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복도식 원룸에 살고있는 여자 입니다
이집에 산지는 1년반 정도 됐구요
5층 건물이고 원룸 투룸 쓰리룸이 한층에 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건물 구조상 옆집은 멀리 떨어져 있고 우리집 오른편엔 비상계단이 있습니다
마주보는 앞 두집은 두달 전에 보름 간격으로 이사를 나갔습니다
우리집과 앞집2가 창문이 복도 쪽으로 나있구요
앞집 둘다 짐이 다 빠져 나간 상태고 앞집2는 항상 창문쪽에 불이 꺼져있어서
우리집 복도쪽엔 누가 봐도 사람 사는 집은 우리집 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근래 한두달 전 부터 밖에 놔둔 물건이 도난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짜증이 났지만 가격이 많이 나가는 물건이 아니라서 그냥 관리사무실에 신고만 하고 넘어 갔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집앞 복도의 센서등이 자꾸 꺼졌다 켜졌다 하고
남자학생(중고등학생 정도의 목소리) 두명정도가 복도에서 이야길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이 복도쪽으로 나있어서 센서등 켜지는 것이 아주 잘 보이는 데다가 복도가 작은 소리도 울리는 터라
아이들이 소근 소근 거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었거든요
처음엔 다른집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혼이나서 복도에서 서성이는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전 빨래를 널려고 하다가 비상계단 쪽에 담배 꽁초들과 소주병 과자 껍데기 들이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딱 봐도 누군가가 비상구 쪽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운 흔적이었구요
이상하다 생각 했지만 저는 그저 쓰레기를 치우기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여름이라 원래 있던 겨울용 커튼을 빨아서 넣어두고
임시 방편으로 테이블보 같은 것을 집게로 고정해서 한쪽 창문을 가려놓고
방충망만 친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주방 쪽에 등만 켜놓은 터라 집안이 어두운 상태였구요
그런데 갑자기 강아지가 현관쪽에서 빙빙 돌길래 왜저러나 하고 고개를 돌린순간
창 밖에 센서등이 켜지면서 창문 틈으로 사람 손이 슬금슬금 들어 오는 겁니다
안들 들여다 보려고 했는지 테이블보 천을 해집으며 들어올리려는 순간 제가 "누구야!" 하고 소릴 질렀습니다
그러니 손이 천천이 빠져 나가고 발소리도 나지 않고 잠잠해졌습니다
도망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차마 창가쪽으로 가지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관리실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잠시후 관리실 아저씨가 각목 같은 것을 들고 올라 오셨는데
그때서야 창문을 보니 방충망으로 된 창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상한 건 방충망을 여는 소리나 발소리를 제가 듣지 못했다는 것과
(제가 예민한 편이고 티비 소리도 아주 작게 해놓은 터라 못들었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이 안으로 들어 올때서야 센서등이 켜진 것을 보았을 때
현관문 쪽 벽에 붙어서 아주 미세하게 방충망 창문을 열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겁니다
왼쪽 창문에 가까이 가야 센서등이 작동을 하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을 것 같구요
잠깐 본 거지만 손도 여자손 처럼 희고 예쁜? 편인 것을 봤을 땐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아 봐야 20대 초반인 남성으로 추청합니다
도망 갈때도 복도가 많이 울리는 편인데도 발소리도 나지 않게 침착하게 빠져 나갔다는 게 더 소름 끼칩니다
또 티비 소리가 들리는데도 범행을 감행한 것을 보면
어쩌면 전에도 제가 자고 있을 때 창문 사이로 지켜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항상 티비를 켜놓고 자는 버릇이 있습니다)
막막한 게 이건물에 CCTV가 없다는 것과 앞으로는 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고 살 것 같다는 겁니다
관리실 아저씨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 본다는데 그동안 무서워서 어떻게 살지 걱정입니다
당장 이사 나갈 형평도 안되는데... 이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