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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나의 관장과 수능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066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009000
추천 : 3
조회수 : 35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8 12:07:58

하늘하늘 하늘에서 눈도 내리고, 이번 년에도 어김없이 마음이 추운 겨울이 다가왔지만

 불현듯 갑자기 생각나는 수능 전날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한번 끄적여봅니다.

수필처럼 쓰기위해 말을 편하게 갈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때는 2004년 겨울 수능을 앞둔11월 어느날.

 

당시 눈치밥 먹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재수생이었기 때문에 

곧 다가올 수능에 대하여 심장이 아릿할 만큼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었다

게다가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어디에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그 만큼 재수성공에 대한 열망과 갈망은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는 여행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일년이라는 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보는 두번째 수능이니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하여 지난날의 실수를 돌이켜보고 미리 바로잡기로 했다

겉보기로 봐서는 알래스카 북극곰처럼 둔감하고 주어진 환경에도 변화가 없을 것 같은 나였지만 

유독 시험과는 운이 없었던 것은 시험칠 때 언제나 발동하는 예민한 신경성 복통 때문이였던 것이다.

 

1.신경성복통.jpg

< 아이고 배야 >


잠시 더 과거로 돌아가보면 

처음 수능 보던 추운 겨울 어느날

남들은 따뜻한 교실에서 1교시 언어듣기 평가를 들으며 구슬땀을 흘렸을지 모르나

나는 차가운 변기에 걸터 앉아 몇장없는 휴지를 손에 들고 

화장실 넘어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언어듣기평가 방송을 집중해 하며 

속으로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고 

나의 야속한 소장, 대장은 내 몸에 있기를 거부하는 그것을을 흘려보내며 

기쁨의 냄새나는 소리를 내고 있었겠다.


다시 교실로 돌아왔지만나의 컨디션은 급격히 흔들렸으며

회전이 잔뜩 실린 볼링공이 볼링핀을 우수수 쓰러뜨리는 마냥 

나의 첫번째 수능은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져갔다.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기하기로 하였다.

 

2. 관장약.JPG

<관장약>


그것은 바로 관장

떻게 보면 참으로 아날로그 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지만 

당시 나의 뇌는 더이상의 합리적인 선택이 없을거라는 파멸의 선택을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두번째 수능 전날, 나는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어둑한 길에 동네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인 아주머니는 추운겨울이니 감기약 정도 사러왔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내가 꺼낸 말은 그분의 예상과는 사뭇달랐었다.


: [건장한 남성이 관장하기 위해서는 관장약 몇 개나 필요한가요?]

 

3. 아주머니 표정.jpg

<주인아주머니 표정>


주인아주머니: [2개면 될거에요….]

 : 사뭇 고민하며 비장한 말투로, [그러면 4개 주세요]


4. 황당한.jpg

<주인아주머니 표정2>

 

나는 치밀한 마음에 한번에 관장을 성공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여 2회분을 준비하려 한 것이였으나 

그때 주인아주머니의 눈빛은 마치 관장에 한 맻힌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눈빛이었다.

 

수능날,

긴장된 탓이었는지 예상한 새벽5시보다 이른 4시에 자동기상을 하여 

나의 뱃속상태를 체크하며 관장을 할지 말지 아침부터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위하여 예정대로 관장액 4개를 들고 팬티만 입은채 가족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화장실로 향했다.

 

성인이 되어 처음하는 관장은 생각 보다 어려웠다

넣어야 하는 입구가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민감한 그 부분의 살을 찔러대는 고통뿐만 아니라 

하나를 넣은 후 두번째 것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그 입구를 열게 되는 순간 새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차마 두번째 관장약을 주입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장이라도 분출할 것 같은 배뇨감을 참았다가 볼일을 보았지만

 내가 흘려보낸 것은 맑고 투명한 액체뿐이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이 계획이 잘못되었는지 아침 5시에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콩콩콩.jpg

[역시 2개를 넣어야 하는가?]

[역시 2개를 넣어야 하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였다

내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중력에 의하여 관장약은 나의 대장 하부쪽에만 머물러 있을 테니

나의 대장 곳곳에 숨어있는 그 녀석들을 분출시키기 위해선 관장약이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중력을 거슬러 관장약이 더 높게 올라가기 위해서는?

 


5. 물구나무.jpg

그렇다물구나무 뿐이다.


2개 분량의 관장약을 주입하고 다시 한번 가까스로 터질 것 같은 배뇨감을 참으며 

화장실 차가운 바닥에 나의 두 손바닥으로 나의 몸을 지탱하려 했다.

전날 화장실 청소라도 하였는지 미끌거리는 화장실바닥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할 것 임을 깨닫고 

화장실 벽에 나의 발을 걸치는 엎드려뻐치는 자세를 향하였다.

 

6. 엎드려.jpg

<트리플 악셀급 나의 고난이도 자세>


그리고 좀 더 추진력을 얻기 위하여 

수능날 아침 530분에 화장실에서 나체로 엉덩이를 흔들며 대장과 관장약의 영혼이 실린 쉐이킹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름 내 예상이 적중하였는지 그것들을 배출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능시험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운명은 정해져 있는것일까

아무래도 나는 교실에서 언어듣기평가를 듣는 운명이 아니였던가보다

두번째 수능날도 내 뱃속 어딘가에 남아있던 그것들을 분출하기 위하여 화장실에서 또 울며 다시 언어듣기평가를 듣고 있었다.

 

안 될놈은 뭘 해도 안되나보다. 하하하하하

 

 

P.S. 웃기게도 언어성적이 가장 좋게 나왔다. 두번 겪어서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었나보다.

P.S.2 이과 였는데 수리가 망해서 원하는 곳에 못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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