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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의 시 - 예순 아홉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0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6
조회수 : 112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1/07 18:35:02
출처 : http://www.poemlove.co.kr/bbs/board.php?bo_table=tb01&wr_id=76&page=2989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Csmqc



6.gif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7.gif

김남조, 좋은 것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옛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깃들기에 그러하다






8.gif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속에 발을 묻고
홀로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9.gif

서주홍,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



당신을
누가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일상(日常)의 가식을 벗고
당신의 둘레에서

나 하나만 부를 수 있는
당신의 이름을 지어 놓고

당신이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자리쯤에
떨리는 마음으로 서 있다가

당신을 이름 하여
불리어진 이름들이 모두 지워지고

나의 침묵이
당신을 위한 언어로 바로 서는 순간

수줍은 모습으로
당신 앞에 다가가

나는 당신을
누가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10.gif

박성철, 행복한 그리움



오랜 그리움 가져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애상인지를
쓸쓸한 삶의 길섶에서도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고
작은 눈발로 내리던 그리움은 어느새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깊은 눈발이 되었습니다

애매모호한 이 기억의 잔상들
그리움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리움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습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지녔다 해도
고적한 밤에 떠오르는 그대 그리움 하나로
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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