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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의 시 - 쉰 여섯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697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118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10/24 19:12:12
출처 : http://blog.naver.com/poohx1004/220054587012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pP5NL



6.gif

정유찬, 살아있는 날엔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환상이고
슬퍼도 울 수 없는 고통이며
만남이 없는 그리움은 외로움일 뿐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아쉬운 아픔이 되고
행동이 없는 생각은 허무한 망상이 된다

숨쉬지 않는 사람을 어찌 살았다 하며
불지 않는 바람을 어찌 바람이라 하겠는가

사람이 숨을 쉬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살아있는 날엔 사랑을 하자
마음껏 울고 또 웃자








7.gif

남진우,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리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낡은 수첩 한 구석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게 되리라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랬던가
너를 사랑해서 
너를 그토록 사랑해서
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너를 사랑한 것을 기필코 먼 옛날의 일로 보내버려야만 했던 그 날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생각하는 내가
이토록 낯설게 마주한 나를
나만 다만 떠올릴 수 없어서
낡은 수첩 한 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8.gif

박시하, 수직의 잠




지난밤 헤맨 길에

짙은 냄새와 흐린 울음이 있었지

 

기억해?

한 줄의 푸르고 비틀거리는

물컹한 꿈을

최초로 수평선을 그리던

 

파란 색연필의 욕망을

나를 갖고 싶어서

우린 울었어

 

부풀고 늙은 바램

터트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눈물 마른 바닷가

 

이제는 지울 수 없는 자취들을 따라서

파란 알몸인 채로 걸었어

 

아무것도 그립지 않아서

나는 미역처럼 웃고

너는 녹이 슨 길을 짚고

먼 바다를 바라봤어

 

기억해?

죽지 않아서

거꾸로 잠이 들었지







9.gif

이문재, 사랑이 나가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얘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이 내놓지 못한 말
마음이 다가가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해 손은 떨고 있다
예감보다 더 빨랐던 손이
사랑을 잃고 떨리고 있다

사랑은 손으로 왔다
손으로 손을 찾았던 사람
손으로 손을 기다렸던 사람
손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사랑은 눈이 아니다
가슴이 아니다
사랑은 손이다
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손을 놓치면
오늘을 붙잡지 못한다
나를 붙잡지 못한다







10.gif

이채, 사람이 사람에게



꽃이 꽃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에게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다투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른 것을
그저 다른 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내음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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