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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게시물ID : gomin_698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ll_is_well
추천 : 1
조회수 : 16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17 20:33:27
어느덧 서른이 되어 버렸어...

보람과 의미 있는 삶을 좇던 이십대에
급기야 전공을 바꾸고 '멋진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지.
근데 생각만큼 경쟁이라는 게 녹록지가 않네.

쌓여 가는 지식은
지독한 삶에 대한 희의를 구하지는 못하는 것만 같고
간절해져만 가는 합격에의 벅차오르는 희망이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취업때문에 잠시 유예해 뒀던
결혼과 같은 인생의 과업들에 대한 부담, 그 짐진 삶의 무게를
결코 덜어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

오늘 같이 눈이 부시게 빛나는 거리,
그 거리에서 재잘대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다른 세계의 일만 같아...

벌써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왔는데
나만 그저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을 보내는 듯 해...

우울? 부정적인 생각? 절망?
모르겠어... 
'긍정적으로 생각해!'하고 치부해 버리기엔 
제 앞에 놓인 삶이 그리 쉽고 간단한 건 아닌 거 같아...

머릿속에는 온통
'바라건대는 우리에게도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라면'의
시 한 구절이 맴돌기만 해...
내게도 내 연장(꿈과 재능)을 대일 땅이 있긴 한 걸까?

훗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나는 '경쟁에서 우위에 선 것' '시험제도에 잘 적응한 것'을
뿌듯해 해야 하는 걸까... 아님 민망해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어...

아이들에게 '노력'과 '경쟁'을 권하고 싶진 않다...
울고 웃고 눈물 짓는 수많은 우리네 젊은이들을 보면서,
심지어는 그놈의 시험이 뭐라고 목숨까지 등지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절규를 보면서,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도 
생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제 직업에 부끄럼 없는 세상은 왜 오지 않는 가 생각하게 돼...
그렇게 되면 이렇게 특정한 곳으로 몰리거나 경쟁하거나 과도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합격하고 싶다...

남몰래 눈물지으며 숨죽여 자유를 써내려가던 그분들께는
너무나 부끄럽고 죄스러운데
난 온통 합격 생각 뿐이야...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리'의 생존을 위해 슬퍼하고 고민하고 목숨까지 바쳤던 분들이 계시는데
이젠 '저마다'의 생존을 고민해야해...
분명 그때보다 풍족하고 살림살이 나아졌는데
왜 '우리'가 아닌 '나'의 생존때문에 고민해야하는 걸까...

합격...
합격....
합격.....이라는 결과만이
작열하는 태양 한 가운데
길게 혀를 늘어뜨린 이 청춘을 구원할 것만 같아
합격이라는 주문을 외고 외고 또 되뇌는 내가
문득, 
자못,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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