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이른 퇴근을 하고
더욱 오랜만에 아버지, 어머니와 갖는
저녁 식사 자리였습니다.
얼마전 동생을 군에 보내고
손에 꼽을 만큼 식사를 같이 할 겨를이 없었는데
기분 좋게 어머니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머니,아버지와 술 한잔 기울였지요..
다가오는 29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을 보러 가고자 합니다.
저희 집에는 차가 없습니다.
아니 없지는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 제가 어릴 적 부터 지켜봐왔던
파란색 용달트럭..
지금의 우리 가족을 있게 해준 아주 감사한 녀석이지만..
왕복 8시간이 넘는 거리를 성인 남녀 셋이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차량은 아니지요..
부모님께 차량은 걱정 하지 마시라고
제가 구할 수 있다고, 렌트를 해도 되니까 걱정 마시라고 말씀은 미리 드렸지만
아버지는 속이 상하셨나 봅니다.
같은 빌라 사시는 다른 분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말씀 하셨다고 하네요
우리 작은 아들 보러 가야하는데 보러 갈 차가 없다고..
차를 빌리고 있다고..
선뜻 502호 빌라 아저씨께서 차량을 빌려주신다고 하시네요
주말이면 멍청하게 서 있는 차량 뭐하러 세워두냐고..
내 차 가지고 작은 아들 보러 다녀오라고..
어느덧 이십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향해가는 나이..
렌트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돈 없어도 당장 생활 하는 데 크게 지장이 있지도 않습니다..
아버지는 많이 속상하셨나 봅니다.
막걸리 한 잔 드시고는 어머니께.. 말씀 하십니다
우리 아들들 이렇게 크는 동안, 당신이랑 나는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자가용 한 대 장만 못하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여지껏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대신 자식농사를 기가막히게 짓지 않았느냐고
어디 가서 나만한 아들 있느냐고..
아버지 피식 웃으시고는 연거푸 막걸리를 넘기십니다..
소주 세 잔뿐이 안 먹었는데
또래보다 술이 약하지도 않았는데
울컥 올라오는 감정들과 눈물을
밥을 곱씹으며 삼켰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드림카는
12인승 스타렉스 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초라한 차량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 매일 말씀하십니다.
12인승 스타렉스만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 다 태워서 이 곳 저 곳 여행 가고 싶으시다고..
더 열심히 뛰어서 더 열심히 벌어서
우리 아버지의 첫 자가용은
아버지의 드림카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한 때 아버지의 아픔이였던 제가
아버지의 꿈이 되고 싶습니다..
컴퓨터를 켰습니다.
오늘의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글로나마 이 순간을 저장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한 하루를 보냈을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