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07년도 7월 3일 군번으로 의정부에 입대했다가 09년 6월에 전역한 31살 아재에요.
주로 베오베, 베스트를 보다가 최근 군대 관련해서 군게도 종종 눈팅을 하고 댓글도 남겼던 사람인데..
베스트 글에 "누구에게나 군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글을 보고 생각난게 있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도 군대생활을 하고, 전역하면서 아직도 일상생활속에서 어떤 상황, 어떤 것(?)을 보면 군대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게 바로 전투화입니다.
저는 20살이 되기전까진 운동과 친하지 않아 군대에 입대해서 체력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던 1인인데..
군기도 빡세 이등병 노란견장(이등병중에.. 갓 군대 들어온 아가들에게 노란견장을 붙여줬습니다.) 일땐 구보하면서 끊임없이 부르는 군가가 그렇게 힘들수가 없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후달리다보니 짧으면 2km, 길면 4km 정도 되는 뜀박질 속에서 노래까지 부르며 뛰는건 정말 힘든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군가를 모르면 맞지는 않았으나 갈굼을 많이 당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렇게 갈굼(?) 먹을 거리가 너무너무 많던 시절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뛰어가서 챙겨야 했던 청소도구, 중대원들의 모든 군번, 15개쯤 되는 군가, 그 당시 유행했던 다시만난 세계 춤, 그외 기타 생활 수칙등등..
하고자하면 일어나서부터 잘때까지 개털리는게 군생활이라 아무것도 모르던 이등병땐 참 많이 힘들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지나고 저도 100일 휴가를 나가게 됐는데..
전 거진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100일 휴가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차xx상병님이 머리도 깔끔히 깎아주시고,
최xx일병과 손xx상병님은 전투복을 미친듯이 다려주셨죠..
그리고 아직도 내가 만난 최고 좋은 선임이라 생각하는.. 07년 3월 군번 이xx일병과 옆분대 최xx일병님은 제 전투화를 무려 4시간에 걸쳐 닦아주셨습니다.
그때 불광, 물광 등도 처음 알았고.. 그 4시간 동안 옆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의 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엄했던 군대 선임들이.. 100일휴가를 앞둔 나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줄거라고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4.5초인 100일휴가였지만.. 100일휴가 신고를 하고 위병소를 나갈 때 그 행복한 마음은 지금까지도 잊어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종종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제일 먼저 전투화를 봅니다.
전투화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지.. 아니면 더러운지, 그사람이 이등병인지.. 이런것들요.. ㅎㅎ
그리고 전투화가 빛이 나면 (아 저 이등병도 선임들이 열심히 닦아줬겠구나. 행복했겠다.) 이런식으로 생각도 하면서 흐뭇하게 지나갑니다.
지금 군게가 어떤 이슈가 화제가 되는 지 알고 군생활의 x같음을 얘기하는 글들이 많고, 당연히 왜 그러는지 알기에 열심히 글도 보고 댓글도 남겼었는데요.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런 x같고 죽고싶을 만큼 힘든 생활이 거~~의 군생활의 전부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99%의 좆같음 사이에서.. 그래도 1%의 좋은 추억도 있다는 걸 얘기해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군게 대부분의 생각에 동의하며 응원하고 있는 1인이에요. '군대? ~~한 좋은일도 있는데? 꼭 나쁜일만 있는건 아니야~' 라고 분탕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글임을 밝힙니다 ㅠㅠ)
표현이 좀 이상할 것 같지만.. 길고 긴 고속도로에서 잠시 들리는 휴게소 같은 글을 쓰고싶었는데 잘 썼는지 모르겠네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 군필자 분들이 잿빛의 암흑같은 군생활을 하셨겠지만.. 그 와중에도 한줄기 빛(?)같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조금 쉬어갑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