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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터에 나부끼는 대자보가 우리에게 남긴 것
게시물ID : sisa_466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bdbdbdb
추천 : 2
조회수 : 2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19 02:36:51
"잘 아시다시피 시국선언의 파란이 대학가를 뒤덮은지 벌써 4개월이 넘었습니다.

아니 더된거같군요. 암튼 이번 정권은 시간이 앞으로가는지 뒤로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기억하실겁니다. 시국선언과 가두행진까지 펼쳐졌지만 은근히 학내에서 잡음이 많았지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시 시국선언의 촉발시점은 검찰총장 교체직전 검찰수사에서 명약관화한 증거가 나온 때였습니다. 시국선언은 부정선거라는 문제에 걸맞는 엄중한 사안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각 대학의 학생회들은 시국선언에 동참할지를 두고 의견이 다소 갈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총학은 여러 정치권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있을 뿐더러
학생과 거리가 멀어진 근래의 총학이 학생들을 과연 대표해서 의견을 제시하는게 정당하느냐의 문제로 의견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학교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목소리이자, 위가 아닌 아래에서 시작된 자기성찰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괴와 분노에서 기인한 이 목소리는 결의가 아닌 의문문에 가깝습니다.

이제 검찰이, 경찰이 그리고 법원이 대신 심판해주길 바라며 갈팡질팡하던 그들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라 마주한 사회문제는 우리 이웃, 가족 심지어는 나 자신의 미래조차 걸린 문제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이 행렬들은 그간 판단을 남에게 미루며 눈치만 보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자, 현실에 대한 의문들이고, 그것이 나 자신의 ‘안녕‘과 직결됨을 깨닫는 순간들입니다. 

그러므로 이미 붙여진 대자보가 모두 찢기고 불태워지더라도  한번 던져진 이 물음표는 끝끝내 남을 것입니다. 실제 오늘날 20대에게 있어 나자신의 안녕에 대한 고민은 그 어느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갓 성인이 된 세대는 힘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익숙치 못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풍토에서 스민 두려움은 이들을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냉소주의로 몰아갑니다.

따라서 이들은 정치에 익숙치 않습니다.
조화로운 민주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보상과 연결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 세태에서 사실 이 벽보들은 다함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용만 비슷할 뿐 고해성사에 가까운 독백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남은 파이를 두고 싸우게 될 미래의 경쟁자에 불과합니다. 
그런 그들이 처음 침묵의 불문율을 깨고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스펙시장의 소모재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갈대가 되고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힘을 합할줄 모르는 세대들의 속마음은 알고보니 참으로  비슷하였습니다.




이제 대학생은 민영화와 같은 사회이슈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그런 얘기 우리끼리 해서 뭐하냐“던 학생들도 귀를 한번씩 기울입니다. 짐작이 안가실 수도 있지만 이는 대단한 장족의 발전입니다.
취업에 누가될까봐 사회에 관심갖는조차 주저하는 세대가 이들임을 아셔야합니다.

이것은 사회문제가 결국 그들의 문제와 직결됨을 깨닫기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만이 생존법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들이 자기이름을 걸고 쓴 문장들은 어떠한 해결방향을 결코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침묵하고 또 알려고조차 안한 우리들을 반성케합니다.

그들은 주문합니다. 파업을 지지하건, 지지를 유보하건,  인터넷기사를 찾건 상관없습니다. 토론도 좋습니다. 침묵을 깬 수많은 청춘이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관심“입니다. 남이 아닌 나의 권익, 자유, 내 미래를 누군가가 도둑질하려고 하는건 아닌지에 대한 관심입니다. 다른 이들의 고통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제 알아야 합니다.

대자보는 선지자의 꾸짖음이 아닌 이런 내면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개인의 안녕은 때로는 타인의 안녕과 직결되기도 함을 간접적으로 이해함입니다.




정치참여는 일종의 선택지일뿐 전부는 아닙니다. 그저 사회의 흐름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가져보십시요. 무조건적인 추종 또는 무관심은 소수의 기득권이 다루기쉬운 사회로 이끌 것입니다.
깊이 알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눈뜨고 주의깊게 보십시요.

누군가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길 기다려선 안됩니다.
국가에 기대고자 한다면 우리의 권리를 위탁받은 자들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합니다.권력을 포기한 시민들에게 예비된 권리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침묵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불편한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점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사회라면 나는 이미 그곳의 시민이 아닌 노예일 것입니다.
민주정과 진정한 시민계급을 이루기위한 선배의 희생을 헛되이 해선 안됩니다.









한잔하고 잡설이 길었습니다.  부디 대자보가 한때의 유행가가 아닌 깨달음의 시작이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감상에 빠져 새벽부터 군소리를 해댔는데 참고 긴 글 읽어주신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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