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여학생입니다. 저희 학교 학생 몇 명들도 이번에 힘을 모아 급식실 가는 길에 있는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정확히는 어제 점심시간에요. 학교는 시험 기간이라 일찍 마쳤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다가 그 곳에 몰려서 보고 가더군요. 내심 행복했습니다. 생각보다 다들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학교에 와 보니 대자보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대자보에 썼던 내용엔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4.19선언문을 인용하며 시국을 알아 달라고,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민영화에 대해 언급한것은 단지,
" 부정선거, 국정원 댓글 조작, 철도 민영화. 분명 익숙하고도 낯선 단어들 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어떤 일들인지, 무엇이 핵심인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습니다."
라고 했던 부분 밖에 없습니다. 대신 민영화에 관련된 자료는 따로 준비해서 손에서 손으로, 설명을 통해 전해졌지요. 민영화를 깊게 언급하면 떼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알리고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철도 민영화 뿐만 아니라 민영화를 말입니다. 지난 인천공항 매각 사건과 맥쿼리의 예를 들면서요.
사실 지난 1학년 때, FTA 때도 대자보를 교실에 붙였다가 교감선생님이 발견하시고 담임선생님을 혼내시며 제거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더욱더 어휘 선택과 내용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안된다니, 뭔가 마음한 구석이 불편하네요. 저희 대자보 제목 대로 <안녕하고 싶습니다>, 단지 안녕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