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이버 경찰청에 올라와 있는 5대범죄 발생, 검거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입니다. 글자색과 평균검거율은 제가 임의로 조절 및 추가하였습니다. 먼저 이 통계자료가 보여주려 하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요. 언뜻 보면 우리나라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검거한 비율을 나타내는 통계로써 경찰의 실적과 수사력을 나타내는 통계로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이 통계는 실제로 꼭 그렇게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닙니다.
통계의 예시로써 살인 사건을 놓고 봤을 때 거의 100%에 육박하는 검거율을 보입니다. 한국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 범인이 잡힌다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통계 중 이상한 것이 있는데 붉은 글씨로 표시된 통계를 보면 발생건수보다 검거율이 높아 102% 이상이 됩니다. 이런 일이 상식적으로 가능한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통계에 사용된 '검거' 숫가가 과연 발생건수에 대응되는 숫자인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경찰청에는 이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나와있지 않아서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2002년 오마이뉴스 기사 내용을 통해 이 마술과 같은 통계의 비밀을 풀 수 있었습니다. <기사 보기>
"경찰청은 추가의견서에서 "우리나라의 범인검거율이 약 88%인 데 반해 전과자의 지문만 수집하고 있는 일본은 약 42%, 미국의 경우 약 21%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연대는 일본의 검거율이 '사건발생 건수 대비 검거 건수'인 데 반해 한국의 검거율은 '사건발생 건수 대비 검거 범인명수'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경찰청(www.police.go.kr) 통계자료 '5대 범죄 발생, 검거 현황'은 사건발생 건수와 검거 범인명수에 대한 통계만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2001년 강간사건 발생(건)수는 6751, 검거(범인명)수는 6021명으로, 얼핏 검거율이 89%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면, 같은 해 살인사건 발생(건)수는 1051건, 검거(범인명)수는 1076명이므로, 살인사건의 검거율은 102%가 된다." - 2002년 9월 24일자 오마이뉴스 '경찰, 지문날인제도 사실왜곡 물의' 중 발췌
이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청 통계 중 범죄 발생은 건별 숫자이고, 검거는 검거된 사람 수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범죄 발생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수와 상관없이 하나의 건수로 계산되었고 검거수는 검거된 인원수로 계산된 것입니다. 사건 발생에 대응하는 해결 건수를 비교한 통계가 있어야 애초에 이 통계가 암시할 것 같았던 경찰의 실적과 수사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텐데 불행히 그러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혹자는 최소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검거한 범인 수 만으로도 경찰의 실적과 수사력을 판단하는 충분한 자료가 되지않느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흔히 이 '검거'라는 용어가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 한하여 사용되는 용어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률적으로 검거라는 개념은 체포와는 달리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인데요. 이 검거의 개념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죄의 예방, 공안의 유지 또는 범죄수사상 혐의로 지목된 자를 사실상 일시 억류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형사소송법상의 현행범인의 체포, 긴급체포, 구속 등의 강제처분만을 의미하지 아니하고 그 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대판 2000. 8. 22. 2000다3675)
이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검거란 범인의 체포를 의미하지도, 사건의 종결을 의미할 수도 없는 매우 모호한 용어임을 알 수 있는데, 용의 선상에 오른 용의자들을 불러 심문하는 것 역시 검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종합해 보건데, 경찰청이 제시하고 있는 5대범죄 발생, 검거 현황 및 기타 다른 통계상 검거 추이와 현황들에 대한 좀더 소상한 자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검찰청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통계 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인지를 명확히 해석하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어쩌면 경찰의 검거 남용에 관한 설명이 가능할 수는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요약>
범죄 발생건수에 대한 검거율의 근거로 제시된 경찰청 통계자료는 검거라는 용어가 범인의 체포를 의미하지 않을 뿐더러 발생건수 대비 검거 인원수에 관한 자료이기 때문에 발생된 범죄가 과연 얼마만큼 경찰에 의해 해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