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p.s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입니다
더 이상 집에 틀어박혀 키보드 두드리는 거, 관둘랍니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덜 어른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라는 존재가 아주 사라져버릴까봐 겁납니다
촛불 들고 거리로 나가렵니다
어머니, 아버지
지금까지 별 사고 안 치고 하라는 대로 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못 있겠습니다
나와 나의 가족과 나의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은 이보다는 좀 더 나은 세상이어야 합니다
수도요금 낼 돈이 없어서 밥도 못 지어먹고, 씻지도 못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같이 가자는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못난 아들이 가는 길만은 막지 말아 주십시오
그것이면 저는 뛸듯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