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둔 52살 그녀는 외롭다. 남편의 연이은 사업실패로 인한 빚더미를 갚기위해 자유와 꿈을 고스란히 내려놓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 갚은 빚. 이내 시간이 흘러 딸은 29살 시집을 눈 앞에 두고 26살 아들은 취준생. 지난 과거의 모든 것은 자신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였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외롭다. 언제나처럼 집안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다. 집안을 위해 모든걸 포기한 그녀에게 바깥생활이란 없어 만날 이도 없다. 집을 말아먹은 남편은 바깥을 떠돌기 일쑤. 그나마 위안삼던 딸은 결혼준비다 뭐다 바빠 보기가 어렵고 아들은 남편닮아 떠돈다. 그녀 곁엔 지금 아무도 없다. 무엇을 위한 삶이었을까. 남편 대신 빚을 갚은 노력은 누구에게 보상받나. 자식을 위해 살던 삶은 자식들에겐 그런 삶으로 보이지 않았나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앉을 때 그녀에게는 더 큰 어둠이 찾아온다. 거실에 앉아 켜지 않은 티비를 보다 아픈 어깨를 감싸며 침대에 몸을 뉘인다. 감은 두 눈이 어딜 보고 있는지 자신도 알 수 없다. 침묵이 그녀를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