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김씨 표류기(Castaway On The Moon, 2009)
게시물ID : movie_69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3
조회수 : 64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8/22 19:51:18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본 게시글은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달에서도 우리, 만날 수 있을까요?

http://blog.naver.com/ha_eun_love/221075424293

1.
모든 인간관계가 파탄 나버린 한 세계를 떠내고, 다른 세계로 목욕재계하려던 한 김씨가 있다. 
그가 가진 모든 '신용'카드가 말해주듯, 그의 한 세계는 그렇게 모두 '관계에 대한 믿음'이 불량 상태였다.
그러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계를, 애인도 사회도 모두 그에게 불량이라고만 통지하는 세계를, 그는 유감없이 버리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다른 세계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 세계는, 원래 자신이 꿈꾸던 세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만의 시공간으로 가득 찬, 어떤 무인도 같은 곳이었다. 
비록,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였으나, 다른 관계 없이 그만이 유일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2.
모든 인간관계가 파탄 나버린 한 세계를 파묻고, 다른 세계로 눈팅만 하던 한 김씨가 있다.
그가 지내는 쓰레기 같은 환경이 말해주듯, 그의 한 세계는 그렇게 모두 '관계에 대한 믿음'이 쓰레기 상태였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세계를, 친구도 사회도 모두 그에게 쓰레기라고만 통보하는 세계를, 그는 유감없이 버리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다른 세계를 바라보기만 했던 것이다.
그 세계는, 원래 자신이 꿈꾸던 세계였으나, 감히 그곳의 시공간을 거닐 수는 없어서 오직 쳐다만 볼 수 있던, 어떤 달과도 같은 곳이었다.
비록, 그것을 쳐다보는 순간에 한하였으나, 다른 관계 없이 그만이 달과도 같은 중력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3.
그러한 김씨와 김씨는 자기만의 시공간이 참으로 아늑했다.
타자를 향한 어떠한 시선도 내보일 필요가 없었고, 거꾸로 자신을 향한 어떠한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아무도 없는 세상 같은 세상에서 가상으로, 혹은 허무로, 그렇게 자신을 덧입히며 살아가는 것이 그네들에겐 불편하지 않았다.
딱 그만의 시공간 안에서 삶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마법과도 같이, 온 세계가 그런 자신만의 세계로 변하는 순간이 일 년에 딱 두 번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모든 세계가 자신만의 그런 세계로 변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네 둘 김씨는 하릴없이 모든 세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모든 세계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버리는 바로 그 순간에, 한 김씨는 또 다른 한 김씨와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4.
그 처음의 접촉은 참으로 우연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그네들의 접촉은 참으로 필연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우연과 필연이 거름이 되어, 그네들은 점차 '관계'라고 할 만한 씨앗까지도 품게 되었다.
그 씨앗이, 공들여 일군 옥토에 떨어져 새초롬한 싹을 틔우고 풍성한 열매까지 맺게 하였을 때, 그네들은 마침내 진한 자장면과도 같은 맛을 서로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오해와 실수라는 바위와 잡초들이 그네들을 힘들게 하곤 했지만, 그렇게 그네들 또한 서로 같이 하나가 되어갔던 것이다.


5.
하지만, 이내 두 김씨는 하나하나 자신의 섬과 달에서 쓰라린 관계의 파국을 절망적으로 직면한다.
원래가, 그네들은 각자 따로따로이지 않았던가?
무수한 생채기들이 할퀸 그네들의 역정이 보여주듯, 그 어떠한 관계가 그네들을 다시금 치유하겠는가?
원래가 개별체로서 자신만의 시공간을 살아낼 뿐인데, 왜 굳이 다시금 관계라는 걸 키워나가야 하는가?
태풍이 불고, 천둥이 치는 가운데, 그네들은 다시금 자신의 옛 모습을 상기한다.
그리고 그 편안하고 안락했던 자신만의 시공간을 소망한다.
하지만, 고난과 고통이야말로 그 관계를 더욱더 키워내는 원동력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러니, 태풍이 불고, 천둥이 치는 가운데, 그네들에겐 다른 세계 또한 이미 예비되어 있었다.
그 관계를 키워내고, 웃으며 수확할 수 있는, 그런 자신들의 세계 말이다.
마법과도 같이, 온 세계가 그런 자신들의 세계로 변하는 순간이 일 년에 딱 두 번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모든 세계가 자신들의 그런 세계로 변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네 둘 김씨는 하릴없이 모든 세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모든 세계가 관계로 가득 차 빛나기 전 바로 그 순간에, 한 김씨는 또 다른 한 김씨와 다시금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6.
이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를 동반한다.
그리고 한두 마디씩 내어놓는 그네들의 언어들은 은은하게 빛난다.
모르긴 몰라도, 그 언어들은 달빛이 지상에 묻은 조각들일 게다.



image[1]a.png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촌평 -
얼핏 보면 괴상하고, 기이하다. 하나같이 먼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이 그로테스크한 틀 속에서 길어내는, 혹은 상식 밖의 사람과 사건들이 품어내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이란 진주는 그래서 더욱 빛나는 희망으로, 더욱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