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겨울
나는 태안에 봉사활동하러 간적이 있다
매일 펜만 잡던 손으로
헝겁쪼가리를 잡고
누굴 돕는지도 모른채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바위틈을 뭣도 모르고 쓱쓱 닦아대던
그런날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자원봉사자가 구름같이 몰려들어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계속 방송에 내보내며
이것이 서로 돕고사는 한국인의 정이라며..... 한국인의 민족성을 칭찬했고
너나 할거없이 태안으로 몰려들어 시커먼 기름때를 닦았다
근데
나는 이제야 알았다
대한민국의 노예근성에 대해서......
나는 더러운 한국인의 노예에 밖에 지나지 않았구나라고
그런 불쾌한 생각이
잠을자려 누운 나를 다시 컴퓨터 앞으로 불러냈다
그랬다
그때 사고를 친건 삼성이였다
엄청난 양의 기름을 쏟아내며 서해안을 새카맣게 만든건
삼성이였다
그 새카만 기름이 서해안을 검게 물들였고
어민들은 새카만 바다를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어민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과 그 터전을 잃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카만 바다에 피눈물을 뿌렸다
그리고 수많은 어민들이
모든걸 잃고
바다에 자신을 던졌다
그럴동안 삼성은 무엇을 했는가
고의로 그런게 아니니
50억만 배상하겠다는 낯뜨거운 소송을 걸었다
그리곤 말 그대로
50억만 뱉었다
삼성이 더러운 수작을 부리자
어민들은 말도안된다며 땅을 치고 통탄했다
그러자 삼성은 어민들에게 수천억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부......
배상이 아닌 기부다
배상받아야될 사람이 기부를 받는다라.......
그리곤
온 국민이 너 나 할것없이 태안으로 몰려왔다
그리곤 한손에는 헝겁를 들고
새카만 바위를 쓱쓱 닦았다
그리곤 난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 태안에서 바위를 닦던 나는
국민이 아니라 노예였다는걸
정작 사고친 사람들은 어디있었는가
이건희가 걸레라도 들고와서 바위라도 닦았는가?
그럼
하다못해 삼성중공업 사장이라도 와서 걸레질을 했는가?
아니
걸레질을 한 사람은 노예근성을 가진 나였다
얼굴에 시커먼 기름때 묻혀가며
땀흘린건 나였다
보상으로 어민들에게 3600억?
지금 멕시코만에 기름유출한 BP는 수십조를 토해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십조를 더 토해내야된다
그런데 3600억?
이게 진짜 개풀 뜯어먹는 소리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개풀을 뜯어먹었고
징벌적 손해배상은 툭하면 나오는 "재계의 심한 반발에 의하여......"
그래
너네 짱먹어라
나는 노예근성가진 한국인이라
개풀이나 뜯어먹으련다
오늘따라 옛생각에 정말 기분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