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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김종인에게 우려했던 점
게시물ID : sisa_6965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hom
추천 : 10
조회수 : 43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3/21 22:27:36
 
 
급작스런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이 날 때 전 탄식하며 마눌징어에게 말했습니다.
아.. ㅅㅂ 김종인 지뢰가 터졌다.. 망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야권연대? 야권연합? 프레임으로의 전환에 성공해서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을 때도 전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김종인이라는 정치인에게 내재된 위험성이 가장 먼저 드러난 순간이 필리버스터 중단국면이라고 보았고
김종인이 자신을 객관화하여 그 위험성을 제거하기도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정청래 컷오프와 비례논란까지 전 같은 맥락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그가 정책자문역할로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에 기여한 시기는 유신정권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넣었다고 할 그 시기에(정말 그의 업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그는 민정당의 2선 전국구 의원이었습니다.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강제 매각케 한, 그래서 헌정 사상 가장 강력한 재벌개혁인 5·8 조치 당시 그는 노태우의 경제수석이었습니다. 
노태우의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그가 전권을 약속받았다는 기사들은 지금 보면 의미심장하지요.
이 세 가지 정도가 김종인의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네요.
저는 김종인이 강력한 혹은 비정상적인 권력을 가졌을 때에만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민주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왜?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적어도 민주주의자이니까요.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 해도 이길 수 없고, 그만둬야 했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당원, 지지자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단하기 전 한 번이라도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물어봤나요?
아니면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설득하려는 정성이라도 보였나요?
의원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 해 우왕좌왕할 만큼 전격적이고 독단적이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이 지지자들의 마음을 차갑게 한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이 우리 마음에 만년설을 퍼부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망치면 책임질꺼냐?' 김종인의 이 말이 저에겐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박정희의 태도와 겹쳐 보였습니다.
 
 
정청래, 이해찬.. 컷오프 시킬 수 있습니다.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왜 필요하며, 그것을 입증하는 데이터는 이것이다..
컷오프가 있기 전,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로부터 우리는 어떤 설명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거꾸로였죠. 컷오프가 있은 다음에 당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 결정에 대해 해석을 하고 설명을 해줬죠. 망치부인 같은 분들이..
합리적 보수를 견인해야 한다.. 중도층을 끌어와야 한다.. 새누리를 더 오른쪽으로 밀어내야 한다..
이제야 표창원 같은 분들도 파파이스에 나와서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자리에 우리 스스로 반창고 다 붙이고 난 다음에..
예정되어 있는 이별은 힘들지만, 그리고 시간이 걸리지만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별은 그렇지 않죠. 어제 데이트 하며 셀카 찍고 하하호호 했는데 오늘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면 납득이 가나요?
그러고보니, 김종인은 정말 컷오프 며칠 전에 정청래와 하하호호했네요.. 그것도 커플룩 같은 걸 입고........
 
 
비례대표사태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김종인, 2번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다.. 그래서 2번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반발이나 이견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전 받아들였을 거 같습니다.  
문재인이 정말 2번을 약속했다면 그걸 미리 밝히고 2번을 하기에는 이러이러한 면이 면구스러운데 또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이런 식으로 밑밥만 깔아놨으면 이 난리는 안 났을 겁니다. 안 한다, 못 한다, 사람 뭘로 보느냐.. 이러다가 또 뒤통수 빠악!
사실 이건 큰 문제도 아닙니다. 2번이든, 14번이든, 하든 안 하든. 
비례후보 면면들이 아주 지랄 맞은 쪽으로 화려하지만 전 그보다는 절차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인에게는 당헌해석권(개헌권 아닙니다)과 당규개정권이 주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 당헌으로 자신이 원하는 비례진영을 구축할 수 없었다면 당헌을 개헌하고 했어야지요.
우리가 달리 비대위냐? 당이 비상이라서 비대위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태도 아닙니까? 나라가 비상이다, 그래서 쿠데타를 먹어라..   
게다가 야권 지지자들은 박근혜가 하위법인 대통령령으로 법률을 넘어 헌법까지 무시하는 태도에 지긋지긋한 상태 아닙니까.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서 내가 박근혜가 된다! 도 아니고..
 
 
제가 본 김종인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비정상적으로 큰 권력이 부여되었을 때에만 두드러졌던 정치인입니다.
결국 이 세 번의 사태를 통해 드러난 양상은 김종인 안의 독재와 김종인 밖의 당내 민주적 절차와 문화가 충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인이 '내 안에 괴물이 있어..!' 를 인식하고 그 괴물을 잠재우며 '너희들도 변하고 나도 변하겠다'를 도모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정권교체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동행할 수 있길 바랐지만 결국 괴물이 밖으로 튀어나와 우리의 민주주의와 맞부딪치는 상황이 되어 버렸네요.
 
 
물뚝심송님의 글이나 망치부인의 방송 내용이 시게에서 많이 회자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뭐 천하삼분지계를 막았다는 글도 비슷한 내용인 거 같고..
그럴 수도 있겠죠. 또 귀담아 들을 내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의문은 그겁니다. 왜 그런 분석, 해석, 의도를 우리는 당에서, 지도부에서, 김종인에게서 듣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정치인들의 고담준론, 전략가들의 신묘막측한 전략.. 이런 건 우리 같은 범인들은 알 필요도 없고, 알 능력도 없으니 그냥 표나 찍으라는 건가요..?
정치가 이뤄지는 과정을 투명하게 알고 그 결과를 결정권자와 지지자들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이건 우리 상황에선 너무 큰 이상주의인가요.
저쪽은 비박 학살 공천을 하고 나라를 팔아 먹어도 지지율이 40퍼센트가 나오는 콘크리트야! 우리도 이기려면 콘크리트가 되어야 해!
콘크리트 욕을 얼마나 했는데.. 콘크리트가 되라니..
너무나도 강하고 강고한 적이 있으니 아닥하고 돌진해.. 
적이 강하니까 더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지요. 레이드 한 두 번 합니까..? 
 
 
전 김종인과 더불어 민주당에게 설명을 듣길 원합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에 이어서 전 김종인의 수권정당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합리적 보수가 몇 퍼센트의 수치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필리버스터 이후 이어진 일련의 결정들로 인해 더불어 민주당에 얼마나 유의미한 긍정적 변화가 생겼는지도 모르겠거든요. 제발 설명과 설득을 좀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를 납득시키며 김종인도 자신이 어떤 당에 와 있는지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당은 10만 당원이 한꺼번에 입당한 당이고
김대중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당이고
수권정당도 좋은데 민주정당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당이라고..
 
이상 SLR 난민 르네상스? 때부터 눈팅하다 마눌징어 작년에 가입시키고 정작 본인은 얼마전에 가입한 유부징어의 첫 글입니다.
 
 
세 줄 요약
1. 김종인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주어진 비정상적인 권력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 정치인이었다.
2. 지금 양상은 김종인 안의 독재와 김종인 밖의 민주적 절차와 문화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3. 종인 할배, 제발 수권정당 설명 쫌... ㅜㅜ
 
 
(첫 글이 이렇게 길다니 망했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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