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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 5.18 / 6월항쟁을 말아먹은 어느 분탕질 이야기
게시물ID : sisa_4678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경보병
추천 : 2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2/20 04:48:16
A는 중산층입니다
하층민들에 비하면 힘들이지 않고 적당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느날 정부가 B라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정책B에 반대했던 노조원들도 직위해제 당했습니다
정책B가 A의 삶을 망칠 수도 있다는데
사실 그리 절박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당장에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은 아니니까요
구태여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흔들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A는 정책B를 하면 안된다고 학교교육도 받았고
사회 분위기도 정책B를 하면 안 된다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나서서 정책B를 반대하면 멋있어 보일 것도 같습니다
노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쩐지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면 멋있어 보일 것 같습니다
절대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A로서는 저런 상것들과는 말도 섞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리하여 A는 가열찬 투쟁을 전개해나가기로 결심합니다.
대자보도 써보고, 피켓도 들어보고, 촛불도 
(A의 삶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들어봅니다.
뭔가 가슴 한 켠에서부터 뭉클함을 느낍니다
위정자를 욕하면 나도 민주투사 아닌가
그래 나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너희 잠들어있는 것들을 깨우기 위해 내가 친히 왕림하셨도다

이 꼴을 본 위정자는 코웃음을 한번 쳐주고는
열심히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갑니다
대자보도 피켓도 촛불도 당연히 그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보다못한 날품팔이C가 보도블럭을 깨서 던지기 시작합니다.
A가 어, 어, 이게 아닌데 하기 시작합니다.
저 상것이 저리 날뛰면 
백골단 서슬퍼런 곤봉에 자기 삶도 위협받는 것 아닌가
버럭 C에게 소리를 질러댑니다
아니, 상놈아
민주화도 하나의 게임인데 룰을 지켜야지
그러면 안 되는 기다
그럼 C도 마주 소리지르겠죠
아니, 무슨 소리냐. 나는 이 싸움에 생존권이 걸렸는데
C는 절박합니다.
하지만 그 절박함 무슨 소용입니까
C는 거렁뱅이 천민이고 
A는 조선시대로 치면 향리 중인은 되는 거라 
A가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인 것입니다.

여기까지 A와 C의 이야기를 다 읽은 위정자는
책을 덮고 
열심히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갔답니다
경사났네 경사로다


... 김소진의 단편소설 '열린사회와 그 적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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