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간 글 보고 저도 겪었던 일을 써볼까 합니다.
저에게는 아주 어릴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저 역시도 장손이긴 하지만 워낙 멀리 사는지라 당시에는 지하철-기차 이렇게만 6시간 이상 걸렸던거 같아요
통일호를 타면 더 걸리기도 했구요. 비둘기호는....생각만해도 끔직...
암튼
저희집은 제가 태어났을때부터 아주 가난했습니다. 3살?4살 쯤 집에 쥐가 들어와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있으니까요
정작 4~5살 기억은 없습니다. 그때 쥐를 본 벌벌 떨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그랬을거라 추측만 해봅니다.
방금 말했듯이 저희집은 단칸방이었고 화장실도 외부에 있던 그런집이었어요.
저와 함께 태어난 쌍둥이 누나가 있는데 워낙 집이 가난하다보니 시골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셨습니다.
그러다 6살때쯤 저희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누나를 데리고 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기차 정비원이셨는데 선로에서 사고가나서 양쪽팔을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후, 할아버지가 혼자 저희집에 놀러오셨습니다. 양팔에 깁스를 하고.... 자세가 딱 앞으로 나란히... 그자세였습니다.
나머진 기억이 안나고 할아버지가 떠나실려고 하는데 어머님이 용돈하시라고 2만원을 드렸던걸로 기억해요.
그당시 새우깡이 50원이었고 회사원 월급이 7만원 정도라고 했었으니까 엄청 큰돈이죠.
그돈을 가지고 슈퍼로 가시더니 몽땅 제 과자를 사주시더군요... 맛있게 먹으라고..
물론 어머니는 노발대발... 용돈하시라고 드린걸 왜 과자사주냐고.... 그래도 장손이라고
자주 못보는데 사주는거라고 제가 다 안지도 못할만큼을 안겨주고 가셨습니다.
10여년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 당연히 과자사준게 기억나서 말씀을 드렸더니 어른들이 다 놀라시더군요..
저희집에 와본적이 없으시다고.....
할아버지는 저희 아파트에 그렇게 와보고 싶어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이야 다르지만 그당시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저희동이 1234동까지 있는데 제가 살던 2동에만
아파트 3곳이 있었고 나머진 슬레이트지붕? 으로된 단독주택 혹은 무허가 건물들.... 젖소도 키우던...
워낙 멀기도 했고 자식들이 그 좋다는 연탄보일러가 되는 아파트로 이사했다니까
꼭 한번 와보고 싶어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결국은 못오시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전 이 모든게 제 꿈인줄 알았는데 10여년이 지나고 나서야 우연한 계기에
그때 전 멘붕이 왔죠... 그럼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10여년이 지나도 생생한 기억인데.....
그때 어른들이 그러시더군요.. 사람이 세상을 떠날때 딱 한명만 보고 갈 수 있는데
그때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장손인 저 였던거 같다구요...일년에 딱 두번 명절에만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 그때의 그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앞으로 나란히 한 팔에
봉지가득한 과자들을 손에 데롱데롱 걸어놓으시고 저한테 주시던...
그리고 그때의 그 모습이... 실제 사고나셨을때의 모습이라고 하시더군요...
양 팔을 다치셨고 현장에서 바로 돌아가셨다고..... 그러니 제가 사고나시고 나서 뵐 일은 없었던거죠.
암튼 그랬답니다.. 마무리가 영 어색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