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바람 속을 걷는 법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정정민, 내가 그렇게 당신을
당신이 보고싶어 할 때에는
보고싶은 그 날
그 자리에 내가 있겠습니다
당신이 슬프거나
우울한 날에는 내가
당신의 위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당신이 혼자라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외로운 날 밤에는
꿈 속에라도
당신에게 찾아가 팔베개를 해드리고
사랑의 노래라도 불러 드리겠습니다
나 그렇게 당신이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당신이 굳이 나를 부르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당신옆에 있어 주겠습니다
약속할께요
내가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겠습니다
이향아, 안부만 묻습니다
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그냥 그렇습니다
가신 뒤엔 자주자주 안개 밀리고
풀벌레 자욱하게 잠기기도 하면서
귀먹고 눈멀어 여기 잘 있습니다
나는 왜 목울음을 꽈리라도 불어서
풀리든지 맺히든지 말을 못하나
흐르는 것은 그냥 흐르게 두고
나 그냥 여기 있습니다
염치가 없습니다
날짜는 가고 드릴 말씀 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 편지라도 씁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날짜는 가고
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그때도 여전히
안녕히 계십시오
김자영, 이별보다 더한 슬픔
가장 무서운 건
잊힌다는 것
그보다 더 가슴 아픈 한마디
기억하지 않겠다는 그대에게
밝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남고 싶어
마지막 눈물은
보이지 않으려고
하루에도 수만 번
느낌 없이 살갗을 스치는
바람과 같은 먼지가 되어
비참하도록 슬픈
내 현주소가 어딘지
지금도 감히
묻지 못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