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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의 시 - 쉰 여덟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697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5
조회수 : 100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0/26 20:42:07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LuZ&articleno=1499226&categoryId=98160&regdt=20130914210636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KqBCB



6.gif

신진호, 눈 오는 날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풀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바위가 되고
아득한 세상
높은 산맥마저
슬픔에 녹아
바다로 넘쳐도

수많은 전설
그 진실마저
가엾은 날개를 접고
거리에서
바다에서
눈물로 죽어가도

잊으라 한다고
잊혀 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혹시, 잊혀질까요







7.gif

채수영, 사랑 한 마디에 가슴 울렁이는



쏟아지는 햇볕으로 집을 짓고 
킬킬 모여 앉았던 추억은 어딜 갔나 
인생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해도 
갈 곳 있어 어디 아득한가 

사랑 한 마디에 가슴 울렁이는 
푸른 날들의 자취 
살찐 이름에 매달려 끝내 
고백을 미루었던 
삶이여 

이제 긴 그림자에 이끌리는 
너의 손짓에 내 고백은 
가락이 메마른데 
흔들리는 마음에 실리워 
어딘가를 찾아가는 
솟아 오는 햇살에게 이름의 
행선지를 묻노라






8.gif

양현근, 아느냐 애인아




산다는 것은

성긴 올을 날실 씨실로 엮는

한 폭의 모시적삼같은거라며

수묵화로 채워지는 화선지같은 거라며

기다림이 걸리던 옷장에는

귀환을 꿈꾸는 홀씨

외눈의 포자만 무성한데

 

세상이

한 잔의 고운 포도주로 넘칠 수만 있다면

가슴에 거짓말을 품지 않아도 좋을 텐데

 

넉넉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면

벌판엔 온통

풀빛 아닌 것이 없을 텐데

 

익숙하지 않은 하늘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

오오, 마른 입술 열며

그리움은 제 이름으로 저기 오고

 

아느냐 애인아

큰 언덕너머 온통 너의 이름뿐이던 것을

 

보느냐 애인아

사랑을 가늠하는 내 젖은 세월을

투정하듯 걸어둔

저 나부끼는







9.gif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10.gif

정호승, 까닭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 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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