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한국전쟁을 북침이라 한 학생이 많다.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며 인용한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대해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17일 자신의 누리집에 “내가 대학생과 대화한 걸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무척 과장된 수치일 것 같다. 내가 얘기해본 학생들 중 북침을 얘기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거든요”라고 했다.이 교수의 글에 한 누리꾼은 “저도 10대 학생들 여럿 가르쳐왔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는데 ‘북한이 침입했으니까 북침’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가 매우 많습니다. 상위권을 달리는 아이조차도 그렇습니다. 국사·근현대사 등을 수능 선택과목으로 선택한 아이가 아니면 전혀 들춰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저도 학원 강사 시절 애들에게 물어본 결과 ‘북한이 침략해서 북침’이라는 아이들이 절대 다수였다”고 썼다. 즉 북한에 의한 남한 침공을 ‘남침’이라 하는데, 이를 거꾸로 아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1일 전국의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349명)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17일 청와대에서 청소년의 역사인식에 대해 개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얼마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역사 교육이 잘못됐다’며 18일치 신문에서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겸임교수는 “근데 각하, 이건 역사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교육의 문제일 겁니다. ‘북침’을 애들은 ‘북한의 침략’이라는 뜻으로 아는 거죠”라고 꼬집었다. 이준구 교수는 “엉터리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 난리를 친다는 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요즈음 보수세력이 우리 국사 교과서 고치느라 혈안이 된 걸 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신문>이 한 입시전문업체와 한 여론조사는 ‘한국전쟁은 남침인가, 북침인가?’를 학생들에게 단순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도 11일 기사에서 “학생들은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능성을 열어놔, 청와대에서만 입맛에 맞게 여론조사를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