에 오면 집사람이 과일이나 레몬티 같은 간식거리를 준비해둔걸 먹고 마시고 아들과 같이 목욕을
한뒤 책읽기나 숫자놀이등을 같이하며 놀다가 11시쯤 아이가 자면
혼자 빔프로젝트 쏴놓고 영화나 미드 한편 딱보면 다보기전에 잠이옵니다. 평균취침이 12시쯤인데요.
예전엔 7시에 일어나기도 힘들어서 지각에 변명거리 생각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요즘은 정시출근 입니다.
사무실에서 조는 일도 절대 없고 일도 예전에보다 잘되고요. (연봉도 오름)
지나고 보니 내가 롤을 하는동안 내게 남은것이 무엇인가를 되집어 보면
건강악화와 가족과의 단절 업무의차질만이 남았더라구요.
조금씩 취미로 한두판정도씩은 괜찮은것 같으나 조절할 자신이 없어 아예손을 안댑니다.
해보신분들은 아시다시피 마약과 같거든요.
친구중들중 저와 비슷하게 시작해서 아직 그런 패턴으로 사는 친구가 몇 있습니다.
그친구들에게도 "마이 했다가이가 고마해라..." 라고 합니다만 먹히질 않네요.
혹시나 예전의 저처럼 사시는 소환사님이 계시다면...
어여 소환사의 계곡에서 나오셔서 리얼라이프를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