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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학에 대한 오해 - 허례의식의 학문
게시물ID : phil_7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얍테
추천 : 1
조회수 : 122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9 16:25:39
  필자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유교(儒敎)라고 하면 제사따위에 목숨을 거는 고리타분하고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뭐 예송논쟁이나, 여러가지 사례들을 보면 상을 몇년으로 하는지, 옷을 어떻게 입는지 싸움을 하며 죽어나가는 선비들을 보면, 저게 무슨 어리석은 짓인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들에게는 그것(禮)이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을 고려 해 본다면 그들을 지탄할 수 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허나 이런 허례의식들에 대해서는, 나는 심심한 동정과 함께 그들이 어리석었다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지식하고 딱딱하고 허례의식뿐이라고 생각하는 공자의 이미자와 달리, 엄청나게 융통성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논어 구절을 몇몇 살펴보면
   林放 問禮之本 子曰 大哉問 禮 與其奢也 寧儉 喪 與其易也 寧戚 , 논어3
(임방이 예의 근본을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질문이다. 예는 사치스럽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하게 할 일이고, 초상은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픔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 논어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인데도 어질지 않으면 예가 있은들 무엇하겠으며, 사람인데도 어질지 못하면 음악이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이런 구절들이 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예를 행하는데 있어서 겉만 번지르르한 허례의식보다는, 진심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공자는 예를 다할 때 진심을 다한다면, 그 형식과 절차는 진심보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점은 두번째 구절에서 더욱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사람 그 본 됨됨이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되어있지 않으면 예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조금 부연설명을 보태자면, 이 구절에 나오는 음악이란, 하은주 시대의 제도와 문물 그리고 예악을 말한다. 공자는 하은주 시대의 제도와 문물, 예악을 성인들이 제정하신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조금 과장하자면 禮와 같은 위치에 있는 형이상자로 보았다. 이는 공자의 '옛것'에 대해서 글을 한번 더 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공자가 예의 형식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 논어3
(공자께서 계씨를 두고 말씀하셨다.
"팔일을 뜰에서 춤추니 이것을 차마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을 차마할 수 없겠느냐.")
子貢欲去告朔之희羊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논어3
(자공이 곡삭용 양을 바치는 제도를 없애려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를 아낀다.")
  팔일이라는 것은 팔일무라는 것인데, 단순하게 말하면 천자에게만 허락된 춤이다. 즉, 공자가 '차마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 라는 말은, 일개 제후인 계씨가 예법에 맞지 않게 팔일무를 자신의 대청에서 추게 했음으로, 저런짓까지 하는데 다른짓은 못하겠냐 라고 비판하는 장면이다. 두번째 구절에서는, 어떻게 보면 논어에서 자주 혼나는 역으로 나오는 (?) 자공이 "제사용으로 받치는 양이 너무 아까운데 그런거 없애면 안됩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너는 양을 아끼느냐, 나는 예를 아낀다." 라고 말씀하신 구절이다. 즉, 이 두 구절을 살펴보면, 예에는 형식이 있으며, 공자는 그것을 중요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던 구절들을 볼 때, 공자는 단순히 형식에만 집착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물론 공자는 예의 형식을 중요시 했다. 하지만 쓰잘데기 없이 화려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형식은 옳지 않고, 지켜야 할 형식만 검소하게 진심을 다해서 예를 행하면, 그것이 군자의 예라고 공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은 절대로 철저한 상명하복, 글놀이나 하는 선비들의 글장난, 쓰잘데기 없는 허례의식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해를 풀고, 인생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유학을 공부했으면 하는 조그마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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