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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18화 19화 리뷰 (소름 주위)
게시물ID : drama_6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만잡고잘게
추천 : 15
조회수 : 327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2/22 18:26:12

처음 응답하라 1994의 리뷰를 찾아보다가 닥터콜의 리뷰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있음에도 캐릭터의 '성장과 결핍'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통찰력.

 

머리로 이해해보려고 애쓰면서도 마음이 이해되지 않던 이 드라마를 저 눈을 빌어 몇번이고 울어가며 다시봤다.

 

 

근데 문득 2013년도의 그들을 바라보며 아이러니함이 느껴졌다.

신촌하숙생들은 1994년 하나 둘 씩 모였던 그날부터 지금 회차가 진행된 2000년, 그리고 현재에 해당하는 2013년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가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뱉어내던 삼천포는 이제 자신의 생각보다 와이프의 생각에 동조해 줄 수 있는 다정한 남편이 되고,

타인과의 식사자리, 타인과의 대화가 힘들었던 윤진이는 이제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목마른 사슴마냥 하고싶은 것을 참지 못하던 하고재비 해태는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무원 생활을 하고있으며,

자신의 기호도 말하지 못했던 빙그레는 '선배'를 언급하는 자신의 아내에게 '내가 니 남편이다'라는 확고한 자기위치를 말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여느 기사들에서 삼각으로 묶어버리는 칠봉이는 또 어떤가.

첫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욕하는 모습조차 예쁘다고 웃던 칠봉이는 '새끼가 뭐냐 새끼가, 말좀 가려해라'며 타박도 할 수 있는 중년남자로 변해갔다.

 

 

그런데 유독 이 두 사람. 나정이와 쓰레기는 처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나이에 맞게 좀 고상해질 때도 된 성나정 아주머니는 아직도 거침없는 욕설과 우왁스러움을 지니고 있으며,

쓰레기는 첫화에서 백수오빠처럼 앉아있던 그 특유의 나른함으로 현재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 상징적으로 보이던 담배도 못끊으셨다.)

 

주목할 것은 이 드라마가 극 중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뚜렷한 변화에서 쓰레기와 나정은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깨닫는 순간 '아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둘은 쌍둥이같은 존재다. 이건 극에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다른 이들의 성장은 그들이 타인과 맺는 관계를 보여주며 그리고 있지만,

나정이와 쓰레기에게 성장이란, 그 둘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장. 그 자체가 각자의 성장이므로 이들과 같은 뚜렷한 변화를 보여줄 수 없는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포지션은 크게 놓고 볼 때 가족에서 연인, 그리고 다시 가족이 되었으므로 변할 필요도 없다)

 

 

둘을 따로 떼어놓고 캐릭터의 성장을 바라봤을 때 대부분은 나정이가 이제 어른으로 성장할 차례라고 말했다.

쓰레기는 이미 성장했으니 이제 나정이가 성장해서 어른의 연애를 보여주고 그 연애의 종착역에서 결혼할 것이라고.

근데 그런 우리는 보기좋기 뒷통수를 맞았고 지금 얼얼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한켠으로 미뤄두고 두 사람의 관계를 관찰했다.

너무나 힘겨웠던 18, 19회를 다시 보면서 18회의 첫장면에서 나는 처음 봤을 때 와는 다른 충격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들의 사랑은 어땠는가.

나정이는 순수할 만큼 맹목적이었고, 쓰레기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나정이와 그 짐을 나누지 않은 채 홀로 그 희생을 감내해 왔다.

쓰레기의 사랑이 눈물 날만큼 힘겨워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과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둘은 소통없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는 것이다.

근데 이 둘이 결혼을 한다고?

 

 

수 많은 장면들로 그들이 완벽한 사랑의 결정체임을 보여주던 제작진의 농간에 우리는 속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완벽한 사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방적이었다.

 

나정이는 생일을 못챙기는 쓰레기에게 섭섭해하기는 커녕 그가 미안해 하는 마음도 바라보지 않았고,

쓰레기는 나정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무거움을 불평 한 번 하지않고 혼자 떠안고있었다.

 

 

 

'애정이 없으면 싸우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하고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맞느냐는 물음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소위 꽁냥꽁냥이라는 소소한 일상 속 다툼을 제외하고 그들이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 까지 그들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거나 의견충돌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부산으로 가게 된 쓰레기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나정과의 관계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했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정이에게 상의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정은 그런 그의 결정을 큰 싸움없이 존중해 줬으며 그런 자신의 섭섭함과 걱정에 대해 털어놓고 대화하는 것은 쓰레기가 아닌 윤진이었다.

 

'어른들'의 사랑은 한명은 달려나가고 한명은 넘어지지 않게 보살펴주는 사랑이 아니다.

12회의 뮤지컬 데이트처럼 손을 맞잡고 함께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나가는 것이다.

그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할 때도 있을 것이고 다른 곳을 향할 때도 있겠지만 맞잡은 손으로 서로를 부추겨가며 같은 곳을 바라보게끔 하는 것.

 

 

 

 

분명 그들은 함께 성장했다.

서로를 남매에서 연인으로 인식했으며 20년을 함께한 끈끈함이 있었다.

서로에게 부담조차 안겨주기 싫은 애틋함이 있었고,

직장을 위해 파혼이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도 내릴 수 있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헤어졌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확신하고 있던 둘은

특별한 연인에서 평범한 연인이 되었고, 이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의 이별은 한 쪽만의 잘못은 아니다.

19회 성동일의 말처럼 죄송할 것도 없고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들은 이별을 통해서 이제 깨닫게 될 것이다.

부모님께 교제사실을 알릴 때 당연한 듯 '자신이 말씀드리겠다' 라고 말하던 쓰레기.

그리고 '밖에 있으라'는 오빠의 말대로 밖에서 기다리던 나정이.

 

혼자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쓰레기, 그런 쓰레기의 뒤에 숨어 마음껏 자신의 사랑만을 표출해 내던 나정이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둘이 함께 해쳐나가야 할 장애물이었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유지시켜 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19화는 이런 소통의 과정을 완성시켜가는 삼천포와 윤진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문제점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정이와 쓰레기의 관계는 이번주에 분명히 성장했다.

 

성장을 위해 18회는 이 동화같은 연인을 잔혹하게 현실로 몰아냈고 그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 현실 속에서도 너는 정말 괜찮을 수 있냐고'

19회에서 쓰레기는 답했다. '나정이의 모든 것을 짊어지는게 너무나 힘들고 고달프다고'

 

20회에서는 나정이가 답을 줄 차례다.  

조심스레 예상을 해보면

18, 19회에서 미친듯이 먹어치우던 나정이는 어쩌면 자신의 전부를 보호해 주던 쓰레기의 존재를 그저 헤어진 연인으로 착각한 채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정이에게 쓰레기는 '연인'이고 싶었던 사람이고 '연인'이었으며 '연인'의 관계가 끝을 맺었다.

근데 우리는 알고있지 않나. 나정이에게 쓰레기는 단순히 '연인'만은 아니었음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허전함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던 나정이는 결국 자신의 모든 관계 속에 쓰레기가 있음을 느끼고 그의 짐을 덜어내며 그에게 다가갈 것이다.

 

 

 

 

 

 

덧) 나는 개인적으로 18화의 '파혼'이 너무나도 껄끄럽지만

이들이 20년 넘게 이어온 서로의 위치_겉으로는 연인이지만 보듬어주는 오빠와 보살핌받는 동생의 위치_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믿고있다. (고 쓰고 최면을건다고 말한다)





ㅊㅊhttp://job.dcinside.com/board/view/?id=reply1994&no=339811&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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