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자님이 생존 게시판을 안 만들어줘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 OHT는 군경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고 합니다.
* 블로그에 쓴 글이라 경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맥가이버~ 부터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냥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이미 이 글 안에 들어온 당신은 장난감을 빨리 보고 싶은 생각에 스크롤을 마구 내릴 것이다.
어제. 일을 하던 도중 어떤 ****가 내 뉴 웨이브(레더맨 뉴 웨이브)를 훔쳐갔다.
아버지 생신 선물로 사드렸던 건데 잘 안 쓰셔서 내가 가지고 다니면서 요긴하게 쓰던 물건이었다.
비록 관리를 제대로 안 해줘서 녹이 슬기 시작했지만 그 쬐그만 몸통 안에 온갖 도구가 다 들어있는 멋진 녀석이었다.
이제 노엘 갤러거의 마음을 좀 알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 링크를 참조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 선 상황인데 365일 휴대하던 단짝이 사라지니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누가 가져갔는지 너무 뻔한 상황.(우리 가족 세 명에 외부인 1명이 일하고 있었으니)
현장에서 가져온 쓰레기 봉투를 하나하나 뜯어 내용물을 확인한 후에 나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돈 쓸 기회...?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기회...?)
결국 나는 넷피엑스의 제품 리스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사실 OHT는 예전부터 정말 궁금하던 물건이었다. 과거 외숙부가 가지고 있던 거버의 짝퉁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물건은 뭐가 문제인지 심하게 덜그럭거렸다.
과연. 레더맨의 기술이 들어간 슬라이드 식 멀티툴은 어떤 모습일까... 만듦새는...?
당장 새로운 멀티툴이 필요한 현실 + 호기심으로 OHT의 구매 버튼을 눌렀다.
금요일에 배송을 시작하면, 운이 나쁠 경우 다음주나 되어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무실을 방문해 긴급 공수해왔다.
솔직히 위에 있는 글 다 안 읽어도 된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니까.
레더맨은 생산시기에 따라 포장이 다르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 제품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밀봉되어 있던데, 나한테는 종이박스로 된 물건이 왔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윙맨을 구입했을 때도 종이상자가 왔다. 케이스 모양 다르다고 짭이니 진퉁이니 할 이유는 없을 듯.
내용물은 참 심플하다. 제법 두꺼운 비닐에 싸인 OHT, 몇 가지 툴을 아우르는 통합 설명서.
그리고 몰리 규격의 나일론 케이스.
뉴 웨이브의 케이스는 허리띠에 맞는 녀석이라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기존에 뉴 웨이브를 수납하던 HAZARD4의 제품에는 OHT가 들어가질 않아서 깔맞춤을 포기하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케이스를 장착했다.
몰리 규격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장착은 수월했다.
설명서인데 안 보고 넘어가도 된다.
남자 중에 설명서 보는 사람 있나?
어차피 OHT에 부속된 도구들은 설명서 없어도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오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볼 필요가 없다.
그래도 기능의 종류는 한 번 짚고 넘어가자.
- 스프링 작용 니들노우즈 플라이어
- 스프링 작용 일반 플라이어
- 스프링 작용 와이어 커터(가는 철사용)
- 스프링 작용 와이어 커터(굵은 철사용)
- + 드라이버
- - 드라이버(대형)
- - 드라이버(중형, 벨트 커터 끝부분)
- - 드라이버(소형)
- 병따개
- 써레이티드 나이프
- 일반 나이프
- 톱
- 벨트 커터
- 산소탱크 렌치, 청소 로드 브러쉬 어댑터(같은 구멍인데 기능은 겸용)
나는 메카닉스 웨어 제품의 M사이즈가 꼭 끼는 남자다.
덩치 자체는 뉴 웨이브보다 훨씬 크다.
손에 쥐면 특유의 무게감이 전해지며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작고 단단한 물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왠지 모르게 남자를 흐뭇하게 만든다.
스프링이 내장되어 있어 조작이 수월해졌다.
이게 없으면 손이 작은 사람은 고생한다.
플라이어는 이빨이 완전히 맞닿는 타입이 아니다.
전선 따위를 꼬을 때 불편할 것 같지만, 어차피 전체가 금속인 레더맨으로 전기가 흐르고 있는 전선을 집을 사람은 없으니 별로 상관없을 것 같다.
와이어 커터는 교체식이다. 뉴 웨이브도 그랬지만 일반 니퍼나 펜치처럼 날이 정확히 맞닿지는 않는다.
기분좋게 '똑'하고 끊어지는 감각을 바라면 안 된다.
뉴 웨이브는 발리송 나이프(버터플라이 나이프)처럼 핸들을 180도 꺾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툴이 있는 부분이 그립 역할을 한다.
근데 안이 비어있고 제각기 모양이 다른 툴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 강한 힘으로 쥐면 손가락이나 손바닥이 아프다.
OHT는 편평한 그립을 가지고 있어서 강한 힘을 줘도 그리 아프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이프.
대부분 짧다는 게 중론인데, 개인적으로는 OK다.
이게 짧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툴을 좀 만져본 사람들이다.
근데 어차피 그런 성향 사람들은 EDC라고 하면서 서브, 백업, 서브의 백업 나이프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들일 텐데,
기껏 선택지 중 하나인 OHT의 나이프가 짧은 것에 대해 왜 그리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물론, OHT 하나만 쓸거라면 문제가 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빅토리녹스 허큘리스를 함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써는 일이라면 그 녀석에게 맡긴다.
위 사진은 모라 컴패니언 MG, 빅토리녹스 허큘리스와의 비교샷이다. 저렇게 보면 아주 짧은 것도 아니다.
OHT, One Hand Tool이라는 이름답게 썸홀을 이용해 나이프를 펼칠 수 있다.
허나 반대 방향은 거절한다.
길이보다 중요한 건 날 두께라고 생각하는 부류인데, 날 두께는 적당한 것 같다.
다만 비슷한 두께의 날을 가진 윙맨으로 야생화를 캐다가 날이 휘어진 적이 있다.(어머니...)
절단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날에 횡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안 될 듯 싶다.
다른 툴은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소개하지 않는다.
다들 제 기능은 톡톡히 할 정도의 모양새와 내구성은 갖추고 있으니 믿어도 좋다.
(구입 후에 나한테 항의해도 환불해주지 않는다.)
나일론 케이스에 넣을 때는 플라이어 부분이 밑으로 가게 넣어야 한다.
핸들에 플라이어를 고정하고 있는 슬라이드가 간섭하기 때문.
깔맞춤은 포기했지만 견고함 하나는 끝내주게 잡았다.
뉴 웨이브에 비해 기능은 단촐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일단 덩치가 커져서 내 기준으로는 그립감이 좋아졌다.
또한 과거의 짭과는 달리 움직이는 부품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덜걱거림이 없다. 이걸 두고 기술력의 차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툴이 전부 밖에 나와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손에 물을 묻히는 직업이라, 물기를 먹고 부드러워진 손톱으로 뉴 웨이브의 핸들 안에 숨은 툴들을 꺼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OHT는 손톱이 까뒤집어질 염려가 없다.
어쨌든 나는 대만족이다.
물론 더 상위 제품들에 눈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 웨이브를 현장에서 써본 결과, OHT가 가진 기능 정도라면 차고 넘칠 게 분명하다.
(아포칼립스 상황이라면 뉴 웨이브나 챠지를 골라라...)
다음 버전을 살 계획은 없지만, 레더맨이 OHT를 어떻게 개량할지에는 관심이 있다.
그때도 누가 OHT를 훔쳐가길 기다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