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
하루 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
단 한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나해철, 그리운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박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세상의 덤불 가시에 살갗을 찔리면서라도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걸
혹여 되돌아오는 등 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고
가슴을 후비었을지라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사랑이
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걸
그리운 사람에게.....
최범영, 삶의 자리에서
삶의 자리에서
넌 나에게 진한 시선으로 보내지만
나는 네가 보내는 눈길의 부담스러움에
앞으로 발걸음을 못하고 멈추어 서곤 한다
내가 너의 손을 잡은 것이
또 만나 사랑한 게 죄라면
내가 너를 가슴저리게 보고 싶음은 벌이겠지
삶의 자리에 고삐를 매어두고
밤새 치는 파도처럼 괴로워하는 이와
훌훌 털고 물처럼 정처없이 떠도는 이
오늘은 그게 나이고 너인 세월을 본다
사랑아 이제 외롭다는 말은 말아
보고싶다는 말도 말아
그런 말은 금방 전염이 되어
파고드는 봄바람 요사스렁움에
난 갈피를 못잡고 서버리니
신광진, 가난한 사랑
슬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잠에서 깨어나면 일을 해야 하고
텅빈 머릿속은 아무 생각 없이
새벽이 되면 습관처럼 눈물만
지난날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눈물범벅이 되어 또 하루를 보낸다
다가올 내일만 생각하면서
일하는 노예처럼 내 몸을 던져 보지만
왜 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다가올 상처도 이별의 아픔도 모른 체
애틋한 마음도 잘살라는 말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다가선 가난한 이별
아무리 그리워도 가슴에 묻어야 하기에
미련도 아쉬움도 현실 속에 묻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도 추억 속에 예쁜 그림이 되어
아픔도 없이 행복하길 눈물로 보내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