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한 사람을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 사람을 아파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꽃 한 송이 필 때 우주가 함께 피듯
대양의 무게와 부피가
한 방울의 물,
한 조각 소금으로 늘어나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별, 하나의 지구가
사랑하는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아니하니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은봉,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깊게깊게
구멍 뻥, 뚫렸다 그러나
피투성이 내 가슴은
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 침 한번
꿀꺽 삼켰다 상처받지 않고
어찌 살 속의 뼈
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
키울 수 있으랴 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 오르는
욕망덩어리 옳게 키울 수 있으랴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마음은 자꾸
신음소리를 냈다 한쪽 귀퉁이
쭈욱, 찢겨져 나갔다 마른 오징어처럼
그러나 내 마음은
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온기은, 어느 별에서
밤새
퍼부어 대던
비도 그쳤는데
내 안에
가슴 가득 고여 있는
그대의 향기는
아직도
걷어낼 수가 없습니다
내 가슴 안에
남아 있는 임의 향기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해맑은
당신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요
어느 별에서
행복한 웃음 지으며
나를 지켜보고 있나요
가끔은
갈 바람이나
흐르는 저 강물에라도
잘 지낸다는
안부한장
띄워 보네 주세요
어느
별에서라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나 이곳에서
사랑의 등불 켜고서
당신이 오실때 까지 기다릴게요
유진하,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편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 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백예순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 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백예순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공석진, 그리움
어쩌란 말이냐
니가 그리운 걸
산을 보면 니가 보이고
하늘을 보면 니가 보인다
눈을 감으면
더욱 또렷이
니가 남긴 흔적으로
니가 그립다
두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떨어지는 눈물은
정녕 그리움인걸
추한 모습으로
지는 목련일지라도
니가 그리운 걸
어쩌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