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는 반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선생님 놀리기’라는 제목의 이 글은 학생들이 합심해 자신을 때리고 괴롭힌다는 내용으로 반 학생이 직접 쓴 소설이었다. 글 아래에는 ‘ㅋㅋㅋ’ ‘하고 싶은 욕을 다 했더니 속이 시원하다’는 댓글까지 달려 있었다.
A교사는 “선생님에게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선생님을 때린다는 생각을 너무 가볍게 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교사를 놀리는 내용의 자작 소설이나 게임 등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접한 학생들이 가상과 현실을 구분치 못하고 이를 실제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학생 체벌 금지 방침이 확산되며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 업신여기기’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B군은 “강단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 뒤에서 방귀 뀌기, 소리 지르기 등의 장난을 치면서 노는 게 유행처럼 돼 있다”면서 “걸려도 체벌이 없으니까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자녀로 둔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중학생인 아들이 선생님 놀리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제지했는데 실제 학교에서 이 같은 게임이 이미 만연해 있다고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 부 학생들은 ‘놀리기 좋은 선생님 등급’까지 매겨 가며 드러내 놓고 교사를 무시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 거주하는 중학생 C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국어는 못 놀리는 사람이 바보인 A등급, 영어는 놀렸다간 멱살 잡힐 각오를 해야 하므로 C등급’이라는 글을 올렸다. 경기도에 사는 중학생 D양은 “쉽게 당황하는 만만한 선생님들을 주로 놀린다”고 태연히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고착화되면 무너지는 교실을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며 “학생의 권리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하면 혼나고 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