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낙현, 내 마음을 두드리는 바람
소슬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나는 그 바람이
그대 였으면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지친 내 영혼은
고독한 바다 위에서
홀로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고요한 바다에 돌을 던져
오래된 침묵을 깨트려준 사람
바로 그대 바람입니다
이제 그대 내 영혼을 흔드는
바람결에서 그대를 생각하며
그대의 향기를 느끼고 싶습니다
장시하, 이별연습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 오후
당신은 떠나갔다
웃으며 헤어지고 싶었다
그대와의 이별이라면
울고 싶지 않았다
이별이란 또한 기다림 아니던가
당신은 내 인생에
축제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잠시
헤어지는 연습을 한 것이지
헤어진 것은 아니다
그 연습이 너무 리얼했을 뿐이지
우리는 뜨거웁게 만날 것이다
나는 기다리는 연습이 남았을 뿐이다
나는 기다리는 연습이 짧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권대웅, 마음의 도둑
마음에 도둑이 들었나 봐
온몸 구석구석을 뒤지더니
깊이 잠들었던 살결을 일깨우더니
종일토록 나가지를 않는다
도둑이 들어도 정말 큰 도둑이 들었나 봐 두근두근
온몸이 두근거리는 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한밤중 어둠이 헝클어지도록 잠들지 못하고
마음은 하루 종일 서성대는데
창 밖에 가문비나무 뒤척이는 소리
바람이 발자국을 지우는 소리 문을 닫다가
별들에게 그만 내 눈동자를 들켜 버렸는데
가져가려면 빨리 가져가지
이토록 들쑤셔만 놓고 뒤흔들어만 놓고
가지 않는 이여
내 심장을 꺼내 드릴까
한 점 열에 들뜬 살점을 떼어 드릴까
내 머리카락 모두 잘라 신발을 만들어 드릴까
길도 보이지 않고 집도 보이지 않고
구름이 달빛을 삼킨 밤
개들도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밤
아, 너무도 큰 당신이 내 몸속에 들어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